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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오 옮김 / 하다(HadA) / 2019년 5월
평점 :
도련님, 의협심에 불타는 철부지 또는
순수함을 잃지 않고 세상에 맞선 이단아
『도련님(坊ちゃん)』은 나쓰메 소세키가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마츠야마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1906년에 잡지 『호토토기스(ホトトギス)』에 발표됐다.
도쿄에서 태어나 ‘도련님’ 소리를 듣고 자란 주인공은
실은 무모한 천성으로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나 다름없다.
물리전문학교 졸업 후 얼떨결에 시골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하게 된 주인공은
특유의 ‘대쪽 같은 기질’로 불의에 맞선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세상 물정에 어두운 도쿄 토박이 도련님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하며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에만 집착하는 교장 ‘너구리’, 속을 알 수 없는 엉큼한 교감 ‘빨간 남방’,
빨간 남방의 눈치나 살피며 알랑거리는 미술 선생 ‘따리꾼’, 군자 같은 영어 선생 ‘끝물호박’,
대장부의 기상이 돋보이는 수학 주임 ‘높새바람’ 등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과 집요하고 짓궂은 학생들,
그리고 도쿄 토박이 초임 교사 ‘도련님’이 좌충우돌하는 일화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과 풍자와 더불어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
*
사실 나는 일본문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번역체를 쓰다보니 아무래도 문장이 간결하게 끊어지고,
긴 문장을 한꺼번에 읽는걸 좋아하는 터라
읽으면서 툭툭 호흡이 짧아지는걸 잘 못 견디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의 이 도련님이라는 소설은 뭔가 편하게 읽혔고,
끊어지는 호흡도 나쁘지않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일본이름이 길면서 은근 헷갈리는 구석이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이름들이 등장하기 보다는 별명으로 나와서 더 읽기 편하고 인물 구분이 쉽게 지어져서 좋았다.
( 너구리, 따리꾼, 끝물호박, 높새바람, 빨간 남방, 마돈나, 등등... )
찾아보니 이 작가의 입문 소설로는 이 책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튼, 그렇게 읽기 시작한 도련님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어쩐지 주인공이 짠내가 폭발하는 느낌이였다 ㅜㅜ
부모마저도 사랑하지 못한 아들이라니,
사랑을 주었는데 그 사랑을 거부하고 사고를 치면 모를까
장난이 심한 아들에게 너무 부모들이 심한 말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ㅠㅠ
사실 사람이 성장하면서 가장 중요한게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식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도련님은 어긋날뻔도 했지만, 기요 덕분에 그건 면한 것 같은 상황들이 자주 등장한다.
" 기요 할멈은 가끔 아무도 없을 때 부엌에서
'도련님은 올곧고 품성이 착해요' 하고 칭찬하기도 했다. " - 13p
" 기요할멈에게서 훌륭하게 될거다, 될거다, 하는 말을 자꾸만 듣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역시 뭔가 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17p"
"'기요'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존경하는 할멈의 이름이야.
너희가 감히 함부로 불러선 안되는 고귀한 이름이란 말이다. -73p"
예를 들어 가족과 형이 자신을 무시할때에도,
기요만큼은 도련님은 성품이 곧은 사람이라고 칭찬해준다던가,
아버지와 형이 없을때 몰래몰래 먹을 걸 챙겨주고 용돈도 챙겨주는 걸 보면서
기요가 없었더라면 이 도련님은 정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를만큼 나쁜 길로 빠져들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 이미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장난을 치기는 했지만... 손가락 사건만 해도 ㄷㄷㄷㄷ )
그리고 기요할멈이 보내준 길고 긴 편지를 보면서 ㅠㅠ
이건 진짜 거의 어머니의 마음이구나 싶었다.
도련님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이래저래 돈을 많이 쓰실 거 같으니 자신은 괜찮다며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보내기까지 ㅠㅠ 감동 찌잉....
그리고 도련님의 순탄치 않은 학교생활을 보면서
이건 어쩌면 진짜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일이 아닐까-_-;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선생님한테 대드는 아이들이라니 ㅠㅠ
메뚜기 이불사건은 진짜 상상하면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징그러웠다;;;;;;;;
으 그거 잡아다 모아서 넣는 것도 일이다;;;
그리고 학생이나 선생이나 할 것 없이 도련님만 가지고 어떻게든 골려먹으려고
단체로 그러는게 너무 얄밉고 재수없었다 ㅠ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에 간 도련님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ㅠㅠ
심지어 먹는거가지고도 놀려 ㅠㅠ 왜!!! 먹고싶을 수도 있고 많이 먹을 수도 있지!!
근데 그만큼 그냥 무심코 하는 행동을 누군가가 지켜보았다가 소문내는게 한편으론 참 무섭기도 했다.
해학적인 소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씁쓸한 소설.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추천하고 싶다. :)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