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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몰랐다
하승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었던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작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삶은 새로움으로 시작해 곧 익숙함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오랫동안 익숙해진 채 잊고 살았던 소중한 이름들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은 세월에 발을 맞춰 서서히 멀어져간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겠다.
후회를 하면서도 또다시 그런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작가 자신이 밉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의 곁에 남아 소중함을 안겨주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익숙함에 안일하게 대했던 것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에세이집이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에 시선을 두고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왠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와 닮은 구석이 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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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지닌 에세이라 그런지 술술 잘 읽혔다.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드는 글씨체로 인쇄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소 글을 읽는데 쓸쓸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차츰 갈 수록 저자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는데,
나랑 비슷한..? 닮은 구석이 많다고 해야 하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나도 느꼈던 감정이라 그런지 덩달아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거의 이정도면 내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아니면 어쩌면 저자랑 나랑 MBTI가 같다던가...?!?!!? 막이래 )
그 중에서도 좀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와의 대화를 적은 에피소드였다.
일단 나의 경우에는 이렇게 용감하게 인사를 할 수가 없는데 저자는 용감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슬픈 눈빛을 읽어냈다는 게 신기하다.
( 자주 보는 얼굴들은 기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말걸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듯 ㅠㅠ )
하기사 그늘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에서부터 티가 나기는 하지만...
근데 아저씨 또한 저자를 기억했다는 점에서 신기했고,
( 누구여? 이러면 갑자기 대화가 종료되어서 머쓱한 채로 지나갔을 듯... ㅋㅋㅋㅋ )
저자의 말에 덤덤하게 자기 이야기를 막 풀어내는 아저씨가 뭐랄까...
저 사람도 과거에는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게 어려웠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웃으면서 다리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아저씨가 스스로 이뤄낸 성과가 아닐까.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으면서, 또 자신은 그냥 이런 것 쯤이야 하면서 이겨냈다는 것.
예전에는 걷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기는 잘 걷는다고 생각한다고.
상황을 탓하지 않고 이겨내신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또 저자에게도 일단 하고 싶은거 있으면 부딪혀 보라고 한 말이 진하게 남는다.
다들 뭔가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을 때 그런 말을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것 같아서.
분명 아저씨도 뭔가 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다리 때문에 포기한 게 있다던가
망설여 봤던 적이 있어서 그랬던게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그리고 저자도 약간의 우울함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글을 읽게 되면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독자들에게는 큰 힘과 위로가 된다고 말해도 되려나?
나만 그렇게 살아가는건 아니구나. 이 사람도 이렇구나.
그럼 이건 그냥 별거 아닌거네?
여러 사람들도 다 비슷하게 느끼는 거니까!
감정의 변화가 약간 이렇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느껴보거나 안고 가져가는 사람들은 그게 어떤건지 알기 때문에
글만 읽어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으로 이런 글을 썼는지
너무 잘 알겠어서 참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오랜만에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