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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51
조희원 글, 조명원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완독을 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인문고전을 다루다 보니 만화라고
해도 개념이나 깊이는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는 것도 쉽지 않을 만큼 어렵지만 그나마 재치있는 만화가
긴장을 풀어주고, 이해를 도와주어 힘겹게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다. 만화라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시리즈의 몇 권을 읽고
느꼈기에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만화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책을 보기 전부터 각오를 했었다. 현대 철학이 워낙 난해하고 어려우니 만화로
표현했다 해도 관념을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풀어내었다 하더라도 이해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50권이 완간인 줄 알았는데 실로 오랜만에 출간되었다는
반가움과 어쨌든 원서보다는 그나마 이해하기 쉬울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름은 익숙할 정도로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상을
주장했는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강하게 작용했다.
책이
도착하는 시간이 지루할 만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드디어 책과 마주했다. 푸코의 철학을 그림으로 풀어내기가 녹록치 않았음을 밝힌 그림 작가의
머리말을 읽으며, 역시나 이전에 읽었던 책들과 다름없이 책장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역시 그랬다. 만화가 있었기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을 정도로. 그리고
만화가 있었기에 내용의 이해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그래도 반복해서 읽으며(지금도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푸코가 어떤 학문적 노력을 했는지, 어떤 성과을 얻었는지, 그 과정을 어렴풋하게나마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와 동명인 이 책의 제목이 왜 '지식의 고고학'인지도 알 수 있었다. 몇 번을
거듭 읽고 다시 그림 작가의 머리말을 읽어보니 그 핵심이 그대로 담겨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전체를 보고
나니 비로서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미셸 푸코는 1960년대 프랑스에 출현한 구조주의의 기수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수많은 저서를
통해 20세기 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기도 하죠.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은 인간이 어떻게 '앎'을 구성해 가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방법으로 관련 학문을 연구해야 하는지, 기존의 역사 연구 방법을 어떻게 보야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새로운 역사학적
방법론 또한 소개하고 있지요.
사실 이전까지의 역사 연구는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발언을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 속에 숨겨진
주장이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을 역사 연구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푸코가 주목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발언의 배경에 숨어 있는 법칙,
이른바 무의식적인 사회 구조를 밝혀내는 일이었습니다." -- 그림 작가 머리말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라며' 中
책은
미셸 푸코가 누구인지부터 출발해서 ≪지식의 고고학≫은 어떤 책인지, 푸코가 택한 지식 연구 방법,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과 성격, 그리고 지식과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첫 장인 '미셸 푸코는 누구인가?'는 이 책을 통틀어 그나마 가장 이해가 잘 되고, 잘 읽히는 장이다. 철학보다는 미셸 푸코라는 인물을 직접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동성애자로서의 삶과 그와 무관하지 않은 철학 행로를 쫓는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그의 철학의 배경과 개념, 변화 과정을 다룬다. ≪지식의 고고학≫이란 어떤
책인지를 다룬 2장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푸코의 탐색과 탐구 과정이 담겨져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가 정한다고 주장했어.
푸코는 ≪지식의 고고학≫을 통해 특정 분야의 지식이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며 흘러왔는지 비교하는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 거야." --- p.49
푸코가 택한 지식 연구 방법은 '고고학 방법론'이었다.
"결국 이제까지의 모든 역사는 이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마름질된 자료들의 재구성에 불과했던 거야.
바슐라르와 깡길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푸코는 이제 앎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하려고
해.
어떠한 목적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자료를 다루고 불연속의 지점을 찾아내어 분석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푸코의 철학적 방법론인 고고학적 방법론이야." --- p.71
그렇다면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과 성격'은 무엇일까?
"푸코는 어떤 것을 설명하는 방식, 즉 지식의 역사는 당시 앎이라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생각했어.
뿐만 아니라 앎이 구성되는 계열들을 살펴봄으로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대상에 대한 앎, 즉
앞선 시기에 앎과 그 이후의 앎 사이에 단절과 단절의 이유 또한 고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결국 우리는 불연속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 시대를 특징짓는 앎 자체를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고고학적 방법론의 목적인 동시에 특징적 성격이라 할 수 있어." --- p.97
이후에는 푸코가 주장하는 앎과 지식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담론, 개념, 언표의 기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서부터 머리가 조금씩 복잡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반복해서 읽으며 되뇌어도 직관적인 해석이 쉽지 않다. 다음에 푸코가 정의한 이
개념들을 바탕으로 그가 주장한 고고학적 방법론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푸코가 말하길 지식을 구성하는 요소인 언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성이라고 했어.
그는 이 물질성을 있는 그대로 고찰하는 것이 고고학적 방법론이라고 했지."---
p.179
"지식의 기반이 되었던 언표가 결국 정신성이 아니라 물질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힌 푸코는 '철학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쳤지.
푸코는 지식이 권력과 결탁하여 담론을 움직이는 것을 계보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어.
푸코는 《광기의 역사》(1961), 《감시와 처벌》(1975)과 같은 저술에서 권력의 문제점을 잘 드러냈어.
푸코는 책에서 '이성과 비이성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 다음 이성과 정상을 비이성과 비정상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라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어.
푸코는 이러한 기준과 구별이 어떤 사회적·정치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 끈질기게 추적했어.
푸코는 권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지식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담론으로 환산시킨다는 것을
밝혔지.--- p.214~215
푸코는 《성의 역사1 : 앎의 의지》(1976)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자세히
살피고, 이를 통해 권력 장치가 담론의 확산을 통해 성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잇는지를 보여 주려고 했다.
"지식의 대상, 권력의 대상, 윤리의 대상으로서의 주체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푸코의 연구는
후기에 접어들면서 구성된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 즉 창조적 주체라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생각을 전환했어.
푸코의 입장 변화에 따라 그가 말하는 주체는 더 이상 권력이 만든 구성물에 머물러 있지 않았어.
푸코는 주체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질 뿐이라는 결정론적 관점도 거둬들였어.
푸코의 관심은 개인이 어떻게 스스로 주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로 모아졌지.
그렇게 푸코의 중심 연구 주제는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되었어.
푸코는 결국 주체라는 고전 철학의 주제로 되돌아온 것일까?
이에 대한 판단은 푸코를 충분히 공부한 후에 내려야 할 우리들의 몫이야." ---
p.218~219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푸코의 철학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생겼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름자만 들어봤던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걸음마의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수준일 것이다. 리뷰를 쓰기 위해 푸코 강의까지 찾아서 들었지만 점점더 복잡하고 난해해지기만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셸 푸코'라는 이름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학문을 하고자 노력했는지 알게 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갔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충분했다. 이제 '미셸 푸코'를
맞으러 갈 준비를 갖춘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고, 지루하고, 어려울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이
시리즈의, 이 책의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한다.
자,
다음은 또 누구를 만나러 갈까 벌써부터 설레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