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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라는 사람 - 영화 <노무현입니다> 원작
이창재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전 국민이 허탈하고 허망에 찼던 2016년 말, 개봉관도 찾기 어려웠던 영화 <무현, 두 도시의 이야기>를 겨우겨우 찾아서 봤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숨죽여 울고 있었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기 직전의 분통함과 억울함, 기막힘으로 억장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 영화 속의 두 무현도 실패의 가슴 아픈 쓴맛을 보고 있었다. 진정성으로도 만들어내지 못한 두 도시 무현의 이야기는 그렇게 애달프게 끝이 났다. 묵묵히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가다가 가슴 아프게 끝이 난 현실의 노무현대통령의 생애처럼, 그렇게 그가 가꾸어오던 꽃길이 엉망징창이 되어 진흙탕으로 변한 현실처럼, 영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리워, 비참해, 가슴아파 한 마음으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반년 후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다. 6개월이 마치 60년이나 된듯 촛불로 불붙기 시작한 민심은 기어이 세상을 바꿔냈다. 거짓말처럼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만난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입니다>
노무현대통령 서거 8주기에 즈음에 개봉했던 영화는 순식간에 백만을 돌파하고 이백만을 육박했다. 다큐사상 그렇게 빠르게, 그렇게 많은 관객이 든 경우가 처음이라고 한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6개월 전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는 인간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담고 있었지만 보통 이상의 사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극적인 순간을 많이 만들어낸 행보와 스포라고는 할 수도 없는 이미 다 알려진 하이라이트조차도 새롭게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촘촘하고, 진실되게, 그리고 진정성있게 인간 노무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노사모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그리고 인간 노무현이 좋아서 돕고 따랐던 사람들의 가슴에서부터 나오는 인터뷰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어떠했는지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는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로 마무리된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사람들은 일어설 생각도 못하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꿈꾸었던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 현실보다 그를 잃어버린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분명 6개월 전보다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도 그도 대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트라우마처럼 솟아오르는 통증은 여전했다. 그렇게 먹먹한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왔었다.

그로부터 다시 1년.... 서거 9주기에 출간된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이번에는 책으로 만났다. 생각보다 더 많은 변화와 진보를 겪은 1년. 아직도 미안함과 슬픔으로 가슴이 아리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보면서 그가 꿈꾸었던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희망이 싹터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를 조금씩 보내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어 나가는 데 있어서도 작년 영화를 볼 때보다는 조금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원작인 이 책은 영화를 만들었던 저자가 영화에 미처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1판1쇄 발행일이 2018년 5월 23일.....인 눈에 가득 들어온다. 9년 전 그 날 아침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쉽게 책이 펼쳐지지가 않는다. 한참 마음을 정리하고 읽기 시작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사진을 빼더라도 상당한 분량이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스크린에 가두기에는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는 서문에서 말한다. 처음 영화를 기획할 당시 그는 노무현을 거대한 나무로 봤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노무현은 이미 나무가 아닌 숲이 되어 있었노라고. 영화를 찍는 과정은 그 숲길을 걷는 여정이었다고. 그가 영화를 준비한 것은 2016년 봄이었다고 한다. 한참 서슬퍼런 시절이었다. 주제는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상단에 오르고도 남을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뚝심있게 노무현이라는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아가 나는 노무현을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주인공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그의 마침표를 리와인드해서 그 삶의 웅장했던 희망의 흐름을 되살리고 싶었다. <노무현입니다>를 시작한 2016년 초봄에는 그런 희망이 필요했고 그 희망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p.9

영화 준비를 위해 도움을 청했던 노사모 대표, 배우 명계남의 반응에서도 이 여정이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신, 그 영화 완성할 수 있어?"
"당신, 그 영화 만 명 이상 보게 할 수 있어?"
"당신, 그 영화로 JTBC 뉴스룸에 출연할 수 있어?"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한 나는 대답이 궁색해 머릿속을 휘젓는 척하며 밥알만 꼭꼭 씹었다. 왜 저렇게 까질할까 싶었는데, 이전에도 노무현 영화를 찍겠다고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왕왕 있었으나 누구도 영화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게 아닌가. 그의 마음에 실망과 아쉬움을 켜켜이 쌓아놓고 떠나버린 사람들이 남겨놓은 상처는 내가 떠안아야 할 몫으로 남았다.
야심차게 달려든 그들은 왜 도중에 포기하고 떠났을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서 포기하고, 돈이 없어서 포기하고, 촬영을 하다 이견이 생겨 포기하고, 제작사나 배급사를 구하기가 어려워 포기했단다. 그때까지 오로지 실패 사례만 보았으니 명계남이 나를 까칠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그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던 어느 감독마저 몇 년간 노무현 작품을 구상하다 결국 접었다고 했다.
물론 나는 내 나름대로 다큐멘터리 영화 베테랑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어쩐지 믿어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겪을 문제도 앞서 실패한 이들과 다르지 않을 테고 또 그에게 쌓인 아픔이 너무 진하게 느껴져 내가 어떻게 말을 해도 희석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16년 초중반에는 문화계에 블랙리스트 소문이 파다했던 상황이라 제작 가능성은 시계제로에 가까웠다. 나는 구차하게도 그에게 아무런 약속도 쥐어주지 못한 채 한마디만 하고 물러났다.
"어쨌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p142
저자는 영화를 완성했고, 만 명을 훌쩍 넘어 이백 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게 했다. JTBC 뉴스룸에는 출현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오히려 역설적으로 훈풍이 불던 시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균형있는 시각이 어느때보다 필요했던 시기였기에 그를 섭외하지 않았을 수도.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영화가 잘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영화를 완성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책은 영화처럼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무현의 인간미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사람
노무현의 진정성 가슴에 불을 지피는 사람
노무현의 정의 누가 뭐래도 옳다고 판단한 길을 걷는 사람
노무현의 시민의식 끝없이 깨어 있고자 한 사람
노무현의 가치 온몸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여준 사람
노무현의 초지일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
노무현의 용기 용감무쌍하게 정면돌파하는 사람
노무현의 책임감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
노무현의 리더십 대나무 같이 휘면서도 소나무처럼 강직한 사람
노무현의 의미 들불처럼 살아 움직이는 노무현의 사람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신격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책을 읽다보면 정말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 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아무 대가없이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변하지 않는 신념일 수도, 그의 가치의 공명일 수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그 정치판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초지일관 정면승부할 수 있는 뚝심과 용기는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도 사람이었기에 두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이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는 단 1초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쉽지 않은 '노무현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의연하게 걸어갔다.

"황의완 어떤 정치 고수가 제게 "정치에는 고수, 중수, 하수가 있는데 내게는 중수들의 노림수가 다 보인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노무현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표현하기를 "노무현은 무수다!"라고 했어요. 수가 없어서 그분의 수가 안 보인다는 얘기였지요. 예를 들어 한나라당 측에서 탄핵할 때 온갖 꼼수를 다 부렸는데 결국 자기들 칼부림에 자기들이 날아갔잖아요. 노무현은 무수니까요. 아무리 고수여도 무수한테는 못 당합니다. 노무현은 다른 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입니다. " ---p.284
어떤 때는 조금만 이용하고, 조금만 돌아갔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탄식이 나올 때도 있다.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런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노무현은 없었을 것이다.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인 노사모도 없었을 것이고, 그를 곁에서 끝까지 지켰던 사람들도 없을 것이고, 그를 지지했고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도 잊혀져 갔을 것이다. 돌아가는 것 같고, 무모해보이는 것 같고, 손해보는 것을 알면서도 굽히지 않았던 그였기에 지금 노무현으로 남아있는 것일 것이다.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주십시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작해서, 입을 맞춰서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도 참 힘이 듭니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잘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서 심판해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p.273
극장에서도 이 장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통쾌했고 논리적인 반격이었다. 지긋지긋한 이념공세에 그는 정면돌파하며 프레임을 바꿔버렸던 것이다. 모략과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의 공세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바로 노무현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참 멋있었던 대통령. 퇴임 후 고향 봉화에 내려가 농사를 짓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 노무현 그대로였다. 가끔씩 인터넷에 올라오는 그의 사진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인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정도였다. 손녀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리는 사진을 보며 우리에게도 이렇게 멋있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고 그의 퇴임 후의 제 2인생을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었다.

역사의 시계가 한참을 거슬로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원심력은 더 큰 반등을 만들어내리라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으리라.
"유시민 2002년 7월 중순쯤 노무현 후보를 마포 뒷골목에 있던 제 사무실에서 만났어요. 지지율도 떨어지고, 당에서 백지신당이니 하는 헛소리를 하고, 후보 캠프에 돈도 주지 않고, 선대위도 꾸려주지 않아 굉장히 어려운 때였습니다. 대뜸 제게 "노무현의 시대가 올까요?"하고 묻더군요. 제가 "아, 오죠. 오지 않을 수 없죠. 반드시 옵니다" 했더니, "근데 노무현의 시대가 오면 내는 그기 없을 것 같소" 하시더라고요. 제가 피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했어요.
저와 노 대통령님의 대화는 늘 그런 식이었어요.
"아,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럼 어때요? 그 시대가 오기만 하면 되지요.
후보님은 새로운 변화의 첫 파도에 올라타신 거에요. 이제 첫 파도가 밀려와 가야 할 곳까지 갈 수도 있지만 못 가고 주저앉을 수도 있죠. 그러면 그다음 파도가 또 오겠지요. 계속 파도가 와서 어느 시점엔가 지금 후보님이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그 이유, 대통령이 되어 만들고자 하는 사회, 이루고자 하는 변화가 이뤄질 거예요. 그런데 첫 파도를 타고 계시기 때문에 거기까지 못 갈 수도 있습니다. 그게 오기는 와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제가 좀 섭섭하게 대접했죠. 약간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아, 후보님. 끝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하고 이야기해야 맞는데 제가 냉정하게 말한 거지요. 실제로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허, 그렇죠. 그런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내 없으면 어때."" ---p.294~295

"김종훈 -중략- 제게는 늘 어제 일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요. (눈물) 아마 많은 노사모가 그 5월 23일로 시간이 딱 멈춰 있을 거예요. 아프죠. 너무 많이......, 아파요.저는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쳤기에 누구보다 귀한 그분이 그렇게 가신 것이 한스러워요. 국민을 그토록 사랑한 대통령이 없었어요. 아버지의 죽음은 제게 자식으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거나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스스로 위로가 되는데, 대통령의 서거는 제게 정지된 아픔입니다." ---p.396~367
"다큐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을 향한 내 나름대로의 정리와 애도였다. 나는 2년의 영화 제작기간 동안 그와 마음껏 웃고 울고 생각하고, 그런 다음 그를 떠나보내려 했다. 모든 관객 역시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마음을 열어 그와 함께한 뒤 그를 놓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시간을 영상에 담으면서 이는 쉽게 씻겨나갈 성질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분의 마지막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강한 비극의 에너지를 뿜었다. 일상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할 만큼 그의 마지막은 강렬했다." ---p.399~400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방송인 김어준은 나꼼수 방송을 만들어 그의 방식대로 애도를 했고 공식석상에서는 검은 넥타이를 고수하기도 했다. 가슴에 묻어두고 아파하기도 하기도 하는가 하면,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찾아가기도 하고, 외면하면서 잊어버리려 하기도 하고, 저자처럼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기도 하면서.
"유시민 사회가 바로잡히면 어느 정도 애도가 마무리될 거라고 봅니다. 떠나보낸다고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에요.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지요. 저는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극복할 게 있으면 열심히 극복하고, 계승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찾아 계승하면 되지요. 떠나보내고 싶은 사람은 떠나보내고요. 보내고 말고는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달린 일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애도를 끝낼 때가 올 거에요. 서둘러 애써 떠나보내지 않아도 때가 오면 끝날 겁니다." ---p.403

아직 우리 사회는 애도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조금씩 밖으로 꺼내어 정면으로 바라보며 치유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가 꿈꿨던 세상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우리는 손에 든 노란 풍선을 하나씩 놓아갈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런 세상이 오면 아픔보다는 추억으로 그를 생각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슬픔보다는 웃음으로 그를 기릴 수 있을 지 모른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이 오면.
그가 보고 싶어했던 세상이 오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입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선의원 시절 첫 대정부 질문. 198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