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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저자 이스안은 대학에서 입체미술과 일본학을 전공하고 2018년 북악문학상에서 "사주"로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소설, 에세이, 여행,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저자는 공포영화 마니아입니다. 심령현상, 미스터리, 삶과 죽음, 꿈에 관한 상상을 하다 이 소설집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열 가지 기담이 실려 있는 <카데바>를 소개할게요.

첫 번째 이야기는 '버릇'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상 서랍에 처박아두는 버릇을 가진 나는 아무리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안 고쳐집니다. 초등학교 때 흰 우유가 먹기 싫어 매일 내 방 책상 서랍에 모아두었다가 냄새 때문에 엄마, 아빠에게 들켰습니다. 햄스터도 사달라고 졸라놓고 밥을 잘 안 챙겨주다 보니 결국 굶어 죽었는데, 그 사체를 지퍼백에 넣고 랩을 싸서 다시 지퍼백에 넣고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 장롱 속 서랍 안에 숨겨두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 아빠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그 사체를 들고 지하 쓰레기장으로 내려가 입구가 벌어져 있는 일반 쓰레기봉투 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엄마 아빠가 자주 싸웁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마가 잘못하고 아빠가 추궁하는 것 같았습니다. 불안한 여러 날이 지나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회사에 있어야 할 아빠가 식탁에서 소주를 마시며 웁니다. 그러면서 바람 나서 집을 나갔답니다. 그 후부터 이따금 친할머니가 와서 나를 챙겨줍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중학교에 들어갔고, 생리를 하면서 생리대를 책상 서랍에 처박아둡니다. 도저히 많이 쌓여 더 이상 버릴 데가 없으면 햄스터의 사체를 버리던 날처럼 비닐봉지를 새벽에 몰래 가지고 나와 쓰레기장에 버렸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내 방을 청소하며 내가 쌓아놓은 여러 개의 생리대, 성적표, 쪽지 등을 내놓습니다. 그러면서 쓰레기가 생기면 바로 버리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이제 안 그래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여전히 모아놓는 내 버릇, 어느 날 엄마가 꿈에서 나와 베란다에서 뭘 찾아달라고 합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눈이 떠졌어요. 도대체 엄마가 찾는 그건 뭘까요.
4년간 사귀던 민선과 2달 전에 헤어졌는데 민선을 소개해 준 후배 지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민선이 방에서 목을 매고 자살했다며 죽은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합니다. 믿기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에게만 의지하려는 민선이 점점 부담스러워 심한 말을 하며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고 민선과 지은의 번호를 차단했습니다. 그렇게 지냈는데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니 나도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그런데 잠결에 누가 내 다리를 흔들며 깨웁니다. 민선이였습니다. 죽었다고 들었던 민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물어보니 모질게 자신을 차서 복수하러 거짓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민선에게 미안하다고 빌었습니다. 그러면서 껴안으며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요. 이렇게 안고 있으니 민선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 다시 사귀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잠들고 다음날 지은에게 전화 걸어 혼냅니다. 그러자 지은은 장례식장 어디로 오라며 무슨 말이냐고 합니다. 장례식장에 가니 정말 민선이 죽었습니다. 무엇이 현실이고, 꿈이고,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습니다.

의예과 1학년인 그는 항상 탁한 어둠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도 남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딱히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그의 표정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어둡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느끼고 본능적으로 피했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일환으로 카데바들로 해부 실습을 합니다. 실습은 학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이제 카데바의 앞면을 해부할 차례라 뒤집었습니다. 그렇게 마주한 카데바, 아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데바의 몸은 점점 칼자국이 늘어가고, 벌어지고 파헤쳐 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는 그 몸에 손을 대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롭다고 느꼈습니다. 죽은 시신에게서 느낀 그 감정은 무엇일까요.
딸의 장례식을 마치고 온 엄마는 딸이 남긴 목소리 파일을 발견합니다. 총 30개로 매일 하나씩 들으라는 딸의 편지에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합니다. 딸은 혼자 남을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여행 간다고 생각하라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정말 여행 가는 것처럼 파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딸이 정말 죽은 게 아니라 여행 가서 자신을 못 보는 거라 여긴 엄마, 이제 마지막 파일을 들어볼 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부르는 딸의 목소리는 평소에 녹음된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정말로 어딘가에서 딸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는 딸의 목소리, 무슨 일일까요.
작가는 공포가 꼭 귀신이 등장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질병에 대한 공포, 무언가를 빼앗기는 공포, 내가 저지른 잘못이 그대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며 불안해하는 공포, 잊고 있었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공포, 이별에 대한 공포, 예견되어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공포, 이 세상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느끼는 공포. 작가는 <카데바>를 통해 다양한 공포의 풍경을 표현했습니다. 소설 속 내용도 충격이지만 그 충격보다 더한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공포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언젠가 벌어질 수 있다는 공포로 내재되어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불안과 공포를 완전히 떨쳐버리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모두가 안전하게 지내길 작가도, 저도 바랍니다. 2년에 한 번씩 공포집을 낼 예정이라는 작가의 말에 다음 공포집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