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을 읽다 - 고전을 원전으로 읽기 위한 첫걸음 유유 고전강의 1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유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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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자오 씨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인문학자입니다. 

타이완 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뉴스 전문 라디오방국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며, 

일반 대중을 상대로 10년 가까이 서양 고전 강좌를 진행해 온 참여형 인문학자입니다.

<종의 기원을 읽다>는 5주에 한 권씩 읽는 커리큘럼 강좌인 '청핀 강좌'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고전은 가장 많이 이야기하면서 가장 적게 읽힙니다. 

그 이유는 고전으로 인정받은 책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 고전이 영향을 끼친 시대를 산 사람들은 그 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갖가지 방식으로 그 책을 인용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고전은 끊임없이 인용되고 이야기되어 

특수한 지위를 획득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에게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느끼게 하고 믿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필독서'이죠. 

한 사람이 평생 읽을 수 있는 책은 겨우 3천 권에서 4천 권밖에 안 된답니다. 

따라서 어떤 책을 먼저 읽고, 어떤 책을 나중에 읽을 것인지를 필연적으로 선택해야 하죠.

이때 판단 기준을 중요성에 비춰 본다면 반드시 고전을 먼저 읽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 주고 

이 세계를 이해하게끔 새로운 자유를 가져다주는 고전을 읽는다면, 

그런 책을 읽지 않으면 절대로 향유할 수 없는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종의 기원]은 다윈이 1859년 말에 출간한 책입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제1부는 1장~4장까지이며, 

'종은 변화한다'라는 기본 개념을 확립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서양 역사를 이해하려면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 

기독교와 기독교회입니다. 

다윈이 살던 시대까지도 교화나 대다수 사람은 자연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자연은 하느님의 천지창조 때 창조되어 자연이 변화한다는 가설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15세기부터 발달한 해상 탐험 및 이와 관련된 지리상의 대발견은 

유럽인들이 보지 못한 다양한 화석과 생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동식물은 중남미에서 온 것과 달랐고, 중남미도 본토 육지의 동식물이 

주변 군도의 것과 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유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생물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다윈은 '종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란 물음에 해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찰스 다윈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그의 조부인 이래스머스 다윈입니다. 

그가 1801년에 쓴 [주노미아]는 "생물은 처한 환경에 적응해 변화를 일으킨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라틴어로 쓰인 린네의 논문 가운데 80%를 번역해 '린네의 분류학'을 

영국에 소개한 인물이며,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 영향을 받았다는 

시집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찰스 다윈은 조부의 어깨 위에 서서 

자신의 업적을 이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의 기원]을 읽을 때 항상 창조론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윈이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무엇을 우선순위로 언급했는지, 

무엇을 자주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두 그가 '창조론'이라는 적수를 물리치려 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윈이 처음으로 진화와 자연선택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킨 시기는 1838년입니다. 

그는 그해부터 이 생각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으나 

그 후 21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서야 [종의 기원]을 출판했습니다. 

왜 다윈은 원고를 작성하고 기본적인 이론을 확립했으면서도 발표를 미뤘을까요? 

공교롭게도 그가 선택한 주제는 이 세상에서도 매우 견고하고 뿌리가 깊이 박혀 

흔들리지 않는 영역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이 세계의 고정관념과 정식으로 대결하는 시간을 늦춘 것입니다.



서양 사상의 기저에는 매우 중요한 '이원론'이 깔려 있습니다. 

어떤 사물의 원형 또는 본질을 찾으려면 먼저 무엇을 말로 분류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작업을 거쳐야만 비로소 모든 사물의 본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양 사상의 논리에서 분류라는 작업이 이처럼 핵심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서술인 동시에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분류 개념 속에서 말이라는 범주가 성립되면 우리는 이러한 말을 지목한 다음, 

공통된 특징을 서술합니다. 이것이 말의 본질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말의 공통된 특징을 서술했을 때, 그 서술 자체는 다시 규정이 됩니다. 

이러한 말을 본 다음 이 동물을 '말'이라고 지칭하고 

다시 공통된 특징을 서술함으로써 서술은 정의가 됩니다. 

따라서 분류의 배후에는 '정의식 사고'라는 사고 패턴이 미리 장치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이 무엇인지를 물을 때는 그것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캔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계에 1만 종이 넘는 생물이 발견되자, 이 많은 종의 본질을 완벽히 파악하고 

이 방법으로 세계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윈은 사람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생물 세계를 관찰했습니다. 

먼저 개체를 본 다음 그 안에서 종의 집합을 찾아냈어요. 

그는 먼저 차이점에 주목하고 이 종이 저 종과 어떻게 다른지를 기록했습니다. 

원래의 출발점과 전제를 뒤바꿈으로써 다윈은 당시 생물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종의 기원] 7~9장에서 그가 설정한 독자는 생물학을 연구하는 동료들이었습니다. 

이 세 장은 [종의 기원] 재판 이후에 수정된 내용으로, 

당시 생물학자들이 초판을 보고 가려낸 중대한 오류를 해명한 것입니다.


진화론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된 데에 

생물학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진화론의 해석을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또한 20세기 이후에 인류 사회에 나타난 대부분의 현상, 또는 20세기에만 존재했던 

현상을 단순히 진화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진화는 역동적입니다. 진화는 길이 아니라 범위입니다. 

이 범위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여러 가지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범위를 벗어나기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국 진화가 그려 낸 범위가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넓은지 좁은지, 또 경계선은 어디인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종의 기원]은 특별합니다. 

하지만 원서를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종의 기원을 읽다>로 시작하길 바랍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배경 설명 덕분에 찰스 다윈의 이론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왜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책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윈과 진화론을 공부하는 첫걸음으로 <종의 기원을 읽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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