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나 - 철학과 민주주의를 발명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새로운 시각
후지무라 시신 지음, 오경화 옮김 / 하빌리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그리스라면 민주주의와 철학을 꽃피운 곳이죠. 

학창 시절에 빼놓지 않고 나온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등의 철학자들이 그리스 사람이었고, 

트로이 전쟁, 한니발 등과 같이 유명한 역사적 사건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입니다. 

학교에서 배울 땐 마냥 그렇구나라고만 받아들였지, 

<그리스 신들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나>처럼 의문을 품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들을 발명한 그리스인들이 어느 순간에 쇠퇴했는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은 알려줍니다.



그리스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우리에겐 이온음료 광고일 겁니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새파란 바다와 하늘에 

하얗게 칠한 건물이 절벽에 가득 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좁은 골목을 지나 바닷가에 가면 

물속이 투명하게 보이는 청량한 바다. 

그리스에 가본 적은 없지만 

눈에 그린 듯이 떠오르는 그 풍경은 지금의 그리스래요. 

고대 그리스는 숭고하고 고요한, 단순미의 상징이어야 해서 

대리석은 하얗게 빛나야만 하고, 신전은 순백색이어야 한다는 

유럽인들의 생각에 덧입혀진 모습이랍니다. 

고대 그리스인, 현대 그리스인은 있지만 

중세 그리스인이라고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인들이 고대 로마에게 흡수되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단절에 일신교인 기독교도인 현대 그리스인들과 

다신교인 고대 그리스인을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19세기 그리스가 독립한 후 주변국에서 멋대로 품은 이미지대로 

마을을 고대 그리스풍으로 다시 지어놓았을 놓고 

시간이 지나 그리스 붐이 한풀 꺾이자, 

현대 그리스인들은 비로소 '그들만의 그리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신화는 과학이자 역사이며, 정치이기도 했고, 

때로는 전쟁에서 인간의 생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이야기입니다. 

올림포스 12신의 직업/성격/대사/ 출신지/생일/경력/주요 제의... 등을 

이력서 형식으로 정리해서 실었습니다. 

올림포스 12신 안에 누구를 넣을 것인지 정해진 바가 없어, 

각 도시들마다 자유롭게 12명의 신들을 추대했는데, 

이 책에서는 많이 추대되는 신 열둘을 꼽았습니다. 

또한 그리스 신화는 한 명의 시인이나 국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도시마다, 시대마다 자유롭게 읊은 것이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게다가 그리스 신화에는 세월과 더불어 겹겹이 층이 더해져 

10세기 이후 르네상스기에도 새로운 신화가 추가되었고, 

지금도 시대에 맞춰 새롭고 재미난 신화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올바른 그리스 신화'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것들 역시 유명한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리스 신화는 언제나 새롭게 이야기되고, 

생물처럼 시대에 맞춰서 변화해왔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는 '시간을 낭비하다'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멍히 보내는 시간,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시간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은 

문명인 생활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었습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선 

노동이 아니라 'schole(여유)'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기에 

그들은 철학적, 학문적, 정치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공부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하는 종말의 모습은 

자연재해나 기술의 진보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서 도덕이 붕괴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들의 시를 살피며 지금의 모습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하는 종말의 모습인 것 같아 섬뜩합니다.




달에 최초로 도달한 아폴로 11호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 하늘을 누빈 태양신 아폴론에게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기원전 776년 제우스를 기리기 위해 시작된 

스포츠 제전 '올림피아 경기제'는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으며,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으로 유명한 신도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인이 아니라도 미디어에서, 

생활 속에서 그리스 신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리스 신화나 그리스 신을 

반만 알고 있다고 이 책에서 꼬집습니다. 

제대로 알려면 유럽인들의 생각하는 그리스를 알아야 한다고요. 

<그리스 신들은 왜 종교가 되지 못했나>를 통해 

현대인의 시각에서 그리스인의 문화와 신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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