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김라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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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생각해 본 적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살지요, 저자처럼요. 

모범생이었고 자랑이었던 아이가 자퇴한다고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겠죠. 

이제까지 큰 문제없이 잘 크고 잘 따라준 아이가 그런다면 

더욱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을 겁니다. 

강남에서 살고,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했던 저자의 이야기,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 한번 보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딸아이가 고등학교 자퇴를 선언합니다. 

이미 아빠와는 이야기가 끝났다고 합니다. 

엄마인 저자는 상의도 없이 통보하는 식으로 말하는 이 일에 순간 멘붕이 올 수밖에 없었어요. 

저자는 자퇴를 말한 큰 딸 아래로 중학생, 초등학생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과외 선생, 학원 인기 강사, 강남의 학원 원장으로 성장한 워킹맘이기도 했습니다. 

결혼 이전부터 십 대 청소년들을 수십 년간 가르쳐 왔고, 가르쳤던 저자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지요. 

자퇴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자는 지독한 마음고생과 

자궁 내 혹으로 인해 위험한 고비를 겪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멈추면 비로소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에 적었습니다.



자퇴 후 딸과 엄마가 좌충우돌 생활이 2장에 나옵니다. 

자퇴할 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계획했던 대로 안 되고, 

그로 인해 아이는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렇게 다시 갈등은 시작됩니다. 

엄마의 잣대로 정해진 행복의 길을 가지 않는 아이라 더 위태해 보여 

불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행동을 뿌리칩니다.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가 생기고 멈이 들죠. 

경험이 없는 첫아이라 실수투성이고, 아이와 함께 가슴 앓이를 겪습니다. 

서툴러도 시행착오를 겪어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단념할 수는 없는 게 모성애이니깐요. 그렇게 다시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3장부터는 큰 딸의 어린 시절이 나옵니다. 

엄마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오고, 잘 해내서 더욱 자랑스러웠던 딸이었습니다. 

첫아이를 입학시키고 학교의 수많은 학부모 활동을 보며 놀랐대요. 

엄마들의 시간 봉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한 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도 없으니깐요. 

그나마 지금은 전문 인력을 사용하는 등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한 일입니다. 

체험학습도 엄마들의 커뮤니티에서 조를 짜서 진행하고, 

영재교육원 준비부터 중학교 입시 수행 역시도 엄마들 주도로 하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만 할 뿐 말을 할 수는 없었답니다. 

특히 고등학교 준비하는 중3 때 

딸아이와 예전 초등 영재 교육원에 같이 보낸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대요. 

중3 기말고사 이후 논술 수업과 인문과학 독서록을 대비한 그룹 수업을 한대서 

참여를 했답니다. 딸아이를 비롯한 네 명의 여학생이 꾸려졌는데, 

강남의 내로라하는 전교권 학생들이었대요.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해 대치동 입시 학원 커리큘럼들을 모두 꿰고 있고요. 

일주일 내내 빼곡히 아이들의 학업 스케줄이 정해져 있었으며, 

명절이 낀 연휴나 학교 재량 수업일 등으로 적게는 3~4일, 많게는 일주일 휴일이 생기면

그 기간에 단기 특강을 찾아 아이들 스케줄에 넣는 열성을 보이는 엄마들이었습니다. 

같이 할 시간을 정하는데 결국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 일요일 새벽 6시로 정해졌다네요.


이렇게만 읽으면 엄마들 때문에 휘둘리는 아이들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하게 너무한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 부모 세대가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래서 지금의 기득권을 가졌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도 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학부모도 아이들도 자신의 의지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유행가처럼 피, 땀, 눈물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고 믿는 기성세대의 가치관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학생 자신도 원하고 갈등 없이 잘 받아들여지면 

그들의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이 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됩니다. 

판검사가 되고 과학자가 되고 의사가 되는 최고 엘리트 코스는 

공부 천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을 넘는 비범한 노력과 시간 투자가 만드는 자리입니다. 

스스로 겪어보지 않고 비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이런 거 저런 거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선 

자신만의 철학과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습니다. 

경쟁을 뛰어넘는 온리 원(only one)이 되도록 미래도 아이가 직접 그리게 해야 합니다.

적성과 흥미는 다릅니다. 

적성은 어떤 분야의 재능이라 남들과 동일 선상에서 같이 달려 

누구는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해도 얻는 성과가 없지만, 

누구는 아주 적은 노력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남깁니다. 

본인에게 딱 맞는 옷, 편한 옷처럼 일에서도 편한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입니다. 

반면에 흥미는 말 그대로 관심사입니다. 

보는 것이 즐겁고 하는 것이 즐겁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그것은 취미 생활에 불과한 것입니다. 

적성과 흥미에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전문성이 생깁니다. 

진료 교육의 핵심은 적성과 흥미와 동기 부여,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추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이의 잘나가는 학교생활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즐거워했대요. 

아이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가려 하자 절망했답니다. 

아이 인생의 흠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내 인생의 흠이라고 생각했고, 

아이에게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말해놓고 내 뜻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나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좌절한 것이래요. 

아이는 엄마의 분신이 아닙니다. 아이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주인입니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다른 이에게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도요. 그동안 저자는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살았는지 깨닫고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했습니다. 다른 누구의 무엇도 아닌 오직 나 스스로의 인생을요.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에 관해 조언하고 격려하며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참고 견디는 인내가 아닙니다. 

아이가 잘 헤쳐 나가면 그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며 손뼉을 쳐 주고, 

실패하면 돌아와 쉬며 위로받을 따뜻한 쉼터가 되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언제라도 사랑으로 지켜만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아이의 인생은 아이가 살도록 해야 합니다.


엄마들의 함정은 내 아이가 되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협소한 틀에 갇힌 착각이란 것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사회성이 좋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말을 잘 듣는다고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핵심을 제대로 짚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의 성공을 원한다면 그 성공이 무엇일까요? 아이가 돈을 잘 벌기를 원하는 건가요?

아이가 사회적으로 훌륭한 위치에 올라가기를 원하는가요? 

아이가 유명해지기를 원하나요?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아이를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그런 훌륭하고 성공한 자녀를 두고 싶은 

나를 위한 것인가요?




어느 날 고등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주위를,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에도 자퇴한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대요. 

성공한 자녀 교육서만 있고, 거기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돌발 상황에 관한 이야기도,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성장 이야기도, 

아이와 함께 그리는 미래도 없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의 방황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그 기록이 되기로 결심하고,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나온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는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같은 학부모로 더욱 값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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