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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저자 조너선 앨드리드 씨는 케임브리지 이매뉴얼 칼리지 부속 경제연구소
소장 겸 선임연구원이며 같은 대학 토지경제학과 강사입니다.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은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경제학의 윤리적 기준에 관심을 두고, 강의하며 논문을 발표하는
저자의 연구 성과가 집약되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 속속들이 침투한 경제 이론의 오류를 낱낱이 밝히면서
인간을 위한 진정한 경제학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경제학은 우리의 선택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 같답니다.
게다가 경제학은 우리가 마음에 품고 있는 의문만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답도 경제학에 근거한 도덕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경제학 개념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우리의 세계관은 경제학적 개념과 가치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경제학 이론은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범위를
크게 제한합니다.
현대 경제학을 우리의 방향타로 삼으면, 다른 문제를 볼 수 없어요.
우리 사회를 바꾸려면, 간단히 말해서 변화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우리 사고방식이 얼마나 억눌려 있는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1950년대 초, 소련과의 핵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 전략을 개발할
수학자와 과학자를 고용한 싱크탱크였던 랜드 연구소는
한국전쟁이 막 시작된 뒤였고, 냉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때였습니다.
핵전략 테크놀로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미군 장성들은 원자 폭탄만이 아니라
레이더에서 장거리 미사일까지 최신 무기를 최적으로 배치할 방법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이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모든 핵전략화를 위한 지적인 틀은 '게임 이론'이었습니다.
게임이론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랜드 연구소에는 완벽한 도구였지요.
게임 이론에서는 인간은 순전히 이기적이고 과도하게 합리적이라고 가정합니다.
또한 의사결정에 관련한 모든 정보는 물론이고 완벽하고 철저한
계산 능력과 논리적인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게임 이론은 현실 세계의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외부자가 앞으로 일어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효용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이론은 다양한 선택의 역사적 맥락에는 관심이 없고
선택의 결과나 성과에만 관심을 둡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 치킨 게임, 제로섬 게임 등이
게임 이론을 포함합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누구도 믿지 않는 것이
제일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경제학과 일반 대중의 관계가 더 동등해지려면
경제학이 더 완전하고 현실적인 모습의 인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경제학과 경제학자에게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첫째, 경제학자는 더 쉽게 소통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 이유까지 설명하는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경제학자는 자신의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판단을
솔직하고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셋째, 경제학자가 정말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오만함을 버리고 자신의 조언에 책임지는 동시에
실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경제학 교육 과정을 개혁해야 합니다.
그러면 평등의 경제학이 실현될 수 있을 겁니다.
장하준 교수의 추천이라는 말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읽게 된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21세기에 우리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것이 정치사상일까요,
경제 이론일까요?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에 민주주의가 승리했고, 사회주의에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간단한 사실입니다.
그때 이후로 새롭게 등장했다는 정치사상이 있나요?
신보수주의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는 옮긴이의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경제에서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자유무역 등
우리가 많이 듣고 배운 개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정치와 도덕이 우리 세계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 50년간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어요.
과거엔 어리석고 나쁘다고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합리적으로 여깁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 우리 생각이 이렇게 달라졌나요?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에서 말하는 답은 경제 이론입니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경제학이 우리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