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 1 - 고등학교 수학의 기초 다지기, 다항식의 연산에서 도형의 방정식까지 (수학 1)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 1
장영민 지음 / 궁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이라는 말처럼 사연이 많은 것이 또 있을까. 인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한다. 수학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 넘기 힘겨운 벽 때문에 꽃도 피워보기 전에 인생의 경로를 바꿔야 하고, 그 앞에서 좌절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수학이 대학의 이름을 바꾸고, 수학이 직업을, 인생을 바꿔 버린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억울해하고, 많은 아이들이 좌절해도 그 두터운 벽은 아직도 여전히 견고하다. 그럼에도 '수학'이라는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교육시스템에 놓여 있는 '수학'의 역할이 비뚤어지고 일그러져 있다라는 것이다. 그 잘못된 만남이 언제쯤이면 바로 잡아질 수 있을 지, 아직은 요원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수학을 싫어했었다. 아니 원망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한 문제 풀어낼 때마다 희열을 느꼈던 기억도 있다. 시험이 아니라면, 점수가 아니라면, 그 과정의 즐거움에 수학에 대한 기억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잘하지는 못해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급하게 원리도 이해하지 못한 채 외운 공식을 가지고 수백, 수천 문제를 풀어대고, 시험이 끝난 후 모두 잊어버리는 과목이 아니라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능동적으로 경험해 보고 느껴볼 수 있는 과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cm1.jpg

 

[청소년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 1, 2]는 바로 그런 수학을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유학을 떠나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수학을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이 먼지처럼 사라진 것에 당황했던 반면 외국 친구들은 수학 내용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고, 그 흐름과 배경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학년별 수학내용을 비교할 때 한국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대학교에 가서야 배우는 내용을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그것도 속성으로. 몇 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의 하버드 대학의 학생들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과 수학문제를 푸는 대결을 했던 장면이 나왔었다. 하버드생들은 쩔쩔매며 풀지 못하고, 틀리기도 했다. 반면 우리 고등학생은 척척 풀어냈다.

 

그 장면만 보면 마치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엄청나게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때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쉽게 가는 듯보이지만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필즈상'은 미국에서 수상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수학을 여전히 잘하고, 즐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 고통 속으로 밀어 넣으면 내는 성과치고는 너무 초라하기만 하다.

 

천천히 가더라도 역사와 배경, 흐름을 파악한다면 많은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왜' 그렇게 어렵게 수학을 배워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그런 복잡한 이론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수식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알게 된다면 이해도 훨씬 빠르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억도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나중에 공식을 잊어버릴 지라도 수학의 역사와 배경, 흐름은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cm2.jpg

 

이 책은 그런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우리가 왜 배워야 하는지.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갑자기 외계어가 난무하는 수학을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줄이고, 어떤 개념의 식들을 배우고 그 개념이 확장되면서 어떤 이론들로 발전되어 갔는가를 쫓아가면서 고등과정에 배우는 개념들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처음 개념을 만들어낸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1, 2권을 합치면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다. 수학자들의 이론을 설명하려면 그들이 만들어내거나 증명한 수식, 개념들이 당연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개념들이 정리가 되는 것이다.

 

사회나 철학, 문학과는 달리 정말 위대한 학자들임에도 우리가 잘 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수학의 결과물을 알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아이들에게 고등수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수학자들과 역사를 끌어들여 이러한 큰 가지를 토대로 수학을 정리한 것은 정말 멋진 접근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 2권을 읽으며 개념의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책은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수학자들과 역사에 초점을 맞추면 그 나름대로 재미가 느껴진다. 아마도 수학을 계속 접하고 있는 아이들은 적어도 그 내막에 더 공감할 것이며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cm3.jpg

 

1권은 다항식의 연산에서 도형의 방정식까지 수학Ⅰ의 내용을, 2권은 수의 체계와 미적분까지의 수학 Ⅱ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의 과정을 넘어서지만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이 되는 부분은 '심화수업'이라고 해서 따로 빼서 설명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독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한번 눈으로 보고 넘어가는 것도 무방하다. 책을 모두 읽은 후나 학교에서 개념을 모두 배워 이해한 후에 다시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의 기본 구성은 수학을 포기한 이른 바 '수포자'를 선언한 아들과 그의 친구에게 아빠가 특강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본 설명은 아빠가, 좀더 깊게 들어가는 심화 내용은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촌형이 설명해주는 식이다. 수학을 싫어하고 포기하려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 수준의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가며 진행하기 때문에 이해도 쉽고, 지루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cm4.jpg

 

1, 2권을 연결해서 읽으며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미적분'에 대한 설명이다.

 

"왜냐면 부딪치는 자동차는 그 찰나의 순간에 분명 속도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 순간의 속도가 0이면 이 세상에 교통사고 나서 다친 사람이 없겠지? 이런 의문점을 해결해서 자연의 여러 운동법칙을 알아낸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배울 미적분이야." --- p.157

 

"움직이는 것을 측정하는 미분과 고정되어 있는 것을 측정하는 적분이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 있다면 우리는 그 변수들이 움직인다고 가정을 하고 미분의 성질을 적용할 수 있어. 결국에 가서는 미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으로 계산을 하긴 하지만 미분의 성질을 이용해서 원하는 구역의 면적을 구할 수 있었던 거지." --- p.185

 

cm5.jpg

 

그동안 멈춰있던 세계를 다룬 수학은 미분의 등장으로 움직이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있다. 동시대에 영국과 독일, 각기 다른 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원조 논쟁이 시작되었고, 후에는 영국과 독일의 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한다. 과자이름 하나에도 민감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학자로서의 욕망, 자존심, 열정의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그렇게 골치아프고 싫었던 수학이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시밭길을 기꺼이 걸어갔던 그 주인들과 함께 만나는 수학은 단순히 골치 아픈 숫자와 기호의 나열이 아니었다. 역사와 배경을 알고 나니 수식의 사이사이에 그들의 정신이, 땀방울이 배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숭고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그로인해 얻어진 결실들을 편하게 맛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수학을 대할 때 좋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건해지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훈련도감 비문학 - 2017 수능날! 국어 1등급을 향한 완벽한 기출훈련법
김기덕.나태영 지음 / 쏠티북스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 비문학 잘 못하는데"

국어, 영어 점수가 특히 잘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국어 문제집을 살펴보던 중

[훈련도감 비문학]을 큰 아이에게 추천해주니 대뜸 하는 소리다.

어느 순간 국어가 자신없어진 듯한 목소리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줄어든 자신감에 의욕마저 꺾인 것은 아니겠지.

이 책을 권유해주니 한 번 해보겠단다.

그래, 이제 1학년.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수많은 문제집 중에 이 책이 유독 눈에 들어온 이유는 한 가지다.

구조파악 연습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얼마 전 지문을 분석하여 요약하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전 강의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런 방법을 적용하여

수능 등급이 상당히 상승했다고 하여 관심있게 지켜봤었다.

사실 새로운 방법이라기 보다는 꾸준한 연습이 핵심인 것처럼 보였다.

결국, 국어공부도 제대로 된 방법대로 꾸준히 훈련하지 않으면

결코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동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제대로 기본기를 갖추고 연습을 한다면 실력이 올라가지만,

기본기 없이 자기 방식대로 배우면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어느 순간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hd1.jpg

 

이 책 [훈련도감 비문학]을 본 순간 그 강의가 떠올랐다.

강의의 골자와 이 책의 핵심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의 내용을 이해해도 꾸준히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

능숙해지기까지 인내심도 많이 필요할 듯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계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또한 혼자서 하지만 기본기를 잘 닦을 수 있도록

해설서에서 가이드를 아주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다.

연습 지문 역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지문으로,

지난 6년간 출제되었던 수능과 모의고사의 기출문제를

이용하여 문제 유형을 익히면서도

지문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hd2.jpg

 

저자는 3단계의 훈련 과정을 제시한다.

1단계는 목표시간 내에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의미와

실제 시험장에서 어떻게 문제를 풀고 있는지 진단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1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이 맞든 틀리든 지문을 통해 답을 도출하는 사고과정을 연습하는 것이다.

문장 분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3단계까지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1단계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분석이 머릿속에서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2~3단계가 진행된다고 한다.

hd3.jpg

hd4.jpg

 

2단계는 스스로 지문을 분석하며 독해력을 키우는 단계이다.

1단계에서 빠르게 지문을 독해했다면, 이 단계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것이 포인트다.

 

"수십 분이 걸리고 몇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지문을 분석해야 합니다. 기출 훈련에서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지겹게만 느껴져서 많은 학생들은 싫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제만 풀면 '공부 다 했다!!'고 생각하고, 이 2단계 훈련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늘지 않아요. 여러분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지문분석을 나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hd5.jpg

 

지문 분석을 할 때는 독해 기호를 사용하여 체크하면서 진행한다.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참고해볼 만한 독해 기호 사용방법을 제공해준다.

해설서에서도 각 지문별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준다.

hd6.jpg


hd7.jpg

 

마지막 3단계는 틀렸거나 헷갈린 문제를 다시 풀고 문제를 분석하는 단계이다.

1단계 훈련에서 푼 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이 단계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 3단계가 바로 오답노트 정리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맞추긴 했으나 어느 정도 찍어서 맞혔거나

정답의 근거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경우도 포함하여 문제를 분석한다.

심지어 오답의 선택지도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책에서는 문제유형별 풀이법을 단계별로 나눠서 제공해주고 있다.

 

"다시 지문을 분석하고 문제를 풀 때는 문제 옆에 있는 문제풀잇법을 참고하면서 문제 유형별로 어떻게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세요.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생각의 근거를 찾는 일입니다. 내가 지문의 어느 부분에서 문제의 근거를 찾았는지, 왜 맞다고 생각했는지 틀리다고 생각했는지를 모두 꼼꼼하게 기록하세요. 귀찮겠지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여기까지 한 후에야 비로소 여러분은 해설지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생깁니다. 해설지의 실전적 지문독해와 문제분석식 해설을 보면서 자신의 문제를 푼 과정과 하나하나 비교해보세요."

hd8.jpg

 

문제집보다 더 두꺼운 해설지는 정말로 꼼꼼하게 분석해서 보여준다.

문제를 풀 때 해설지만큼 완벽하게 분석하여 풀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연습, 또 연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hd9.jpg

 

저자는 이 빽빽한 가이드도 못믿어웠는지

이 책을 100% 씹어먹을 수 있는 10대 원칙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20일 플랜이든, 40일 플랜이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계획대로 진행한다면 자연스러운 3회독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분석하는 과정이, 문장을 분석하는 것이 익숙하게 될 듯싶다.

자연스럽게 국어 특히 비문학 실력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hd10.jpg

 

이 책은 그 과정을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친절하고 실력 좋은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40일 후의 결과가 벌써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화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51
조희원 글, 조명원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완독을 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인문고전을 다루다 보니 만화라고 해도 개념이나 깊이는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어렵지만 그나마 재치있는 만화가 긴장을 풀어주고, 이해를 도와주어 힘겹게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만화라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시리즈의 몇 권을 읽고 느꼈기에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만화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책을 보기 전부터 각오를 했었다. 현대 철학이 워낙 난해하고 어려우니 만화로 표현했다 해도 관념을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풀어내었다 하더라도 이해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50권이 완간인 줄 알았는데 실로 오랜만에 출간되었다는 반가움과 어쨌든 원서보다는 그나마 이해하기 쉬울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름은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상을 주장했는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작용했다.

 

책이 도착하는 시간이 지루할 만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드디어 책과 마주했다. 푸코의 철학을 그림으로 풀어내기가 녹록치 않았음을 밝힌 그림 작가의 머리말을 읽으며, 역시나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다름없이 책장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역시 그랬다. 만화가 있었기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을 정도로. 그리고 만화가 있었기에 내용의 이해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래도 반복해서 읽으며(지금도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푸코가 어떤 학문적 노력을 했는지, 어떤 성과을 얻었는지, 그 과정을 어렴풋하게나마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와 동명인 이 책의 제목이 왜 '지식의 고고학'인지도 알 수 있었다. 몇 번을 거듭 읽고 다시 그림 작가의 머리말을 읽어보니 그 핵심이 그대로 담겨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전체를 보고 나니 비로서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미셸 푸코는 1960년대 프랑스에 출현한 구조주의의 기수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수많은 저서를 통해 20세기 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하죠.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은 인간이 어떻게 '앎'을 구성해 가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관련 학문을 연구해야 하는지, 기존의 역사 연구 방법을 어떻게 보야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역사학적 방법론 또한 소개하고 있지요.

사실 이전까지의 역사 연구는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발언을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 속에 숨겨진 주장이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을 역사 연구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푸코가 주목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발언의 배경에 숨어 있는 법칙, 이른바 무의식적인 사회 구조를 밝혀내는 일이었습니다." -- 그림 작가 머리말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라며' 中

 

책은 미셸 푸코가 누구인지부터 출발해서 ≪지식의 고고학≫은 어떤 책인지, 푸코가 택한 지식 연구 방법,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과 성격, 그리고 지식과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첫 장인 '미셸 푸코는 누구인가?'는 이 책을 통틀어 그나마 가장 이해가 잘 되고, 잘 읽히는 장이다. 철학보다는 미셸 푸코라는 인물을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동성애자로서의 삶과 그와 무관하지 않은 철학 행로를 쫓는다.

 

ms1.jpg

 

2장부터는 본격적인 그의 철학의 배경과 개념, 변화 과정을 다룬다. ≪지식의 고고학≫이란 어떤 책인지를 다룬 2장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푸코의 탐색과 탐구 과정이 담겨져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가 정한다고 주장했어.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을 통해 특정 분야의 지식이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며 흘러왔는지 비교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 거야." --- p.49

 

ms2.jpg

 

푸코가 택한 지식 연구 방법은 '고고학 방법론'이었다.

 

"결국 이제까지의 모든 역사는 이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마름질된 자료들의 재구성에 불과했던 거야.

바슐라르와 깡길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푸코는 이제 앎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하려고 해.

어떠한 목적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다루고 불연속의 지점을 찾아내어 분석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푸코의 철학적 방법론인 고고학적 방법론이야." --- p.71

 

ms3.jpg

 

그렇다면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과 성격'은 무엇일까?

 

"푸코는 어떤 것을 설명하는 방식, 즉 지식의 역사는 당시 앎이라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생각했어.

뿐만 아니라 앎이 구성되는 계열들을 살펴봄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대상에 대한 앎, 즉 앞선 시기에 앎과 그 이후의 앎 사이에 단절과 단절의 이유 또한 고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결국 우리는 불연속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시대를 특징짓는 앎 자체를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인 동시에 특징적 성격이라 할 수 있어." --- p.97

 

이후에는 푸코가 주장하는 앎과 지식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담론, 개념, 언표의 기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조금씩 복잡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반복해서 읽으며 되뇌어도 직관적인 해석이 쉽지 않다. 다음에 푸코가 정의한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그가 주장한 고고학적 방법론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푸코가 말하길 지식을 구성하는 요소인 언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성이라고 했어.

그는 이 물질성을 있는 그대로 고찰하는 것이 고고학적 방법론이라고 했지."--- p.179

 

"지식의 기반이 되었던 언표가 결국 정신성이 아니라 물질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힌 푸코는 '철학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쳤지.

푸코는 지식이 권력과 결탁하여 담론을 움직이는 것을 계보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어.

푸코는 《광기의 역사》(1961), 《감시와 처벌》(1975)과 같은 저술에서 권력의 문제점을 잘 드러냈어.

푸코는 책에서 '이성과 비이성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 다음 이성과 정상을 비이성과 비정상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어.

푸코는 이러한 기준과 구별이 어떤 사회적·정치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 끈질기게 추적했어.

푸코는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지식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담론으로 환산시킨다는 것을 밝혔지.--- p.214~215

 

ms4.jpg

 

푸코는 《성의 역사1 : 앎의 의지》(1976)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자세히 살피고, 이를 통해 권력 장치가 담론의 확산을 통해 성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잇는지를 보여 주려고 했다.

 

"지식의 대상, 권력의 대상, 윤리의 대상으로서의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푸코의 연구는 후기에 접어들면서 구성된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 즉 창조적 주체라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생각을 전환했어.

푸코의 입장 변화에 따라 그가 말하는 주체는 더 이상 권력이 만든 구성물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

푸코는 주체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라는 결정론적 관점도 거둬들였어.

푸코의 관심은 개인이 어떻게 스스로 주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로 모아졌지.

그렇게 푸코의 중심 연구 주제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되었어.

푸코는 결국 주체라는 고전 철학의 주제로 되돌아온 것일까?

이에 대한 판단은 푸코를 충분히 공부한 후에 내려야 할 우리들의 몫이야." --- p.218~219

 

ms5.jpg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푸코의 철학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생겼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름자만 들어봤던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걸음마의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수준일 것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푸코 강의까지 찾아서 들었지만 점점더 복잡하고 난해해지기만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셸 푸코'라는 이름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학문을 하고자 노력했는지 알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갔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 '미셸 푸코'를 맞으러 갈 준비를 갖춘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울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이 책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한다.

자, 다음은 또 누구를 만나러 갈까 벌써부터 설레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양장) - 20만 독자가 열광한 <까칠한 재석이> 세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스치듯 보기도 하고, 일반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꽤 자주 마주쳤던 책이었다. '까칠한 재석이'가 왜 집을 나갔지? 어? 돌아왔네? 제목만 봐도 궁금증이 생긴다. 청소년 도서가 딱 내 수준에 맞아 즐겨보고 있던 터라 호기심이 생겼었다. 만화 같은 주인공, 까칠한 재석이의 일러스트도 흥미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도 그 시리즈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벌써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된 것이다.
[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까칠한 재석이가 무사히 집에는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열을 받았단다. 이번에는 안되겠다. 기필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와 첫대면을 하였다. 사실 이 시리즈가 궁금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작가가 바로 '고정욱'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보던 인물이야기 책 중에는 고정욱 작가의 작품이 꽤 있다. 같은 인물이지만 더 무겁게 그리고 더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그의 필력에 감탄을 했던지라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각 권이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청소년의 관심사와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순서를 달리한다 해도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인물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은 아무래도 전작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급한대로 세 번째 책을 먼저 읽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이다 보니 자칫 한 순간의 실수로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길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어른이 나서서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겪어보라고 둘 수도 없는 터 공감하고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또래의 이야기로 직접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들에게 감정이 이입된다면 직접 겪는 것 못지 않은 경각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의 힘은 그래서 부드럽지만 강하다.
책에서는 단순히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다루지 않는다. 성적 호기심에서든, 감정적인 외로움에서든 그것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놓아 버렸을 때 후에 감당하게 될 차갑고 무거운 현실을 객관화시켜서 보여준다. 물론,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현재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적어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결국 그 차가운 현실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순간의 실수로 떨어졌을 때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락이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작지만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딛는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학교라는 울타리로 다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공부를 하려면 검정고시도 있고, 다른 대안도 있는데 지나치게 기존의 틀을 고수하고,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은 상징적인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사회를 바꾸기 이전에 아이들이 속한 작은 사회, '학교'를 먼저 바꿔나가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미혼모, 특히 학생 미혼모에게 가해지는 불공정 압력과 차가운 시선들을 학교에서부터 걷어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는 좀더 큰 범위의 사회도 조금씩 바꿔 나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직설적인 잔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객관화시킬 수 있는 해법도 자연스럽게 제안한다.
"내 배부른 모습이랑 저 쓸쓸한 모양새를 보니까 정말 한심해. 도서관 다니고, 야자할 시간에 저러고 다니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겠어? 난 내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잖아. 내가 봐도 내 꼴이 미워. 미워 죽겠어."
네 아이는 할 말을 잃었다. 은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보게 된 것이었다. 민성이의 영상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고등학생의 그것이 아니었다. 배가 불러 있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인 채 밤거리를 헤매거나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중략-
"은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저런 거야. 영상으로 찍어서 자기 모습을 보잖아? 문제아들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왜?"
"자기가 사고 치는 걸 스스로는 못 보잖아. 그런데 막 애들 때리고 난동을 피우고 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 주잖아? 그러면 갑자기 저게 나라는 인식이 팍 드는 거지. 그러고는 각성을 한대." --- p.123~4
아이들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여서 동분서주 하면서 일을 풀어 나갈 때는 너무나 어른스럽고, 일사분란한 모습에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만 그려진다면 벌어진 상황에서 일은 전혀 진척이 없을 것이고, 그만큼 긴장감과 박진감도 떨어졌을 것이다. 아이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친구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자신들의 '꿈'에도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선물도 얻는다. 타인에 '진심'을 가지고 몰두했기에 그 과정 속에서 '자신'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성'이라는데 주제를 한정짓지 않고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가장 위험한 지뢰 중에 하나로 다루고 있다. 자칫 실수로 그것을 밟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님을. 서로가 보듬어 안고 같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해결되어 가는 과정에 자칫 너무 밋밋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예상치 못한 반전은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왜 '까칠한 재석이...'시리즈가 사랑을 받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내 전작이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세부터 시작하는 자존감 UP 자기소개서
차오름 지음, 이윤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때도 자기소개를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모임이나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자기소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회사에 취직할 때 역시 자기소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소개는 자신이 좋은 친구, 능력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법입니다." --- p.20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자기소개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필수로 자리잡았다. 예전에는 회사에 입사할 때나 필요했던 것이 요즘은 모임이나 단체를 들어갈 때도 자신을 글로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역의 확대는 물론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듯하다. 요구하는 수준과 형식은 다르겠지만 초등학교에서조차 교내활동을 지원하려면 자기소개서가 필수 요건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고민도 커졌다. 교내 활동은 물론 교외 활동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소개서를 써야할 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보호자가 되어 표현해주었지만, 이제는 대신해서 생각해줄 수도, 표현해줄 수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 생각과 경험을 그리고 자신를 표현해내야 한다. 여러가지 활동에 운좋게 참여하게 되다 보니 심심치 않게 써오긴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에 대한 소개의 밀도가 높아질 필요성이 생겼다. 그동안 어설프게 썼던 기록들을 이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이니 그 수준에 맞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가르쳐주기도 쉽지 않으니 어떻게 자신을 표현해내는 방법을 길러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갈 무렵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13세부터 시작하는 자존감 UP 자기소개서]​. 최근 살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 자치단체에 지원을 준비하느라 고민하던 큰 딸을 보면서 이제는 제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던 터라 이 책의 제목이 왜 '13세부터 시작하는...'인지 공감이 갔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초등학교와는 달리 시야가 좀더 넓어지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소개서에 녹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이 저절로 키워질 리가 없다. 아직 문맥이 매끄럽지도 않고, 구성도 엉성한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이의 글을 보면서 지금부터는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시기적으로 이 책의 제목에 백배공감하는 이유였다.
정말 필요한 때에 출간되어 주어서 감사할 정도로 이 책은 지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단순히 자신에 대한 소개로서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쓰기 위해 진짜 자신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그러한 과정을 단계별로 쉽고 자세하게 풀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 서문의 제목 "자기소개서,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탐색하는 과정"이라는 말은 자기소개서의 본질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책의 제 1부에서는 '자기소개서,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제목으로 자기소개서의 포문을 여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풀어가는 방법이 재미있다. 글쓰기책의 부담스러운 형식이 아닌 '자기소개'라는 소재를 가지고 칼럼을 쓰듯 흥미롭게 '자기소개'에 대한 의미를 풀어낸다. 그리고 독자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자의 모습은 어떤 지 생각해보라는 제안과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다. '그 정도야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써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로 글을 쓴 또래의 예시를 보여준다. '별거 아니네'라는 독자의 자신감이 들자마자 역시 자신에 대해서도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비워준다. 이런 형식은 책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며, 결국 독자는 저자가 이끄는 길을 따라가면서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글을 쓰는 형식 뿐만 아니라 나를 탐색하는 방법까지도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된다.
물론, 들어갈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 못지 않게 형식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에 자기 속에서 끌어 낸 '나의 모습'을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가 소개한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
첫째​,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의미를 쓴다.
둘째,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주자.
셋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자.
넷째,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준다.
다섯째, 이루어 낸 것, 성취한 것, 성공한 것, 칭찬할 것을 쓴다.
1부가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이었다면 제 2부는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담을 내용을 고민하는 장이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서 자기소개서에 담을 내용을 탐색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름의 뜻, 내가 겪은 주요 사건, 나를 단련시킨 어려움과 문제들, 내가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의 책, 나의 선천적 능력, 내가 배운 지식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나의 믿음, 확신 그리고 신념, 나의 희망, 나의 꿈 등 자기소개서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삼 놀랐다. 자기소개서가 빈약해지는 것은 쓸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전방위적인 나에 대한 관찰이 끝나면 제3부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위해 꼭 써 보아야 할 주제들'을 제시한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실전 연습에 들어간다. 여기까지 자신에 대한 고찰을 게을리 하지 않고, 착하게 잘 따라왔다면 이 정도 글을 쓰는 것은 이제 두렵지 않을 듯 싶다.
뒤에 실린 '주요 학교 자기소개서 및 자기 개발 계획서 주제들'에 실려 있는 대원국제중학교를 비롯 청심국제중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자기소개서 양식을 보면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이 왜 두렵지 않아야 하는 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어디 제출하지 않아도 꼭 한 번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열정은 갖고 있는지, 꿈의 방향대로 가고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스펙 한 줄을 더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다음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까지 자신이 좀더 채우려고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과 같은, 자기 스스로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