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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세상을 물들일 때 - 테마로 읽는 2010년대 우리 그림책
박선아 외 2명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4월
평점 :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림책을 읽어보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보다 제가 더 감동을 받고,
생각을 넓혀주고,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그때서야 문득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함께 보는 어른의 존재도 그림책의 저자는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림책을 보니까
그림책은 더이상 아이들만 보는 그림책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나 대단한 그림책을 테마로 묶어
2010년대 출간한 우리 그림책을 골라서,
<그림책이 세상에 물들일 때>에 소개했습니다. 한번 볼게요.

'화장실에 간 엄마는 오지 않았다'
이 말 한마디만으로 제가 주인공인 미영이가 된 것 같아요.
얼마나 엄마를 기다렸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그런 미영이에게 강아지가 나타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할 미영이가
강아지를 보살피면서 마음이 점점 커지고 단련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만난 엄마에게선 설거지 냄새가 났답니다.
늘 자신의 손에서 나던 냄새라 모를 수가 없지요.
결국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게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숙제를 먼저 할지 놀고 나서 숙제할지 같은 사소한 경우부터
모든 일상이 균형을 시험하는 무대가 됩니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주위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눈을 들어 주위를 볼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법이죠.
그런 역할을 우리 어른들이 충분히 해야 합니다.
"선아"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선아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이 그림책은 공사장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지켜주는 안전모처럼
선아와 같은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우리가 '선아의 안전모'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할머니와 사는 준범이는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그냥 집에서만 있습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은
용기를 내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 준범이의 이야기입니다.
그 순간 친구들이 찾아와 준범이에게 손을 내밉니다.
어둡고 작은 공간에서 외롭게 지냈던 준범이는
이제 마음을 열고 밝아진 집에서 친구들과 놀 수 있습니다.
준범이처럼 용기를 내고,
그런 용기를 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갔으면 합니다.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려고 헛소문을 퍼트린 아귀,
그 소문에 물고기들은 무리를 짓고 다른 무리를 혐오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물고기들은 아귀의 먹잇감이 되고 말지요.
그림책에는 아귀에게 잡아먹혔던 물고기들이
다시 살아남아 함께 힘을 합쳐 아귀에 대항합니다.
아귀는 다시 숨지만 언제 또 소문을 퍼뜨릴지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그때가 되면 물고기들은 소문에 휩쓸리지 않게 될까요?

도로에서 아이가 치여 쓰러지자 많은 사람들이 달려오고,
아이는 구급차에 실려 갑니다.
얼마 후 다시 '콰앙!'하는 소리가 나고 도로에 아기 고양이가 쓰러졌습니다.
다시 사람들이 달려왔지만
이번엔 쓰러져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각자 가던 길로 가버립니다.
작은 생명의 죽음 따윈 큰일이 아니라는 듯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구급차는 언제 와요?'
같은 주제로 다른 작가가 표현한 그림책들을 비교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동물은 동물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거기엔 어떤 제한도 없어야 한다고 이 그림책들은 말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평소에 보지 못했던 대상이나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동물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나요?
상황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은 커지고 깊어집니다.
이제 아이가 커서 그림책을 안 본지 10년도 넘었지만,
<그림책이 세상을 물들일 때>를 읽으며
2010년대의 그림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가서 소개한 목록들을 하나씩 넘기며
그림과 글을 천천히 읽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에 이렇게나 훌륭하다니 정말 놀랐고,
외국의 상을 받은 작품들도 많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제 마음이 복잡하고 바쁠 때 그림책을 보며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더 넓은 감정으로 일상을 바라보겠습니다.
분명 세상은 아름다운 곳일 테니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