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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 번 - 때론 아프게, 때론 불꽃같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평점 :

저자는 서강대 교수, 번역가, 칼럼니스트,
영어 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문학 에세이와 번역서도 출간했습니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을 독자에게 전하던 그는
2009년 5월 9일 5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내 생애 단 한 번>은 2010년에 출간된 책의 개정판입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하필이면'은 보통 부정적인 단어로 쓰입니다.
작가의 조카가 외국에서 살다 와 우리말이 서툴러
"그런데 이모, 이걸 왜 하필이면 내게 주는데?"라고 물었을 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는 나름의 고마움의 표시를 담은 말입니다.
조카가 실수로 쓴 하필이면을 좋은 상황에 갖다 붙이자
상황이 바뀌고 생각이 바뀝니다.
'하필이면'의 이중적 의미를 생각하니
자신이 지고 가는 인생의 짐이 남보다 무겁다고 아우성쳤던
좁은 소견이 부끄러워졌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단지 단어 쓰임새만 바꿨을 뿐인데 같은 풍경도 달리 보이니깐요.
정말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린가 봅니다.
유학 중 여름 방학에 잠시 집에 돌아와 있던 작가는
동생과 쇼핑을 하러 명동으로 갑니다.
저자는 올이 보일 정도의 낡은 청바지에
넉넉한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옷에 욕심이 없었습니다.
동생이 옷을 입어보겠다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고,
난 바깥에서 문에 기대 매장 안을 보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그런 나를 보더니 거지로 생각하고
손님이 있는 거 안 보이냐며 나중에 오라고 소리를 칩니다.
동생이 옷을 입다 말고 탈의실 문을 박차고 나와
우리 언니는 박사라며 일류 대학 나왔고 글도 쓴다며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목발을 짚고 입성이 그래서 오해했다며
말은 하지만 억울한 표정이었죠.
그런 경험을 한 후로 귀국한 바로 다음 날부터 정장을 입었습니다.
실용성보다 거지로 보이지 않는 데 기준을 두어서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와 학생들의 체면을 위해서요.
저도 입고 편한 옷을 좋아하고 그렇게 입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나의 생각보다 함께 사는 사람이
욕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래서 자리에 따라 너무 편한 옷보다는 단정한 옷을 입으려고 합니다.
어릴 적 일기를 보며 그때의 엄마 모습이 떠오른 작가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해 학교에 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자의 엄마는 다리 혈액 순환이 잘 되라고 두꺼운 솜을 넣어
직접 지으신 바지를 아랫목에 넣어 따뜻하게 데워 입히시는 일부터 시작해
세수, 아침 식사, 보조기를 신기는 일까지.
학교까지 2, 300m 정도의 거리를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고 다니시고,
화장실에 데려가기 위해 두 시간에 한 번씩 학교에 오셨습니다.
아이들이 따라와 내 걸음을 흉내 내고 놀리면 아이들을 혼냈고,
상급 학교에 갈 때마다 장애를 이유로 입학시험 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던 학교들에게 잘할 수 있다고 한자리 끼워 달라고 애원하던 엄마,
그런 엄마 때문에 세상에 악착같이 매달려 살아왔습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란 말이
정말 마음 깊이 느껴진 글입니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사람은 정직하고 의롭게 살아야 하고,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쳐야 마땅하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없음을 절감합니다.
무엇을 해서든지 1등이 되어야 하고,
그런 1등을 추켜세우는 이 세상에서 넘어진 경쟁자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들어오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할 순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지 생각하면 답은 나옵니다.
저도 남들보다 빨리, 남들보다 많이 나와 가족을 채근하지 않고,
남들과의 비교를 빼고 어제의 자신을 보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내 생애 단 한 번>은 작가의 울림이 더 느껴지는 에세이입니다.
이제까지 에세이를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은 돌아가셔서 그런지,
아니면 태어나면서 힘들게 자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아픔을 느끼고
소외당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1952년생이니 지금보다 사람들의 생각도 환경도 힘들었겠죠.
하지만 작가가 무너지지 않게 세상에서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강하지만 저자의 어머니는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오로지 자식이 아프지 않기를,
마음은 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세상과 싸웠으니깐요.
이제 저자는 이 세상에 없지만
저자의 생각이 글로 쓰여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글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한 샘터 출판사에 고마울 뿐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