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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블렌딩 - 어제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영진 지음 / 메이드인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떠밀리듯 살아가다 보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 대신 내 시간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시간을 지나가는 건 과연 누구일까?
분명 시계는 한치도 틀림없이 제 시간에 맞게 가고 있는데, 내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저자는 100년 이상 된 고서와 유물을 현재의 시간에 사진으로 담아내며
문득 어제, 오늘, 내일 사이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길을 잃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미해져 가는 과거에 다시 조명을 비추니 그럴듯한 현재가 되어,
생동감 있게 살아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을 글로 적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내 이 책을 엮었다.
현재를 기록했지만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사진과,
과거에서 왔지만 새로워진 전통 문양 일러스트, 그것을 우리 일상과 엮는 글을 모았다.
*
저자가 100년 이상 된 고서와 유물들을 사진으로 찍는 직업을 가졌다.
그래서 어쩐지 사진이 절대로 아마추어 같지 않더라니!!!
사진 보는 재미가 있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 책 전체가 사진으로 물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완전 잡지를 한권 보는 듯한 느낌. )
그런데 또 사진이 그냥 사진만 실을 때도 있지만,
뭔가 그림이 가미된 사진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고
몇몇 사진은 이게 사진인가 그림인가 정의를 내리기 애매할 정도로
그림도 많이 들어가있다. 참 신기한 기법이라고 생각된다.
따로 그림 작가가 책에 표기되지 않은 걸 보니 작가가 그린 듯 ?
책 겉표지에 적힌 글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 커피보다는 커피 마시는 그 시간이 더 좋은 거겠지 " 라는 말.
뭐 사실은 커피를 너무나 사랑하다못해 애증하는 나에게는 크게 공감을 할 수 없지만
결국엔 그 시간을 좋아하는 것도,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짐작이...
물론 누군가는 커피보다는 정말 일상 속에서 그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좋을 수도 있고.
여유롭지 않으면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니 말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저자가 혼잣말을 일기에 적은 것을 옮겨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말투가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편인데, 단순하면서도 은근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아무 생각 없이 늘어놓은 글 같다가도 다시 되새겨보면 조금은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글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다.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거의 사진에세이급인데
글을 더 읽고 싶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가진 묘한 매력의 글들 때문이 아닐까.
원래 이런 횡설수설한 스타일의 글은 많이 선호하지는 않지만
커피와 케이크가 주로 등장하는 글들이 묘하게 통통 매력이 튀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다양한 커피를 호불호없이 즐기는 구나 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도 보통 커피는 취향을 크게 안타는 편이긴 하지만
막상 카페에 가면 자연스럽게 시키던 것만 시키게 되는데, 저자는 꽤 다양하게 마신다.
어느 날은 아메리카노, 어느 날은 라떼, 어느 날은 난데없이 달고나라떼도 등장한다...!
꽤나 휙휙 바뀌는 커피취향. 그 커피를 마실 땐 으레 이런 글을 썼겠거니 짐작하는 재미도 있다.
약간 취향을 탈 거 같은 책이긴 한데, 제법 재미있게 읽은 책.
묘한 매력의 글이나 독특한 감성의 사진들이 담겨있는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추천하고 싶은 도서.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