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97년 애플의 유명한 광고문구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
문법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로 인해 다른 많은 광고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웅진의 `Think big`을 비롯해서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신한은행의 `생각 생각 생각` 같은 광고들이 쏟아져 나왔다.

책도 예외는 아니다. 창조적인 생각을 다루는 책이 인기다. 이어령은 그의 책 <생각>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생각을 하라고 했다. 심리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직관과 이성을 각각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로 구분해서 두 사고의 작동 방식과 상호 작용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또한 역사상 위대한 천재들의 생각을 파헤쳐 분석한 <생각의 탄생>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등 상상력을 학습하는 13가지 생각도구를 제시했다. 책의 저자는 오늘날 지식의 전문화가 심화되면서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으며 지식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지식을 재통합하는 신(新)르네상스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리는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 (살림, 2014) 또한 생각을 도구로 보는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생각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생각의 탄생>이 천재들의 생각을 분석했다면, <생각의 시대>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을 분석하여 생각의 도구들을 끄집어 내었다.

그리스는 이집트에 비해 문명화되지 못했고 건축과 천문학에서는 고대 바빌로니아에 뒤쳐졌다. 법률과 문학은 고대 수메르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인류 문명의 발생지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에 낀 보잘 것 없는 도시국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책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부터 5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에서는 `생각의 시대`가 펼쳐졌다.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은유(메타포라)`, 미래를 예측하는 힘의 `원리(아르케)`, 기본적인 정신 구조를 만들어주는 `문장(로고스)`, 복잡한 자연과 현상을 통제 가능하게 하는 `수(아리스모스)`, 가장 강력한 설득의 수단인 `수사(레토리케)`라는 5개의 생각도구가 이때 만들어졌다. 그리스에 생각도구가 갖춰지면서 인류 정신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중심축이 움직인 `축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축의 시대를 거치면서 (달리 말해 자연과 도덕의 보편성을 추구하면서) 인간은 드디어 `이성`과 `인격`을 가진 존재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인간의 전체적 변혁을 야스퍼스는 `정신화(vergeistigung)`라고 이름 붙였다. 인간이 비로소 정신적 존재로 변했다는 뜻이다. 뒤에서 뇌신경과학을 통해 차츰 드러나겠지만, 이것은 인류의 뇌에 새로운 신경연결망이 구축되었다는 것, 다시 말해 인류가 그 이전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1부 지식의 기원, 55쪽

그리고 책의 저자는 마치 너무 밝은 빛이 눈을 실명케 하듯, 폭증하는 정보와 지식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지금을 위기로 규정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생각도구를 통해 다시 `생각의 시대`를 계승해야 한다. 놀랍게도 <생각의 탄생>이 신르네상스를 말한 것과 상당 부분 일치된 견해가 보인다. 오히려 <생각의 시대>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생각을 도구로 바라보는 관점이 놀랍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천재들의 영역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칼이라는 도구에 능숙해지면 연필을 깎을수도, 요리를 할수도 있듯이 생각도구들을 익숙하게 연마하면 우리도 충분히 다르게 인지하고,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행동하게 하는 새로운 사유 방식에 다다를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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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링 2014-12-0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이 책 읽으려고 했는데 화면에 뙇~

달의뒷편 2014-12-01 12:48   좋아요 0 | URL
김용규님의 책은 그냥 믿고봅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