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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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독립 권장 에세이라는 소개 글과 함께 제목마저 특별합니다.

<이십팔 독립선언 잘못 들으면 살짝 욕처럼 들릴 수도 있는 나이 28세.

낭랑 18세는 학생으로 뭔가 풋풋하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그러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고민하고 꿈꾸는 나이죠.

그에 비해 28세는 성인이 된 지 8년이 지나, 대학생이던 신분도 졸업했고,

남자라면 군대도 갔다 왔을 정도의 나이로 몸도 마음도 완전한 성인이다 볼 수 있습니다.

여자 나이 28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이로 능숙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사회물을 먹은 시기이고,

남자 나이 28세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던가, 시작하려고 준비 중인 나이일 겁니다.

그래서 지은이는 딱 꼬집어 이 나이를 정했나 봐요.

만 28세인 저자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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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하철 좀비' 아니면 '은행의 노예'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이렇게 쉽지 않다.

부동산 거품이니 뭐니 뉴스에서만 보던 어른들의 세계가 그제야 피부에 와 닿았다.

대학 졸업 후 앞가림은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방 한 칸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니 대통령부터 부동산 아줌마까지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생활의 기본 요소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

그걸 선택하는 게 이렇게 큰 욕망이 되어야 하나 싶다.

-본문 中

 

그래서 요즘은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같이 사는 성인 자녀들도 많다고 합니다.

본인이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자신의 직장과 부모의 집이 같은 지역이거나

비슷한 지역에 있으면 가능한 얘기겠죠.

수도권과 지방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독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면 은행의 노예가 되는 거죠.

대학을 다니며 학자금 대출로 이미 은행의 노예를 경험했다면

자신이 사는 공간을 갖기 위해 또다시 은행의 노예가 됩니다.

물론 은행의 노예도 아무나 되는 건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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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역시 세상에 '절대'는 없었고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더더욱 없었다.

지지부진한 끝 중에서도, 진짜 끝이 있었다.

사랑과 정을 칼같이 나누다 헤어졌고,

사랑과 정이 다른 마음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만났다가,

사랑은 정과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헤어졌다. -분문 中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다고 말하지만,

이별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은, 그것이 연인이 되었던 부모가 되었던

자녀가 되었던 반려동물이 되었던 헤아릴 수 없이 슬픈 마음이겠죠.

하지만 100세 인생을 살아가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다면

그 얼마나 지루할까요.

살면서 괴로운 일도, 화나는 일도, 슬픈 일도 있기 때문에

기쁜 일이 더 기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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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후에 내 물건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나만의 물건으로 채워 나가면서 집은 그렇게 아지트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내 집의 모든 물건은 나만을 위한 것이다.

 

혼자 사는 집은 위대했다.

타인과 철저히 단절된 공간은 상상 이상으로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동굴에 들어와서야 나는 나를 더 드러낼 수 있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면 최고의 환경이겠고. -본문 中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저는 그래서 철이 늦게 들었나 봅니다.

아직까지 철도 다 들지 않았고요.

그렇다고 일찍 결혼한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내 내면을 마주할 시간이 적었고,

그만큼 늦었다는 사실에 아쉽네요.

그래서 나 혼자 집에서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전 독립이 내면을 돌아본다는 생각보다

결혼 전에 독립을 해서 자신이 챙기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함께 살면 본인이 집안일을 할 기회가 거의 없죠.

그래서 학생 때나 사회생활할 때나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독립을 하게 되면 공과금을 내는 것부터 집을 치우고, 유지하는 등의 일을 본인 스스로 하게 되죠.

오롯이 나 자신을 책임지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고 독립의 의의가 아닌가 싶어요.

독립한 후에 힘들어서 다시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독립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대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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