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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였던 날들을 기억해요 - 우리였던 기억으로 써 내려간 남겨진 사랑의 조각들
박형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사각대는 바람 소리에도 휘청거리는
한 청년의 여린 감성으로 채워진 청춘의 아픔과 그 기억
이 책은 가슴 한 곳으로 쿡쿡 찌르면서 아려오는 슬픈 기억들로 조각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에세이다.
저자는 2014년의 기억을 지금껏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 기억은 눈부시게 환한 미소로 한 여인을 사랑했던,
동시에 이별로 인해 ‘우리’였던그 사랑을 이어가지 못했던 서사에 대한 시린 기억이다.
청춘의 통과의례인 이별의 아픔과 침잠은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일이지만,
유독 이 이야기가 아프게 전달되는 건 지은이 특유의 애달프고도 섬세한 감성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애상이 곁들여진다.
그는 헤어짐으로 인한 깊은 상실감으로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장막’ 안에 가두었다.
그 곳에서 그는 절절한 그리움과 후회를 파편처럼 되뇌고 또 쏟아내곤 했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수없이 변주되곤 한다.
환한 미소였다가, 흩어진 그리움이었다고, 쓰디쓴 상처였다가, 어느덧 희망이었다가, 칠흑 같은 어두움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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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본 영화와 연관지어서 쓰여진 에세이다.
당연하게도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에 좀 더 마음이 가는 편이였다.
신기하게도, 같은 영화를 본다 해도
이렇게 해석이 다를 수도 있고, 감명을 받은 부분이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역시 무엇이 됐든 해석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수꾼과 한공주라는 영화를 소개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극단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 이야기가 거의 주된 내용인데, 읽으면서 또 한 번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디선가 이렇게 고통받았을 아이들이 생각나서.........
딱 '한 사람'만 있으면 그렇게 비극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수꾼의 기태와 같은 경우에는,
동윤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면 기태는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기태에게 동윤이는 그런 존재 였으니까.
파수꾼을 봤을때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 모두의 마음이 다 이해가 가지만, 기태에게 몰입하게 되고
더 마음이 가고, 가장 안쓰러운 것도 기태였다. 항상 그랬다.
( 비극적인 선택을 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단 기태에게는 어머니가 안 계시고
무뚝뚝하고 자신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는 아버지와 함께 산다.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살아생전 아들의 친구들이 누군지,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침에 아들을 깨우지도 않고 덜렁 출근하기까지... 애정이 없는게 느껴진달까 ㅠㅠ
기태는 깨워줄 사람이 없어 허둥지둥 등교하며 지각하는게 일상인 외로운 아이였다.
남들이 당연하게 받는 관심과 사랑을 줄 사람이 없고,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는 것에도 서툴고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늘 그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워줄 '누군가'를 애타게 갈망했고,
기태가 가질 수 있는건 그저 친구뿐인데, 동윤이 너만 없으면 된다고 해버렸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기태역이 였던 이제훈씨가 연기를 엄청 실감나고 디테일하게 해서
기태가 느낀 괴로움과 충격, 상처가 고스란히 다 느껴지기도 했다 ㅠㅠ )
말하지 않아도 모든걸 다 아는, 희준이 떠난다고 해도
너만큼은 내 친구다 라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런 기태에게 ㅠㅠ 동윤이는 왜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는지........
이래서 말이란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뱉어버리면 끝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무게와 상처를 온전히 다 견뎌야 하고...
동윤이도 결국에는 몇 번이고 그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면서 후회하며 살 게 틀림없으니...
어쩌다보니 몰입해서 파수꾼 이야기로 가득해져버렸는데;
저자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맞닿은 영화 이야기를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에세이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