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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예리한 칼끝으로 정조준한 과녁,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이 가득한 우리 언어’
“우리의 언어 속에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확대,재생산하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그런 언어들은 대단히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강렬한 메시지로 전하는 우리 언어에 대한 ‘서릿발 비판’
이 책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차별과 비민주적 표현을 담은 단어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득하다고 강하게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언어 표현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은연중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한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이 저자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계기가 된다.
민주적이고 아름다운 가치를 담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의 이데올로기를 품고 있는 언어는 매우 위험하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낡고 차별적인’ 뜻이 강한 언어임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 언어로 쓰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오랜 기간 대통령 뒤에 붙었던 ‘각하’라는 경칭은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같았던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사실 봉건 신분사회의 귀족 호칭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고 천명한 헌법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단어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봉건 시대처럼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자는 반민주적 가치이다.
저자는 ‘대통령’ 이라는 단어 역시 헌법이 명시하는 민주적 가치를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게 거느리고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는 이 언어 표현은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봉건군주제의 왕처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을 사실상 강제했다고 볼 수 있다.
*
제목만 보면 굉장히 딱딱하거나, 아니면 지루한 인문학 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읽어보기 시작하면 꽤나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도서이다.
언어의 줄다리기- 단어가 하나 주어지고, 그리고 그 단어에 얽힌 에피소드가
풀어나오면서, 그 에피소드에서 다시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내용이 꽤나 넓은 범위에 걸쳐서 계속 이야기 해주고 있는데다가,
책의 두께가 굉장한 편이라서 ㄷㄷㄷ
흥미로운 에피소드 몇 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
일단 책 겉면에도 써져있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가 담긴 '기혼' 과 '미혼' 에 대해서.

이력서를 작성하다보면 결혼 유무를 묻는 칸이 나온다.
그리고 대개 그 칸에는 미혼 / 기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있는데,
결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기혼으로 속하는 것인가,
즉, 결혼을 했었지만 이혼한 상태의 사람은 기혼자로 적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러고보니 또 그렇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사실 결혼율이 낮아지고 있는 마당에
계속해서 일정한 이혼율을 유지한다는건 따지고 보면 그만큼 이혼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거다.
건수로 보면 확 실감이 나기도 하고 ㄷㄷㄷ

결혼을 했었는데 현재는 결혼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기혼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결혼상태가 아닌데? 라고 해석한다면 미혼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여기서 이제 이 사람은 혼란이 올 수도 있을 법 하다.
초점이 어느 상태에 맞춰져있는가도 모르고...
과거의 시점인지 현재의 시점인지 애매모호한 느낌이 든다.
( 책 뒤에서 밝혀지는 내용들을 보면, 일단은 현재의 시점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
그리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미혼'이라고 칭하는게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안할 건데 계속 미혼 미혼 하는 것도 뭔가 좀 그렇다.
게다가 분명 미혼이라고 서류를 체크해서 보냈을 경우, 면접때 단골 질문이 들어오게된다!!
" 애인은 있나요? 결혼은 언제 하실거에요? " 여기다 여자라면 몇 가지 질문이 더 추가된다.
" 애는 언제 가지실건데요? 자녀계획은요? 저흰 계속 일할 사람을 찾는데요. " 뭐 이런식 -_-
정말 미혼, 기혼의 칸에다가 다른 선택지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혼과 비혼...? 근데 이러면 또 이혼한 사람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만 같고,
비혼이라고 한 사람에게는 괜시리 또
" 정말 결혼 안해요? 입사하고 결혼하시면 어떡하실건데요? " 이럴것만 같다...
(+)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
어릴땐 면접 다니면서 인사팀이 말하는 거 보고 확 깨서 입사를 안했던 곳도 종종 있었는데,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무례한 질문은 물론, 저급한 농담까지 곁들여가며 면접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힌 자는 무슨 생각으로 앉혔을까...
아니면 그렇게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는걸 전혀 모르는 걸까?
사람이 너무 안 구해지거나 입사율이 낮은 곳은
인사팀을 한번 의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ㅡㅡ
(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모 기업이였다... )
*

또 여성들에게만 '여' 라는 성별을 항상 붙여왔기 때문에
여교사, 여검사, 여의사, 여교수, 여배우 등등의 단어들은 어색하지 않지만,
반대로 남교사, 남검사, 남의사, 남교수, 남배우 등의 단어들을 이야기 했을때 어색한 감이 있다.

그래서 표준국어 대사전에서 이와 같은 3음절 단어를 찾아보았을때,
여성을 의미하는 접두사와 남성을 의미하는 접두사가
서로 다른 생산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하게 되었다.
( 예시 : 남동생, 남사당, 남학생, 남학도 등등...
여가 붙은 단어들은 온갖 직업에 여만 붙이면 다 있다-_-; )
그래서 또 저자는 의문을 가진다.
언어의 세계에는 남교사라는 단어는 없는데 여교사라는 단어는 있고,
남류문인이라는 표현은 없는데 여류문인이라는 표현은 존재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여성만 성별이 특정되는 것일까?
꼭 하나의 직업이 남자에게만 국한된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이 할 때는 성별을 드러내야만 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오랜 시간동안 불균형 및 편견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래도 당연히 그 직업은 남자니까~ 하는 이데올로기가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딱 2가지의 에피소드만 소개해봤는데, 벌써 이렇게 할말이 줄줄줄 나온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몰랐던 정보에 대해서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도서이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드는데 이렇게 빨리 작업하고 마감한 적이 없다고 한 만큼
술술술 빠른 속도로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읽어면 읽을수록 '톺아보기' 에 앞장서는 도서가 아닐까 싶다.
* 리앤프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