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풍파랑 - 나를 바꾸면 성공의 바람이 불어온다!
가오위엔 지음, 송은진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나이. 새삼스레 화려한 성공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 인생의 남은 기간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운영하고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계발서를 읽곤 한다.
그럼에도 그러한 지식들은 생활의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한가지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주는 사람은 10개를 주지만 1가지라도 행동에 적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그래서 성공이라는 것을 하지 못한 것일까?
증명을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그냥 좋은 소리라는 것으로 결론을 지은 것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을 거라는 불안감에 또다시 새로운 방법이 나오면 귀가 쫑긋해진다. 그런 방법이나 책이 굳이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떤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언제나 문제는 '나' 자신이라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접하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씩 변화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계속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승풍파랑]은 그러한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조차 조금 지치고 있을 때 보게 된 책이다. 이 책에 끌렸던 가장 큰 이유는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성공의 요건들을 여기서도 물론 강조하지만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서였다. 어차피 이론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새로운 기대감보다는 그것을 좀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혹은 요령을 알려줄 거라는 기대가 들었다. 저자가 중국인이라는 것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중국의 마인드와 코칭이 궁금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은 단계별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기 위한 기초적인 마음의 혁신을 위한 8가지 요소 긍정, 도전, 열정, 목표, 집중, 시간, 상상, 변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사례별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종의 개론, 준비 운동 정도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가장 필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언제나 기초가 가장 중요하지 않던가.
 
 
이 책의 또하나의 특징은 설명이 상당히 명쾌하다는 것이다. 막연한 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예시 후에 이어지는 명확한 설명이 이해를 높이기도 하며, 그만큼 설득력을 갖게 된다. 술술 읽히면서도 뭔가 하나씩 걸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 바로 주변가지를 쳐내고 핵심을 짚어내면서도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내내 수필집을 읽는 것처럼 부담은 없다. 그러나 읽으면서 느껴지는 의식의 변화나, 적용해볼 수 있는 요령, 방법들을 전달해줄 때는 자기계발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이것저것 알고 있는 것은 많지만 마음 속이나 머리 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는 사이사이 알려주는 비법들은 신선하고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는 설명과 함께 '버티기' 극복 훈련의 제시하고 있는데, 예리하면서도 실생활에서 정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같은 상황이 연출될  때는 이 내용을 떠올리며 바로 행동에 옮겨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결과 역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책에서 제시한 성공을 위한 가장 마지막 요건은 '변화'이다. 결국 백문이불여일행이라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니러니하게 '나 자신'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자신을 초월하라'고.
 
"성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결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금, 환경, 동료 같은 객관적인 요소들은 절대 당신을 완전히 쓰러뜨릴 수 없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가장 큰 적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의 영혼, 감정, 욕망, 이성, 사고, 용기...... 이러한 것들이 바로 당신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없으면 성공의 기회를 놓친다. 목표가 없으면 현재 상황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자신감이 부족하면 난관과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래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쉬지 않고 더 나은 자아를 찾으려 노력한다면 분명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p.208
 
수없이 듣는 얘기지만 역시나 실천은 어렵다. 그러나 나 자신을 믿으며, 내가 만든 철옹성을 깨야 겠다는 마음으로 한 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 이 책을 읽은 덕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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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의 우쿨렐레를 부탁해
강성인 지음 / 삼호ETM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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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쿨렐레'라는 악기는 들어는 봤지만 구체적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예전에 아주 조금 기타를 배우면서 소질 없음을 깨닫고 일찌감치 포기한 터라 비슷한 악기에 대한 호기심은 잘 일지 않는다. 최근에 큰 아이가 학교에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였지만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둘째 아이도 기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 아직 초등학생이니 기타 대신 우쿨렐레를 가르켜 볼까 살짝 고민하다가 다른 하는 것이 많아서 그것도 그만 두었다.
 
그런 우쿨렐레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처음 20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이다. 무엇을 배우든지 20시간이면 초보 딱지는 뗄 수 있다는, 그 방법을 설명해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의 저자가 도전했던 과제 중에 하나가 바로 '우쿨렐레'를 배워 20분간 공연하기였다. 자신의 이론을 직접 증명해보는 자리였으니 초보 수준을 넘어 선 것을 보여 주어야 하는 다소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나 실제로 20시간보다 적게 남겨진 시간 동안 저자는 우쿨렐레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멋지게 공연까지 성공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우쿨렐레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그 책의 저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두번째는 어디서나 가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것이 좋았고,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많은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또 한가지, 얼마 전 TV에서 보았던 EBS의 <세계테마여행>에서 가수 하림이 여행를 할 때 이 우쿨렐레를 들고 여행을 하면서 버스에서나 가벼운 저녁 파티에서 연주를 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었다. 그처럼 그렇게 자유자재로 연주를 할 수는 없겠지만 가볍게 분위기를 낼 수 있을 정도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우쿨렐레는 요즘 꽤 보급이 되어서인지 일반 악기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학원을 등록하는 것이 쉽겠지만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꽤 있고, 책에서 읽었던 20시간의 법칙을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슬쩍 들었다. 책에서 제시한 이론이 우선 일정 시간 동안 이론을 최대한 마스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선 책을 선택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보면 좌절감이 먼저 들 것 같아 쉽고 재미있는 책이 필요했다.
 
[만화로 배우는 포이의 우쿨렐레를 부탁해]는 나의 이런 목적에 딱 맞는 책이었다. 초등학생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된 것은 물론, 만화 캐릭터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풀어내는 설명은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 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림으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기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준 덕분에 기초 이론 만큼은 그 어느 학원 부럽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초보자가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설명부터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생길 수 있는 궁금증까지 현실적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아무리 초보자를 위한 책이지만 정말 초보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시시콜콜 기초부터 적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또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애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풀어 주어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능숙하지 못할 뿐 우쿨렐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었다.
 
 
책의 1장 '우쿨렐레의 기초 지식'에서는 우쿨렐레의 부분별 명칭과 우쿨렐레 잡는 법(파지법), 코드표 보는 법, 다운업 손모양과 같은 기본적인 자세부터 스트링 교체하기, 튜닝하기와 같은 우쿨렐레 관리법을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쿨렐레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면 2장에서는 기초적인 음악이론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우쿨렐레와 음악에 대한 기초 이론을 배운 후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우쿨렐레의 연주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4비트 스트로크부터 8비트 응용, 아르페지오, 컷팅과 같은 기본적으로 연주 방법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코드 옮기는 방법과 같이 초보자가 느끼기 쉬운 어려움들도 팁으로 알려주고 있다.
 
 
 
물론 이론을 배우고, 제시된 연습곡이 바로 자연스럽게 연주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는 지 자세하게 짚어준 덕분에 그대로 연습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접근해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머리로 익힌 것을 몸이 익숙해지도록 반복 연습만 하면 될 것이다.
책의 부록으로는 들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참고해볼 수 있는 코드표도 제공해준다. 역시나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무엇가를 배울 때처럼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실감날 때가 없다. 단 한 시간을 배우더라도 전혀 모르는 것과 조금 아는 것, 그 차이는 천지차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 발을 내디뎠다면 두 발, 세 발을 옮기는 것 또한 쉽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내디디는 첫 발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는 이미 우쿨렐레를 향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지금 우쿨렐레와 조금 친해진 느낌도 든다. 이제 다음 발을 내디딜 차례이다. 거리를 오가며 찜해두었던 악기점 쇼윈도우에 걸려 있던 우쿨렐레가 떠오른다. 우쿨렐레를 메고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며 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다음 발을 내디뎌 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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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 대학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선정한 최고의 소설
장성수.문순태.김춘섭.송하춘.함한희.이남호.정도상 외 43명 지음 / 소라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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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책을 좋아는 하지만 즐겨있는 편은 아니었다. 이야기라는 형식은 그나마 책 속으로 들어가기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기도 쉬웠다. 그래서 소설을 주로 읽었던 것 같다. 그나마도 학업이라는 핑계를 대며 거의 맛보기 이상의 수준을 넘어가지 못햇지만.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책과는 점점 멀어졌었다. 그뒤로는 왠지 울적하면 에세이 같은 감성적인 책을 읽거나, 앞으로 내달리기 위한 자기계발서 정도가 독서의 전부였다.
정말 아득하게 멀리....소설은 나의 일상에서 사라져갔다. 딱히 왜 내가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다. 소설을 이해하는 것이 힘이 들어서였는지 아니면 소설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어려워서였는지.
 
어쩌면 그 속의 이야기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인물과 사건, 갈등... 그게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헤쳐나가는 것도 버거운데, 그 수많은 인물들의 그것도 가상의 이야기가 도대체 나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있는 일도 해결하기 바쁜데, 작가의 머릿 속에서 나온 픽션의 상황까지 고민하고 아파할 여유가 없었는 지도 모르겠다. 근사하게 포장을 한다면. 책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나에는 몇 시간을 꼬박 바쳐야 하는 시간 낭비로도 생각되었던 것 같다. 책을 별로 읽지 않았으니 고르는 안목도 없었을 것이고, 많은 부분 실패를 했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습관이 남아 있고, 이제 그 습관은 굳어져 버린 것 같다. 책을 선택할 때 소설이 거의 위시리스트에 담겨지지 않는 것을 보면.
글을 쓰다 보니 이유가 어렴풋하게 윤곽이 잡힌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사람의 아들』,『레테의 연가』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답답함.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텍스트만 쫓아내려가던 암담함. 읽어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끝나도 도대체 이 이야기가 왜 필요한 지 답답했던 그 기억이...그냥 나는 소설을 이해할 정도의 그릇은 아닌가 보다라는 결론을 스스로에게 내렸던 것 같다. 갑작스레 그때의 기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책에 대한 관심도,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아진 요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아니 읽어야겠다는 갈망이 조금씩 시작되었다. 피하고 외면하고 살았던 부분에 대한 미련도 있겠지만,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이제사 소설이 주는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설 속에서 인간을, 삶을 발견할 수 있는 경험과 연륜이 쌓이지 않았을까. 지금 읽는다해도 문학적인 기호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소설을 통해서 나를, 사람을, 세상을, 삶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직설적인 언어로 표현된 세상이 아닌 은유의 언어로 공감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 그것이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싶은 이유다.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은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나에게 소설은 정의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었는데, 문학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소설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읽는 것이 제대로 읽는 것일까?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할까? 소설에 대한 나의 갑갑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55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지만 50명의 시선으로 보는 50개 아니 중복된 소설을 빼면 48개의 소설을 접하다 보니 시간 가는 것을 잊는다. 개인적인 의미이든, 사회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든 간에 1인이 단 한 편의 소설을 꼽는 형식으도 되어 있다 보니 언급된 소설들 대부분이 묵직하고 무게감있는 소설들이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만 읽어도 소설이란 무엇인지, 그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더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소설'을 읽는데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소설'을 교과서처럼 학문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타인에게 의미있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주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수많은 소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소설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 지는 아무도, 심지어 나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냥 읽으면 된다.
 
"내 앞에 닥칠 시간들과 그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의 경관이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내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나는 나대로 궁금증이 향하는 곳을 바라볼 것이고, 다른 이들은 각자 자신이 선 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흘러가는 시간과 사람을 바라볼 것이다. 작가들이란 그 궁금증이 어떻게 출발하여 마침내 어디에 당도하였는지를, 정돈된 언어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내게 소설을 읽는다는 일은 다양한 형태의 발견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p.7 <책을 펴내며> 中
 
재미있는 것은 처음 책을 펼쳐 들고, 본문을 읽어 내려가기도 전에 소설을 대하는 법, 읽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용택 시인의 '덧붙이는 글'을 읽으며 내용으로서의 소설 뿐만 아니라 글로서의 소설의 역할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독서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통한 독서의 방법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은 시인에게 그렇게 우연히 찾아와 그렇게 그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그런 우연을 만난 시인이 부러웠고, 그런 결정적인 시기를 공허하게 놓쳐버린 내 젊은 시절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꼭 무언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토록 미치게 빠져볼 수 있었던 그 경험이 부럽다. 그것이 소설이어서 더욱.
 
소설을 읽는데 정한 법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책의 구성은 1부 '소설에서 작가를 발견하다', 2부 '소설에서 나를 발견하다'와 같이 소설에서 작가를 보기도 하고,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 등 형식보다는 '인간'에 맞춘 관점으로 소설을 보는가 하면, , 3부 '이 소설을 말한다', 4부 '나는 이렇게 읽었다'처럼 소설의 구성과 문체, 사회적인 의미 등과 같은 분석적인 방법으로 읽기도 한다. <구운몽>과 같은 고전소설은 물론 <태백산맥> <임꺽정>과 같은 대하소설 뿐 아니라 5부 '소설은 늘 우리 곁에 있다'에서는 황정은의 <百의 그림자>, 정유정의 <7년의 밤>과 같은 현대로 이어지는 소설도 만나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이름의 대하 서사시를 보는 것만 같은 축복의 시간이었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극소수지만 아니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그래서 이 책에서 필자들이 전달하고 싶은 말을 절반도 이해할 수 없었을 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소설을 마주 대하고, 그속으로 빨려들어갈 준비를 마친 것 같다. 이제 제대로 된 길을 뚜벅뚜벅 걸어서 가려한다. 아무리 힘들고 지리한 여행이 될 지라도 가는 길을 즐길 것이고, 우연히 어느 곳에 당도한다면 그 기쁨 그대로를 누릴 것이다. 나는 지금 '소설'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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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이 해결되는 Mari의 흑백 인테리어
마리 지음, 김지현 옮김 / 달리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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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재주가 없는 분야를 꼽으라고 하면 뭔가 꾸미고, 가꾸는 것이다. 옷이건, 집이건, 머리건 간에... 깔끔하게라면 모를까 있는 것을 정리해서 세련되게 가꾸는 것은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안 꾸미고, 없애는 방향으로 살아오고 있는데 큰 아이가 유독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자연스럽게 나도 관심이 가게 되고, 없는 재주이지만 한 번 꾸며볼까 하는 생각까지 살짝 들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새삼스레 예쁘게 꾸미려는 것은 아니고, 가끔 정리를 하다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곤 하는데, 그런 노하우부터 하나씩 배우고 적용하면서, 차츰 꾸미는 것으로 진도를 나가는 것도 괜찮다 싶었던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인테리어의 기본은 깔끔한 수납이 아니던가. 색상 매치하는 것이 적성에 안맞아 같은 계열이나 투톤 혹은 무채색으로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이 책 [수납이 해결되는 Mari의 흑백 인테리어]는 흑과 백을 기본으로 인테리어를 꾸미는 그야말로 나의 그 귀차니즘에 꼭 맞는 책이었다.
그러나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책을 읽다 보니 흑과 백이라고 해서 인테리어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더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정갈하고 세련된 느낌이 살지 않고 단조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로 잰듯 딱 떨어지는 수납과 인테리어는 보통 솜씨로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수준급이지만, 블로그를 꾸미면서 방문자들과 소통을 해온 덕분에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평범한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해준다. 적용하기 쉽도록 수납의 고수답게 시스템화하여 나누고 모으고, 분류하여 포인트를 살려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같은 초보자에, 감각이 없는 독자라도 바로 한 두 가지 정도는 따라하면서 응용해볼 수 있게 해준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5년 동안 '인테리어', '수납', '청소' 이 세가지 주제로 연재를 해왔었고, 반응도 꽤 좋았다고 한다. 그 글들을 기초로 하고 있는 이 책 역시 그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
 
 
첫번 째 장은 '흑백의 조합으로 완성하는 인테리어 아이디어'로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공간 구성에 대해 먼저 시작한다. 집 안을 '장식하는 곳', '수납하는 곳', '아무것도 놓지 않는 곳'으로 구분하면 '장식하는 곳'만 바꾸어 주어도 집안 분위기가 새로워질 수 있다는 노하우를 전한다. 간단하지만 매우 유용할 듯 싶다. 무거운 가구를 힘들게 이리저리 옮기지 않아도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가볍게 변화를 주어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기본색과 포인트색을 정하는 방법(저자는 흰색에 검정색을 선택하여 흑백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같은 색이지만 질감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를 전하는 고급스러운 노하우까지 알려 준다.
 
 
더불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과 구입방법 그리고 저자가 애용하는 인테리어 숍에 대한 정보, 충동구매 하지 않게 해주는 '쇼핑리스트' 방법도 팁으로 살짝 알려 준다.
 
 
두번 째 장은 '수납'이다. 가장 골치 아프면서도 어려운 기술인 수납. 여기서도 저자의 심플하면서도 간단한 비법이 공개된다. 바로 '그냥 두는 수납'과 '들고 다니는 수납'을 구분하는 것이다. 자잘한 물건들은 어느 집이나 있게 마련이다. 성격을 구분하여 늘 그자리에 있어도 되는 것과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하여 정리하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뒤이어 수납 용기의 통일(저자는 역시나 흑과 백)과 라벨의 활용으로 단정하면서도 효용성 있는 수납 방법을 보여 준다.
 
 
세번 째 장은 주방 용품, 냉장고, 생활 잡화, 욕실 용품 등 각 공간의 수납 방법, 아이템을 소개해준다. 더불어 식기나 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숍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준다.
 
 
마지막 네번째 장은 마지막 주제인 '청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흑백의 공간을 먼지 없이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그때 그때 가능한 시간에, 가능한 장소에서 청소를 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틈틈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래서 청소도구들도 곳곳에 배치하고, 자녀들도 보일 때마다 청소할 수 있게 습관을 들여 놓았다고 한다. 청소 도구조차도 흑백의 컬러를 아름답게 배치해두고 있다. 이렇게 예쁜 공간이라면 매일 청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는 수납 공간에 일부러 빈 서랍을 만들어둔다고 한다. 그러면 마음의 여유까지 생기고, 갑자기 수납할 공간이 필요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책장 한 칸을 일부러 비워두어 책이 갑자기 생기거나 읽다가 만 책을 놓아두는 공간으로 쓰는 나와 비슷하다. 숨막히게 답답히 꽂혀 있는 책이 불쌍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책의 일부를 정리하고 일부러 한 칸을 비워두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나니 책이 생겨도 부담스럽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었다. 아마도 같은 느낌이리라.
 
 
저자는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구심점의 공간으로, 치유의 공간으로서 '집'을 가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화려한 아름다움 보다는 쾌적하고 고요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가끔은 마음이 번잡해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저자는 머릿 속에 정보들이 넘쳐나서라고 한다. 그 넘쳐나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노하우도 프롤로그에서 살짝 공개한다.
 
아름다울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야 하는 '삶'의 공간이기에 집은 더욱 중요하다. 몸의 공간이기도 하고, 마음의 공간이기도 하기에. 저자만큼 그렇게 세련된 공간을 꾸밀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시작하다보면 어느새 공간도, 마음도 함께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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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에 싸인 미술관 - 비밀스러운 작품과 미술가에 관한 36가지 이야기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김성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즐겨봤던 프로그램 중에 KBS의 '명작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존에 음악과 미술을 소개하던 교과서적인 프로그램과는 달리 예술과 관련된 야사와 같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그 프로그램은 그동안 명작이 갖고 있던 품위나 경직된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두 영혼 조영남과 김정운 교수가 들려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들은 예술적인 수다를 떠는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었다. 그전까지 미술작품에서 느껴졌었던 고압감은 수다스럽게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친근하고 편하하게 바뀌었다. 물론, 그것을 만들어 낸 예술가들의 혼이야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이겠지만 말이다.
 
[수수께끼에 싸인 미술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프로그램 '명작스캔들'이 떠올랐다. 예술 작품에 대한 분석이나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같은 그 이야기들을 꺼내어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의도로 그려졌든, 어떤 계기로 그려졌든 하나의 작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화가에 의해서 이미 세상에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화가가 무명이다 보니 남겨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일부러 작가가 비밀로 한 경우도 있고, 잘못 왜곡되어 전달된 경우도 있다. 작품은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알듯 모를 듯한 단서만을 전해줄 뿐이다. 작품이 주는 예술적인 감성을 그대로 느끼는 것보다 사람들은 그 작품이 어떠한 뜻을 담고 있는 지, 어떠한 비밀을 품고 있는 지 진실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파헤쳐 보고 싶어 한다. 작가가 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비밀을 캐고 밝히고 싶어하는 것은 예술 작품에 대한 호기심도 예외일 수 없는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 작품의 비밀이 풀어지는 그날, 그 작품의 예술성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아마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를 때 느껴졌던 아름다움과는 분명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그 작품의 모든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어한다. 첨단 기기의 도움을 받고서라도. 그것이 옳은 지 그른 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이전에 느꼈던 신비로움은 더 이상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미술 작품의 비밀을 밝혀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책은 아니다. 단지 그러한 논란에 휩싸여 있는 작품들이 어떤 작품들이고, 어떠한 작품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반대로 그 비밀까지 함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그것이 아름다운 오해와 착각일지라도 말이다.
 
"이 책의 목적은 미술품들의 수수께끼에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작품의 의미란 남김없이 파헤쳐질 수 있는 게 아님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작품이 지닌 비밀스러운 면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 <서문> 中
 
이 책은 '운명의 수수께끼', '정체성의 수수께끼', '창작의 수수께끼', 의미의 수수께끼' 이렇게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스트 섬의 거대 석상인 모아이나 페루 나스카 평원에 그려진 지상화처럼 이미 불가사의로 널리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존재하는 것 같긴 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앙기아리 전투>와 같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나 전문가들이 골탕을 먹고 있는 뒤샹의 사후 반전 작품 <주어진 것 1. 폭포, 2. 가스등...>, 광부에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 화가가 되어 그 목소리를 따라 800점이나 되는 작품을 남긴 '오귀스트 르사주'까지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양한 예술 작품의 수수께끼를 만날 수 있다.
 


 
 
각 작품들마다 작품에 대한 배경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문들, 현재까지 알아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좀더 기술이 발달한다면 어쩌면 그 작품들의 비밀이 상당 부분 풀릴 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품은 작품 하나를 잃을 지도 모르겠다.
의도하지 않은 비밀이 풀리기 전까지 이 책에 실려 있는 36개 작품의 수수께끼를 맘껏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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