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느림`은 절대적인 느림이 아니다. 빠르게, 좀더 빠르게 질주하는 현대생활의 모든 사고방식에 대한 상대적 느림이다. 상대적 느림은 `감속`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바둑의 속도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행마의 속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감춰진 인식의 속도, 판단의 속도가 중요하다. 몸에 맞는 옷과 같은 것, 바로 적정의 속도가 핵심이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균형`이다. - 이창호, <이창호의 부득탐승>, 138쪽

<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부득탐승은 승리를 욕심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바둑십계명인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첫번째 원칙이다. 즉, 목표에 집착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창호의 바둑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느린 듯 두텁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둔하고 느리다는 것. 그런데 네웨이핑 9단은 이창호에 대해 ˝움직임은 달아나는 토끼처럼 민첩하고 고요함은 흐르지 않는 물과 같다˝고 평가하면서 ‘속도’를 주목했다. 이창호도 그의 책에서 느림은 상대적인 것이며 중요한 것은 인식과 판단의 속도라고 했다. 그리고 적정의 속도,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썼다. 

바둑이나 장기는 전쟁이 모티브가 된 게임이다. <손자병법> 같은 병법서도 현대에 와서는 처세술에 응용되듯이 바둑의 철학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미생>에서 보듯 바둑의 철학은 현실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줄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깊은 경지에 이르렀다면 세상을 보는 눈 또한 그러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