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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클래식 오디세이 8
조지 오웰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9년 7월
평점 :

한 번은 들어본 <1984>. 꼭 읽어야 할 고전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못 읽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다상 클래식 오디세이 시리즈'에서 출간이 돼서 운 좋게 읽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사는 세계는 사회주의, 실상은 전체주의 체제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윈스턴이 살던 런던은 영국 사회주의로 되어
'빅 브라더'라는 절대 독재가 모두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방에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지금의 CCTV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이 텔레스크린에선 끊임없이 체제를 옹호하는 방송이 나오며, 수신이 가능한 기계입니다.
이 금속판의 영향력 안에 있는 한, 모든 행동과 소리는 감지됩니다.
하지만 언제 감시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단지 추측만 할 뿐입니다.
진리부라는 건물은 지상에 3천 개의 방이 있고
지하에도 그와 비슷한 개수의 방이 있는 피라미드형 건물입니다.
이런 거대한 건물이 세 동 더 있는데, 이 건물들은 정부기관이 들어서 있는 청사입니다.
그 안에는 보도/연예/교육 및 예술을 관장하는 진리부,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애정부, 경제 문제를 책임지는 풍요부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죄수는 언제, 누가 감시하는지 모르지만, 감시한다는 것은 압니다.
그래서 간수가 진짜 감시하지 않고 있어도 죄수가 알아서 몸을 사리게 되는 형태가 감옥입니다.
우리도 거리나 엘리베이터, 건물에서 CCTV를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래서 그런 점을 문제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1984>의 현실은 내 방에서도 누가 감시하며, 이웃도 나를 감시하고,
고발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가 아닌 표정이 이상해도 표정죄로 잡혀 들어가고,
이상한 신발을 신었다고 적의 끄나풀이라며 신고해도 정부가 잡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접한 세상이다 보니 이런 세상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아이들을 야만인으로 길들여,
당의 강령에 어떤 반발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당과 관계되는 일은 무조건 찬양하도록 만듭니다.
군가, 행진, 깃발, 모의 총훈련, 빅 브라더 숭배 등은 그들에게 영광스러운 놀이입니다.
아이들의 잔인성은 외부로 향했는데
그 대상은 국가의 적, 외국인, 그리고 반역자, 파업자, 사상범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들을 잡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감시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부모도요.
이제 서른 살 이상 된 부모들이 자식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자질하는 아이가 부모가 나누는 위험한 대화를 엿듣고
사상경찰에 고발했다는 기사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신문에 실립니다.
그리고 빅 브라더가 예전에 말했던 내용이 나중에 틀린 것으로 판명되면,
옛 기사를 현재 사실에 맞게 고치도록 진리부 소속 사람들에게 일을 줍니다.
그래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란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언어인 신어도 정부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수십, 수백 개의 낱말을 없애고
반대거나 더 좋은 의미는 원래 단어에서 un을 붙이거나 plus, 혹은 double를 붙여서
언어를 간단히 하는 작업을 합니다.
이런 신어를 만든 목적은 사고의 폭을 좁히려는 데 있으며,
특히 사상죄를 범하는 것을 철저히 막기 위해서랍니다.
필요한 모든 개념은 한 마디로 정확하게 표현될 것이고, 그 의미는 엄격하게 제한되며,
다른 보조적인 의미는 지워지면서 결국 잊히게 됩니다.
언어 혹은 좁은 의미로 낱말은 그 의미를 앎으로 사고가 넓어지게 되는데,
<1984>에선 낱말을 없애서 인간이 사고하는 것 자체를 막도록 합니다.
<1984>는 인간의 기억이 날조되고, 감정도 말살되고,
어찌 보면 하나의 기계처럼 되어버리는 독재주의, 전체주의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이 나오기 전 조지 오웰은 1945년 시대상을 풍자한 우화소설
"동물 농장"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스탈린 체제와 영국의 정치 상황을 풍자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1946년부터 <1984>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가상의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기억과 사고를 하는 마지막 인간의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의 자유가 얼마나 축복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종 우울한 분위기고 결말이 비극이라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소설 속 시대가 우울하기 때문이며 작가가 의도한 바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의 문학이 바로 디스토피아 문학이죠.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문학을 읽다 보니
지금 사회에도 그런 면모는 없는지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