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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죄
존 위티 주니어 지음, 정두메 옮김, 김형태 감수 / 한길사 / 2025년 5월
평점 :
아버지의 죄, 존 워티 주니어
🍎
혼외자 차별의 뿌리를 거침없이 파헤치는 이 책은 여러 예민한 문제를-특히 문제적 부모, 생명윤리, 혹은 종교관- 관통하며 추적을 이어간다. 과거 서구세계 왕권 존립을 위해 기독교적 가치관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들 법 근간에는 성경과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 그들은 "아버지의 죄를 자식에게 갚으리라"는 토라의 경고에서 혼외자 차별의 근거를 찾았다. 혼외자는 문란한 부모의 죄악의 결실이고 증인이 되었다.
영국 코먼로의 법에서는 혼외자는 한 번 혼외자가 되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친자와 같은 위치의 권리를 얻을 수 없었다. 개별된 하나의 인종처럼 말이다. 이 코먼로의 법도 실은 과거의 로마, 캐논법에서 상당부분 개선된 바 있었다. 적합한 구제와 보호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대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마저도 제정 부담으로 소홀해진 바 있었지만-이때 재미있는 점은, 그들 인권이 점진과 후퇴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는 것처럼. 그 일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코먼로 이전 로마와 캐논법에서는 혼외자와 적자의 차별이 선명했던 것과 동시, 혼외자가 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종종 존재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가 진보한 경우가 있다는 생각은 그보다 훨씬 이전의, 랍비의 법에서 더 확고해진다. 왜냐하면 랍비의 법에 따라서는 혼외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 그리고 이 때의 법이 가장 왜곡없고, 순수한 교리의 이해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할 것이요. 아버지도 아들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하리니 의인의 공의도 자기에게 돌아가고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겔 18:20)
마찬가지로 모세 5경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죄'에 대한 구절들의 핵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의 죄를 자식들에게 삼사대까지 돌린다는 것은 죄지은 자를 곧바로 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음 지은 죄드릉ㄹ 용서하고 그 죄가 계속될 때에만 벌하시겠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하나님이 죄의 순간마다 벌을 하시는 분이라면 교회는 많은 성도를 잃을 수밖에 없으며, 사도 바울도 없었을 것이다."(p.78 인용)
사실 그들이 혼외자차별의 근거로 삼았던 구절은 우상숭배에 대한 금지이다. 성경은 과거 교회의 권력 강화를 위한 재료로 쓰였고, 혼외자는 피해자가 되었다. 사생아라는 신분을 (법으로)부여한 것도, 사생아라는 신분에서 사하고 친자로 인정하는 주체도 교회였기 때문에.
책은 과거의 혼외자 차별, 차별의 근간, 그리고 그 근거를 파괴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혼외자를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가에 시선을 돌린다. 앞에서 나는 세상이 반드시 더 좋은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회의한 바 있지만..., 현재 위치에서 저항하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지금도 진보는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