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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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창립된 영국추리작가협회는 각 부문별로 '대거(Dagger)' 상을 제정하고 

최고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가리는 영예로운 상의 주인공을 뽑는데요, 

추리문학계의 중요한 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올해 65주년을 맞은 대거상은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상이며, 

<밤의 여행자들>은 우리나라 최초 수상 작품입니다. 

그럼 화제의 작품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난을 피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를 굳이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생존 키트나 자가발전기, 비상 천만 같은 것을 챙기면서 

재난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찾아다닙니다. 

'정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여행사입니다. 

고요나는 정글 여행사의 수석 프로그래머로 10여 년간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 이른바 자신이 옐로카드의 대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옐로카드는 경고보다 균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에 가깝습니다. 

한번 이 카드를 받게 되면 그때부터 시작된 추락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요나는 자신이 왜 옐로카드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사 김이 구조조정 대상의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며 

보고서를 쓰면서 휴식을 하라고 제안합니다. 

요나는 그중 '사막의 싱크홀'이란 상품을 체험하기로 결정하고 '무이'란 곳에 갑니다.


5살 난 딸과 함께 여행 온 여교사, 제대한 대학생, 시나리오 작가인 40대 남자, 

가이드까지 총 6명이 이 여행의 일행입니다. 

무이는 베트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곳입니다. 

50년 전 그곳의 사막에 사는 카누족과 운다족이라는 두 부족이 

거주지를 두고 싸우다가 카누족이 운다족을 학살했습니다. 

사막에 운다족의 머리가 300개가량 널려 있었다고 하지요. 

그 학살의 밤부터 비가 엄청 많이 오기 시작했고, 사흘 후 일요일 아침에 

사막의 일부분이 드릴로 파낸 것처럼 무너져 내렸답니다. 

바로 싱크홀이 발생되어 사막에 널려 있던 머리들이 굴러 싱크홀 안에 들어갔고, 

거기에 물이 들어차 지금은 넓은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곳으로 가니 호수가 된 모습만 보여 

상상했던 장면과는 달라 사람들은 실망합니다. 

요나는 이래서 이 상품이 구조조정 대상이 됨을 깨닫지요. 

여행 일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번엔 기차를 타는데 

요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기차칸이 분리되어 일행과 떨어졌습니다. 

짐과 여권을 자신의 자리에 놔두고, 휴대폰만 챙긴 요나는 

급히 가이드에게 연락을 하지만 배터리가 떨어져 제대로 듣지 못하고 

간신이 손짓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리조트로 다시 돌아옵니다.



다시 돌아온 시나리오 작가와 리조트 담당자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습니다. 

요나가 정글 직원임을 알게 되어 리조트 담당자는 요나에게 제안을 합니다. 

바로 새로운 재난 여행 상품을요. 

3주 후에 이곳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기 전에 

첫 번째 싱크홀이 생겼고, 주최 측에서 그것을 대충 메우고 

운동회를 진행하는데 다시 두 번째 싱크홀이 생겨 사상자가 생길 거랍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싱크홀은 발견되며 

이것으로 무이는 다시 살아날 거라고 말합니다. 

무이에서는 재난이 다시 일어나길 기다릴 수가 없대요. 

재해 때문에 죽나, 가만히 앉아 굶어 죽나 똑같이 때문이죠. 

정글과 계약해서 리조트를 세워 그동안 역할대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고, 

덕분에 젊은 사람들도 돌아왔는데, 이제 와서 계약이 해지된다면 

무이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재난이 벌어진 후 무이를 살리는 것이 고요나의 몫이라며 

어찌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고요나의 선택과 그녀의 앞에 벌어지는 재난은 무엇일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여행을 좋아하고 경험합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른 곳을 돌아보고, 자신도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갔다 오면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밤의 여행자들>에서 선보이는 재난 여행은 이제껏 봤던 여행과는 다릅니다. 

사람들이 재난 여행을 가면서 느끼는 반응은 

충격과 동정, 연민, 혹은 불편함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안전한 곳에 살아서 감사하고, 교훈이나 

자신은 살았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되지요. 

즉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이 살이 있다는 확신을 함께 가집니다. 

재난은 그곳의 사람에겐 공포지만 

그것을 상품으로 하면서 그 가치는 빠르게 퇴색됩니다. 

이 여행상품이 계속 진행될수록 재난은 이미 재난이 아니게 됩니다. 

그저 관광객들이 계속 오기를 바라면서 

재난이 왔을 때의 상태로 머물게 됩니다. 

고요나는 벌어진 재난 여행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벌어질 재난 여행 프로그래머가 됩니다. 

그녀가 원했던 삶이 순식간에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죠. 

무엇이 진짜 재난인지를 묻는 <밤의 여행자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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