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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박상아 지음 / 파우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참고 외면했던 내 마음이 내 몸에 화를 냈다.
공황장애라는 형태로.
숨 막히는 대중교통 출퇴근길과 누군가의 화받이로 전락한 직장생활 속에서도
‘나는 중요한 사람’이란 착각으로 버텨낸다.
광대처럼 웃으며 실제 감정은 뒤로 미뤄놓은 채 ‘이 정도면 괜찮은 인생’이라며 자기 최면을 건다.
스스로에게 혹은 가족에게 창피한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 구실 정도는 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매일의 삶을 그리도 촘촘히 엮어 짜내고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의 감정은 빼놓고서 말이다.
“참 다소곳하고 여성스럽네요.”라는 능란한 갑의 횡포에 길들여진 사회생활,
아티스트라는 꿈 대신 선택한 광고 아트디렉터라는 생업, 믿음을 져버린 연인 때문에 미래의 가능성까지 거세된 사랑…….
그 모든 것이 다 원인이자, 그 어떤 것도 직접적인 원인이라 단정 지을 수 없이 찾아온 마음의 병.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의 저자 박상아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공황장애를 안고 살아온 지 6년이 되었다.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숨이 막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점심에 먹은 것이 잘못되어 헛구역질 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의지와는 별개로 자신의 몸이 도마 위 횟감처럼 고통스럽게 펄떡대는 경험을 하고서야
그녀는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집힐 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6년 동안 그녀는 정신과 폐쇄 병동 입·퇴원을 반복했고,
정상인의 삶과 공황 상태의 삶에 발 하나씩을 담가 부자연스럽고 아슬아슬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글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렇게 공황을 겪고 있는 저자가 스스로를 위해 기록한 것이자,
그녀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마음을 별것 아닌 듯 대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
쓸쓸한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된 도서인데,
막상 책의 내용도 모르고 읽었던 터라 굉장히 놀랐다.
게다가 책 내용은 엄청나게 거칠다고 해야하나. 문체가 제법 거친 편이였다.
근데 또 이게 취향을 저격해서.............ㅠㅠ진짜 막힘없이 술술 읽어버렸다.
결국엔 나 또한 타인이기 때문에 저자의 고통이며
저자가 겪는 모든 일들을 전혀 짐작도 못하겠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느낌들이 약간 공감이 가면서 몰입이 엄청 잘 되었다.
저자에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였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이겨냈어야 했는데,
글을 쓰는 걸로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낸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글들이 어찌나 사람 마음을 푹푹 찔러대는지-
가끔 난 나의 우울함을 좀 좋아하는 편인데,
행복하고 즐거울때보다 살짝 우울할때 글이 제일 잘 써지기 때문이다.
( 아, 물론 나의 우울함을 좋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매우 오래 긴 시간이였다는걸 강조하고 싶다. )
저자도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 그때마다 그 떠돌아다니는 감정들을
붙잡고 글로 표현해내는게 조금은 좋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고 필요한 사람이라는걸 느끼지 않았을까.

마지막 문장이 너무 ..............
저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방 안의 먼지를 센다니, 책의 초반에 있는 글인데 진짜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살고 참고 참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저자.
( 몸이 이상신호를 보낸 적이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 일을 열심히 하면 공황장애 걸릴 틈도 없어 "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니..........
말을 저런식으로 밖에 못할까?
아니 애초에 저런 말을 꺼내는 의도가 무엇이란 말인가.
남의 고통을 어쩜 저렇게 감기같은 느낌으로 치부해버리다니...............
눈치, 공감능력, 배려, 위로, 예의도 없는 저런 말을....................
그리고 거기서 자신도 열심히 살았다고 소심하게 말하고 상처받았을 저자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ㅠㅠ

이 짧은 글도 참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음을 후벼팠다.
이건 짤막하게 딱 두 줄 써져있고, 나중에 정신이 드니 어머니가
자기 딸을 살려달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였는데
너무 마음이 아픈 것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도 종종 그러는데, 이런 저런 감정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몰려와서는 괴롭혀서 잠 못들고 뒤척이게 되는 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게되어 잠도 설치는 밤.
욕심도 많고 미련도 많아서 그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미련이 남는다.
그게 형체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