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입니다. 

사진작가의 에세이라고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감동을 준 책입니다.



김영갑 사진작가는 1985년에 제주도에 정착해 죽을 때까지 살았습니다. 

제주도의 풍경과 근처 섬, 마라도까지 제주도를 마음 깊이 사랑한 분입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지내며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에 있는 남의 밭의 작물들을 캐서 먹었습니다. 

그렇게 사진에만 미쳐서 살아가던 그에게 몸이 조금씩 말썽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영양실조 아니면 풍토병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에 가난했고, 전기가 아까워 일인용 전기장판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니 

몸에 문제가 생긴 것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답니다. 

병원을 찾아갔으나 의사들은 간이 나빠서, 기력이 허해서, 장이 상해서 등의 

여러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다 삼 년 넘게 작가를 괴롭히던 통증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이른바 루게릭 병으로 

길어야 오 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알려진 병입니다. 

치료 약도 없는 퇴행성 질환이지요. 

그때부터 루게릭 병과 작가와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이런저런 치료를 하고, 음식도 가려먹고, 

서울의 큰 병원에 매주 치료를 받기도 하는 등의 수고를 들였지만 

몸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침대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작가는 사진 갤러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저 오늘 하루만, 한 주만, 한 달만,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만 해볼 생각으로요. 

죽을 넘기기도 힘에 부치는 몸으로 사진 갤러리를 감독하고, 꾸미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시골 마을 폐교를 이용해 2002년 여름 공사를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김영갑 사진 갤러리 두모악'을 완공했습니다. 

전시 공간이 완성되고, 앞 공간을 정원 겸 산책로로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갤러리가 완성되자 주위 사람들은 누가 찾아오겠냐며 걱정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제주의 아름다움에 모두를 감동시켰습니다.


작가에게 내일이란 기약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허락된 것은 오늘 하루, 그 하루를 평화롭게 보낼 수 있으면 된답니다. 

그러다 보면 아픔도 잊힌다고요.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통증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통증을 잊으려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다른 하루가 허락되면 또 다른 일을 찾습니다. 

하나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오늘도 어제처럼 편안합니다. 

하루가 편안하도록 오늘도 하루에 몰입하는 작가. 

그의 열정과 사랑이 자신의 갤러리 두모악에 사진으로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여유가 있어 사진 찍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먹을 것을 줄이고, 필름과 인화지를 샀고, 

그것마저 살 돈이 없으면 막일을 해서 돈을 모아 샀습니다. 

그렇게 제주도를 찍고 인화한 작품으로 매년 사진전을 열었고, 

그곳엔 사진작가도 없고, 제목도 없습니다. 그냥 사진만 있을 뿐이죠. 

그렇게 10년을 넘게 사진에만 미친 김영갑 작가가 루게릭 병으로 아플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사진 갤러리를 만든 일입니다. 

그전까지 망설였지만 이제부턴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길을 갔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일 없이 말이죠.


'몸이 점점 굳어가도 해야 할 무언가가 있는 하루는 절망적이지 않다.

설레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면 하루가 편안하게 흘러간다.' (p.240)


작가처럼 이렇게 미친 듯이 몰입할 그 무언가가 있었는지,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찾아보렵니다. 

이제 제주도를 가면 꼭 가야 할 장소가 생겼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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