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극의 희극
이정원 지음 / 퍼스널에디터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벽형 아빠와 정 반대인 남자를 만나고 싶었던

작가님의 좌충우돌 결혼 생활을 위트 있게 담아 놓은 산문집이다.

​

​

그런 사람이 있다.

똑같은 얘기를 해도 더 흥미롭게 지루하지 않게 얘기하는 사람.

똑같은 글을 쓰더라도 표현이 재미있는 사람.

가벼운 것이 아닌 적당한 촌스러움과 넘치는 센스로 글에 활력을

불어 넣는 사람이 말이다.

이 산문집이 그렇다. 읽는 내내 괜히 웃음이 난다.

그 웃음은 단순히 재미있다의 웃음이라기보다는 공감의 웃음이다.

​

어떤 부분에서는 남편에게 공감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내에게 공감을 한다.

대부분 아내 쪽에 더 공감이 가지만 말이다.

살면서 부부간의 에피소드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대처하는 방식과 생각들은 어쩜 그리 비슷하게 닮았는지 ㅎㅎ

​

부부는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게 산다는 말이 있다.

싸우면서 정도든다는 말도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싸우지 않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살아보니 싸우면서 정이 드는 게 아닌 포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

가끔은 상대가 전혀 원하지 않는 배려를 혼자만 생각하고 행동하고

혼자 뿌듯해하는 어리석은 이들도 있지만 ..

​

자라온 환경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반대인 부부의 삶은

판타스틱하다. 그 안에서 내가 내려놓아할 것도 있고

상대도 내려놓아야 할 것도 있다. 서로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며 이해한다면 인생은 분명 희극이다.

​

전혀 맞지 않는 로또 같은 부부생활이지만 또 기대하며

설렘 하는 그리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삶은 그런대로 촌극이다.

​

이런저런 지나온 인생사를 가독성 있게 담아놓은 이 산문집은

누가 읽어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괜히 웃게 되는 작가님의 필력에 엄지척하며 읽게 되는 산문집이다.

​

-밑줄 긋기-

인생을 좌지우지할 큰 결정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살짝 미쳐있을 때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략) ..... 우리는 그렇게 강남 사람이 되었다.

100쪽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제는 함께 살아보기로 했다 - 트라우마와 삶 사이, 멈추지 않고 걸어온 기록
이안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아픔을 글로 읽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하며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나의 일처럼 기쁘고

감사하기도 하다.

​

엄마 아빠가 있고 쉴 집이 있는 아이.

하지만 지켜줄 어른이 없고 편히 잠잘 집이 없었던 아이.

늘 두려움에 떨며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작은 아이.

그 작은 아이는 자라면서도 결코 크지 못한다.

몸도 마음도 여전히 두려워했던 그때에 갇혀

도무지 나오지를 못한다.

​

왜 무서운 일들은 그렇게 겹쳐서 한 아이에게 집중되어야만 했을까?

집에서는 학교에서든 심지어는 그냥 누구나 걷는 거리에서조차도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범한 사랑을 하는 것도 왜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던 아이의 삶은

늘 혼자 버텨야 살아남았던 전쟁터였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기만 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안고 이제는

소중한 이를 지켜주는 삶을 살고 있는 작가를 가만히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혼자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글로 함께 나눠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거라고 또 다른 가스라이팅을 하지는

않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에세이다.

꼭 기적적인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혼자가 아닌 누군가 함께 지어주면

그 두려움은 함께 안고 가도 이제 더 이상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믿음이 회복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는 보호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 또한 안고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알기에 두려움 앞에서 물러나지 않는

용기를 얻고 살아간다. 그의 오늘을 매일매일 응원해 주고 싶다.

​

-밑줄 긋기-

과거가 다시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이겨내려고 하지 않았다. 단번에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현실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었다.

154쪽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녀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로마제국 전직 법학 교수인 로잰은 제자와 같은 리리와 함께

여행을 하던 중에 유난히 종교에 심취해 있는 마을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마녀재판을 앞두고 있음을 알게 되고 기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마녀로 구금되어 있는 앤의 변호인을 맡게 되었다.

무엇에 이끌림인지 모르지만 모든 상황이 그렇게 로젠을 몰고 갔다.

그렇게 로잰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실제로 14세기부터 17세기 유럽에서 행해졌던 마녀재판

그리고 수없이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던 슬프고도

잔인한 역사 중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제목은

왠지 시원한 사이다 한 병을 맛보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됐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다른 맛으로 독자의 허를 찌른다.

​

​

이 소설은 16세기 한마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곧 마녀재판을 받을 그녀 앤이 있다.

엄마가 마녀재판의 희생양이었으며 동네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름다운 앤. 그녀는 엄마가 죽은 후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마녀의 딸인 앤도 마녀일 확률이 크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교회에서 지내며 밤이면 갇혀있는 생활을 하던 그녀가

이제 마녀로 고발을 당했다. 그리고 그 고발 원인은 살해.

마술로 사람을 죽였다는 동네 사람들의 고발로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

앤을 살리고 싶은 로젠.

그의 눈에 그녀는 마녀가 아니었다. 그저 억울한 누명을 쓴

너무도 연약하지만 심지가 곧은 여자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논리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은 거 투성이다.

그저 눈에 가시인 앤을 어서 빨리 죽이고 싶어서 독기를 품은 모습들에

로젠의 마음은 더더욱 무겁기만 하다.

​

마을을 다스리는 영주도 석연치 않고 그들이 믿고 따르는

신적인 존재들도 오점투성이다. 분명 교회가 있지만

또 다른 신을 의지하며 무섭도록 집착하는 그들의 믿음은 이미 믿음이 아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뒤엎을 증거는 없다.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죽은 이의 무덤을 파야 하고

이들의 믿음을 이용해야 한다.

​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사건의 진행은 초반에 너무 느려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물꼬가 튼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면 숨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

이 소설의 반전은 사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번 운 눈치챌 수 있을지 몰라도 다시 시작되는 그의 반전은

아니 그들의 반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마녀가 될 뻔한 여자의 해피엔딩만을

생각했다면 이 소설을 만만히 본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마녀의 정체는 어쩌면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믿지 말 것!!!

​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반전의 반전을 맛 보여주는 소설을 읽었지만

이 소설은 단연코 모든 미스터리 추리소설 중 최고의 반전이었다.

​

-밑줄 긋기-

로젠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으로 사건의 전말을 들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뭔가 사건이 일어나면 앤은 마녀로 간주될 운명이었다는 것을.

127쪽

​

소녀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제 정체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로젠은 거기서 눈을 돌렸죠

저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도망친 거라고요"

35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담요 ㅣ 노는날 그림책 32
마리 도를레앙 지음,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토미는 겁이 많은 소년이었어요.

바람이 토미를 날려버릴까 봐 바람도 무섭고

토미를 쓸어버릴까 봐 비도 무섭고

어둠은 말할 것도 없었죠. 그런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토미는 다 무서웠어요, 그래서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답니다.

​

어느 날 토미는 천둥소리에 잠이 깨버렸어요.

그리고 너무 무서워서 얼른 숨었답니다.

그때 토미는 크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담요를 안고 있었는데

그 담요가 자기를 지켜주는 갑옷 같았어요.

그때부터 토미는 담요 없이는 어디든 갈 수 없는 아이가 돼버렸답니다.

​

토미는 학교에 갈 때도 운동장에 나갈 때도 늘 담요를 뒤집어쓰고 다녔어요.

담요 안에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거든요.

담요 안에 있으면 토미는 용감한 왕도 되었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토미는 고양이에게 쫓기는 작은 새를 보게 되었어요.

토미는 어떻게 했을까요?

​

사실 토미는 자기와 같이 힘이 없고 약한 것을 그냥 모른체하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용기 있게 행동하는 멋진 아이에요.

용기를 내고 한발 내디딜 때 진짜 멋진 세상을 만나게 되지요.

모든 것이 무서웠던 토미는 이제 모든 것이 다 좋아 좋아 좋아졌어요.

​

우리 아이들에게 애착 인형, 애착 담요 같은 것들이 하나쯤은 있죠.

그리고 그것들과 멋진 이별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의지하는

아이들도 종종 보게 돼요. 하지만 토미를 만나게 되면

용기를 가질 거예요. 그리고 멋지게 이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더 멋지고 재미있는 세상으로 용기 있게 나가는

우리 아이들이 되길 바라며 이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눈을 떠보니 병원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를 닮은 사람이 옆에서 나를 간호하는 걸 보니 엄마인듯하다.

그리고 엄마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으셨다.

엄마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

엄마께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주위에서 엄마를 이상하게 보는 거 같다.

함께 입원해있는 꼬마 아이도 그렇게 말한다.

"왜 언니 엄마는 우리 엄마 따라 해? 언니네 엄마 무서워"

엄마가 이상하다? 아니야... 아니... 엄마가 이상하다.

.

.

.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여자.

끊임없이 흉내 내고 되뇌고 연습해야 사는 여자.

엄마가 그렇다.

하지만 자신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딸 소영이가 이상한 거다.

엄마를 힘들게 하고 믿지 못하고 엄마 뜻대로 해주지 않는 소영이가 문제다.

​

기억이 사라진 소영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은

기괴하다. 딸의 기억이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 엄마.

과거는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엄마의 말과 행동은 늘 다르다.

그리고 폭력의 수위는 아이의 죽음을 앞당긴다.

​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온 소영은 집이 너무 낯설다.

심지어 자신의 물건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휠체어 앉아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빠도

반갑지만 왠지 낯설고 이상하기만 하다.

​

나를 찾고 싶은 소영이와 모든 것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 가두고

움직여야 숨 쉴 수 있는 엄마의 숨 막힌 술래잡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

모성애.

누군가는 엄마의 사랑을 모성애라는 테두리 안에 넣어둘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모습에서 모성에는 찾을 수 없었다.

자신만의 왕국에 갇혀 가족들의 피를 말리는 악마만 보일뿐이다.

​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던 소망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다. 다시 세울 때마다 희생자는 늘어난다.

​

방에 들어온 거미를 쫓다가 우연히 찾은 일기.

찢긴 두 장의 일기지만 소영은 그 일기가 너무 소중하다.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 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소영을 이끈다.

​

엄마와 소영. 소영이를 돕고 싶어 하는 친구 민지

그리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담임선생님까지.

자신의 방에서 우연히 찾은 소영의 일기. 단 두 장이지만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일기였다.

하지만 그 일기는 소영이를 전혀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

엄마의 삐뚤어진 사랑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엄마라 불리는 그녀는 그 누구의

엄마도 될 수 없었다.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완벽한 가정은

그녀에게는 결코 허락될 수 없다.

​

내내 마음에 남는 건 아빠의 애틋한 눈빛과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써 내려간 알 수 없는 패턴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영이를

살리고자 했던 아빠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

-밑줄 긋기-

부모가 인정하지 않는 진실은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법이다. 내가 어떤

형태로 태어났더라도 엄마는 나를 혐오했을 것이다.

192쪽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