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생소한 문학상인 '박지리문학상'은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인간 본질과 우리 사회를 깊이 천착해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박지리 작가의 뜻을 잇고자 사계절출판사에서 2020년에 시작한 문학상 공모입니다.
미등단 신인 및 단행본 출간 5년 이내의 기성 작가를 대상으로 합니다.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인 <단명소녀 투쟁기>를 소개할게요.

등장인물 구수정은 19살로 입시 전문 점쟁이 북두에게 점을 보러 왔습니다.
그런데 입시에 대한 점은 보지도 않고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고 말합니다. 수정은 싫다고 내뱉습니다.
그러자 북두는 죽음은 소나기처럼 움직이니 죽음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면 죽음을 조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음의 이동 속도가 구름의 이동 속도보다 느리다는 것이고,
원망스러운 점은 죽음은 없어지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동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합니다.
밖을 나와 친구가 사준 백설기 100개를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섭니다.
이상한 사람이 자신을 불러 세우고, 이상한 느낌에 뒤로 도망치다가
커다란 개가 그녀를 물고 달려갑니다.
그 개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날개가 나타나 하늘을 납니다.
개가 어느 곳에 이르러 땅에 내려와 그곳에서 백설기를 함께 나눠 먹습니다.
그곳에서 죽고 싶은 19살 이안을 만납니다.
이안은 기억을 잃은 채 오늘 산 중턱에 있는 절에서 눈을 떴대요.
스님 백두가 자신에게 물을 주고,
이안을 사랑하던 사람이 오늘 죽이려고 했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안은 그때 죽겠다는 결심을 했대요.
나를 사랑한 적 없는 사람, 나로 인해 기쁘고 좋았던 어떤 사람에게
복수하는 길은 자신이 죽는 거라고요. 그래서 북쪽으로 간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둘은 하루를 같이 보내기로 합니다.
근처 빈 집에서 백설기를 나눠먹는데,
어디선가 일곱 아이들이 와서 배고프다고 하죠. 수
정은 백설기를 나눠주고, 또 달라고 하자 가방째로 줍니다.
아이들은 좋다며 가방을 들고나갑니다.
그리고 일곱 노인이 와서 배고프다고 하죠.
수정과 이안은 남은 백설기로 죽을 끓여 함께 먹습니다.
노인들은 죽을 먹으면서 자꾸만 늙어가더니 그중 한 사람이 죽습니다.
그녀를 묻고, 나머지 여섯 노인들과 개가 어딘가로 갑니다.
자고 일어나니 스님 북두가 도시락을 싸줍니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지만 가야 할 곳은 같다며, 북쪽 저승으로 가라고 합니다.
저승의 신을 붙잡아 각자 원하는 것을 얻어 내라고요.
둘은 돌아온 개와 함께 북쪽으로 가다가 저승의 신 염라대왕을 발견합니다.
둘은 힘을 합쳐 저승의 신을 나무에 매고, 원하는 것을 각자 말합니다.
이를 들은 저승의 신은 이안에게 흰 명부와 '희'가 새겨진 칼을,
수정에게 검은 명부와 '망'이 새겨진 칼을 주고,
명부에 있는 사람을 다 죽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명부의 내용이 같습니다. 두 명부에 적힌 자들이 같습니다.
수정과 이안은 명부에 있는 사람들을 '희'와 '망'으로 죽입니다.
처음엔 사람이었는데, 좀 지나니 괴물의 모습으로 명부도 사람들도 바뀝니다.
그 사이에 꿈을 꾼 이안은 수정에게 꿈 내용을 말하지만
수정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이안은 만약 그게 현실이고 지금이 꿈이면 어떡하냐고 묻습니다.
이윽고 비어 있던 마지막 명부에 초상화 하나가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수정의 명부에는 이안의 초상이, 이안의 명부에는 수정의 초상이 그려집니다.
이안이 수정을 향해 칼을 겨눕니다.
나머지는 <단명소녀 투쟁기>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첫 부분에 입시 전문 점쟁이가 나와 갑자기 곧 죽는다는 말에 섬뜩했습니다.
나이 드신 어른이라도 곧 죽는다고 하면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물며 19살이라는 이제 곧 20살 성인이 되어
자유를 느낄 여고생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역시나 죽기 싫다고 말하죠.
그러자 점쟁이는 죽음을 늦출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방법이 특이합니다.
부적이나 굿을 하는 게 아니라 남동쪽으로 계속 걸어가라니,
보통의 여고생이라면 할 수 없는 방법이잖아요.
언제까지 걸어가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 걸어가면
결국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다행히 이 부분부터 판타지가 벌어지고
커다란 개 내일과 죽고 싶은 이안이 등장하며 그녀는 저승의 왕을 만나게 이릅니다.
그녀가 가지고 간 백설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요.
언제까지 여행이 이어질지도 모르는데,
자꾸만 그렇게 백설기를 주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수정은 저처럼 생각하지 않고 아낌없이 줍니다.
그래서일까요, 고비도 있지만 다행히 죽지 않고 여행을 계속합니다.
이 여행은 주인공의 단명을 저항하기 위한 여행일 뿐만 아니라
부당한 세계에 저항하는 여행입니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으로 투쟁하는 수정의 여행을 보며
나도 그녀처럼 운명에 투쟁했었나 되돌아보았고, 그러지 않았음에 반성했습니다.
청춘만 아플까요, 중년도 아픕니다.
청춘만 도전해야 할까요, 중년도 도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투쟁해보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