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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누가 봐도 똑똑한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개인적인 일에서 실수를 한다면 본인과 주변에만 피해를 끼치지만,
공적인 일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의사의 오진으로 인한 환자가 잘못된 경우,
범인으로 오인해서 몇 십 년의 형을 사는 경우 등 황당하다 못해 억울한 일들을
다룬 TV 프로그램에서 한번쯤 보았을 겁니다.
도대체 이런 실수는 왜 일어나는 것인지, 인간의 두뇌와 신체, 행동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이
<지능의 함정>에서 밝혀줍니다.

지금의 성인이라면 한번쯤 해봤던 일명 'IQ 테스트'는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 터먼은 암기, 어휘력, 공간 논리 사고력 등
몇 가지 추상적인 학구적 특징이 모든 사고의 바탕이 되는
타고난 '일반 지능'을 나타낸다고 굳게 믿었으며,
성장 배경이나 교육과는 무관한, 주로 타고난 이 특성은
학교, 대학, 직업, 수입, 건강과 행복에서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터먼의 연구는 이후 표준화된 테스트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요즘에는 이걸로 아이들을 평가하진 않지만,
우리 교육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터먼이 개발한 테스트에 반영된
좁은 범위의 능력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집니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지능을 왜 이런 식으로 정의하게 되었으며, 그 정의가 포착하는 능력은 무엇이고,
그 정의가 놓친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IQ 테스트든, SAT든, GRE든 그런 측정법이 복잡한 정보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정신 능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부분을 반영합니다.
문제는 그런 척도가 그 사람이 가진 지적 잠재력의 전부인 양 그것을 지나치게 신뢰하면서,
그 점수로 나타낼 수 없는 다양한 행동과 성과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든 IQ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낮은데도 업무 성과는 더 높은 사람,
지능은 높지만 두뇌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는 창의력이니 지혜로운 전문적 판단이니 하는 자질은
숫자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과거 심리학자들은 학습을 네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생초보는 무능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즉,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능력 부족을 깨닫고, 실력을 쌓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데,
무능을 의식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더 노력하면 드디어 능력이 생기고,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릴 때는 많이 생각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해에 걸친 훈련과 현장 경험이 쌓이면 결정이 제2의 천성이 되고,
이때는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발휘합니다.
전통적으로 이 지점을 전문성의 정점으로 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때 일종의 '한계'에 도달하고, 전문성 편향의 결과로
결정의 정확도가 정체될 수 있습니다.
이 한계를 깨려면 마지막으로 능력을 성찰하는 단계, 즉 '성찰 능력' 단계가 필요합니다.
느낌과 직감을 살피고 그것에 휘둘리기 전에 거기서 생기는 편향을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벤저민 프랭클린의 심리 대수학, 나와 거리 두기, 마음챙김,
성찰적 추론, 내 감정을 깨닫고 내 직감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전략을 사용하면 오보에 휘둘리지 않게 되고, 더 지혜로운 견해를 가지게 됩니다.

유익한 어려움은 학습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악기 연주 같은 운동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흔히들 악기 연습은 수양과도 같지만 반복적인 일이어서 완벽에 가깝게 연주할 때까지
악보 몇 마디를 오랜 시간 반복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요크 부부의 연구 결과, 서로 다른 여러 부분을 몇 분씩 번갈아 연습할 때
효과가 좋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같은 부분으로 돌아올 때마다
기억을 새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 연주 자체의 변동성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연주와 학습은 매우 달라 보이지만, 미묘한 변화와 복잡성을
학습에 의도적으로 끌어들인다는 철학은 어떤 상황에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집단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직원들이 단지 똑같은 행동을 끝없이 반복하기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미리 대책을 세우고, 새 아이디어에 열린 태도를 보이고,
모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수를 찾아내 교훈을 얻게 하는
'집단적 마음챙김'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능의 함정>은 똑똑함과 어리석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IQ =스마트'라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통적 의미의 지능이 아니라
'증거 기반 지혜'라는 새로운 사고 능력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첨단 기술이나 보건 의료 분야 같은 분야에서는 큰 진전을 이루었지만,
기후변화나 사회 불평등 같은 심각한 문제에서는 해결책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나타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좀 더 지혜로운 논리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우리 한계를 인정하고,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인내하고, 여러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다양한 전문 영역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필요한 사고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는 갈수록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전문가의 말이라고 믿기보다, 자신의 전문분야라고 옳다고 주장하기보다
어리석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균형 잡힌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이끄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