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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기억하는 인간 ㅣ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평점 :

EBS 지식채널 e는 세상 곳곳의 다양한 테마 아래 우리가 알고 싶은 이야기,
알아야 할 이야기를 엮어 '살아 있는 지식'으로 전합니다.
2005년 9월 5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년간 2,500여 편이 방송되었지요.
5분의 영상 속에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들을 담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아왔습니다.
책으로 만나는 지식채널e는 각 권마다 '오늘'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이제까지 다룬 방송 편들을 시리즈로 엮었습니다.
<지식채널 X 기억하는 인간>은 내일을 위한 기록을 남기는 호모메모리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 나치는 말했습니다.
"너희와의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아무도 살아남아 증언하지 못할 테니까."
전범 재판에서도 그들은 사실을 부정하고 기억을 조작했습니다.
수용소에서 생환한 뒤 화학자로 살았던 프리모 레비는
살아남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생존자의 의무는 기억하는 것'이었으므로 증언으로써 악몽 같은 현실에 맞섰습니다.
수십 년을 이어갔지만 그것은 몹시 잔인한 의무였고,
기억하는 내내 아우슈비츠의 폭력과 고통이 되살아났습니다.
'가장 믿을 만한 홀로코스트의 증언가'가 되어
그 증언은 마침내 '살아남은 자의 수치'에까지 이릅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수감번호 '174517'. 프리모 레비의 묘비에 새겨진 마지막 증언입니다.

실패는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를 줍니다.
실패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이 배울 수 있는데, 실패를 면밀하게 분석하기 때문이죠.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가 발생한 경위와 원인을 상세히 분석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당연하고 필수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실수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수를 안전하게 거론할 수 있다면, 실수를 보고할 가능성이 커지고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실수를 공유하면 더 큰 실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본은 다른 나라의 재난을
전문가 17명에게 의뢰해 1년간 분석한 후 실패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는 다른 실패 보고서들과 함께 '실패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일본 지하철에 양방향 피난로 확보 개선과 구조물 전체를
불연재로 교체하는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
교사 11명, 일반인 희생자 43명의 삶의 기록을 보관한 곳입니다.
4·16기억저장소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기록을 미래 세대에 전달해
지속 가능한 안전 사회를 건설하고,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많은 시민이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점차 희미해지는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날 수 있습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희망이 됩니다.

이스라엘, 아시아, 아프리카, 아일랜드 이민자는 영국 사회의 19.5%를 차지합니다.
이들은 200년 동안 영국의 일부분으로 영국의 역사를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나 영국 교과서에 이들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8년 대영박물관은 이민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이해하기 위한 무빙 히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개인과 지역을 중심으로 이민자의 기록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전역에서 모인 20만여 개의 이야기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모두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다. 모두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그들의 기록은 이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관찰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와 과학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관찰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들에게 해줄 것이 없던 선생님은 자는 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누군가는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관찰하고, 누군가는 길고양이의 삶을 관찰합니다.
이것은 모두 이웃과 자연, 주변을 이해하고 공존하려는 따뜻한 의사소통의 시작입니다.
관찰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지식채널 X 기억하는 인간>은 존재의 기록/선택의 기록/희망의 기록/우리의 기록으로 나뉩니다.
아우슈비츠의 증언, 일제의 강제노동에 동원된 사람들과 관찰자의 증언,
5·18민주묘지에 유일하게 잠든 외국인 기자의 외침, 모두가 같이 꾸는 꿈인 레넌 벽,
미투 운동, 기록의 사유, 실패 박물관, 내부고발자, 제주 4·3항쟁, 4·19혁명, 프린키피아,
지구의 타임캡슐, 문화재가 된 기록, 6·10민주 항쟁, 4·16기억저장소, 아파트 키즈, 위키백과,
다문화 사회, 이상한 레시피, 소방관의 그림, 치매 기록 등 다양한 기억과 기록이 실려있습니다.
읽으면서 기억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기억은 기록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은 희망이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