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세부터 시작하는 자존감 UP 자기소개서
차오름 지음, 이윤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때도 자기소개를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모임이나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자기소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회사에 취직할 때 역시 자기소개를 해야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소개는 자신이 좋은 친구, 능력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법입니다." --- p.20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자기소개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주는 필수로 자리잡았다. 예전에는 회사에 입사할 때나 필요했던 것이 요즘은 모임이나 단체를 들어갈 때도 자신을 글로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영역의 확대는 물론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듯하다. 요구하는 수준과 형식은 다르겠지만 초등학교에서조차 교내활동을 지원하려면 자기소개서가 필수 요건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엄마의 고민도 커졌다. 교내 활동은 물론 교외 활동도 심심치 않게 하고 있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기소개서를 써야할 일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보호자가 되어 표현해주었지만, 이제는 대신해서 생각해줄 수도, 표현해줄 수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 생각과 경험을 그리고 자신를 표현해내야 한다. 여러가지 활동에 운좋게 참여하게 되다 보니 심심치 않게 써오긴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신에 대한 소개의 밀도가 높아질 필요성이 생겼다. 그동안 어설프게 썼던 기록들을 이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이니 그 수준에 맞는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일이 가르쳐주기도 쉽지 않으니 어떻게 자신을 표현해내는 방법을 길러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갈 무렵 눈에 확 띄는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13세부터 시작하는 자존감 UP 자기소개서]. 최근 살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 자치단체에 지원을 준비하느라 고민하던 큰 딸을 보면서 이제는 제대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연습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던 터라 이 책의 제목이 왜 '13세부터 시작하는...'인지 공감이 갔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초등학교와는 달리 시야가 좀더 넓어지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소개서에 녹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이 저절로 키워질 리가 없다. 아직 문맥이 매끄럽지도 않고, 구성도 엉성한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이의 글을 보면서 지금부터는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시기적으로 이 책의 제목에 백배공감하는 이유였다.
정말 필요한 때에 출간되어 주어서 감사할 정도로 이 책은 지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다. 단순히 자신에 대한 소개로서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쓰기 위해 진짜 자신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그러한 과정을 단계별로 쉽고 자세하게 풀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 서문의 제목 "자기소개서,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탐색하는 과정"이라는 말은 자기소개서의 본질을 가장 적절히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책의 제 1부에서는 '자기소개서, 어떻게 시작할까?'라는 제목으로 자기소개서의 포문을 여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풀어가는 방법이 재미있다. 글쓰기책의 부담스러운 형식이 아닌 '자기소개'라는 소재를 가지고 칼럼을 쓰듯 흥미롭게 '자기소개'에 대한 의미를 풀어낸다. 그리고 독자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자의 모습은 어떤 지 생각해보라는 제안과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다. '그 정도야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써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로 글을 쓴 또래의 예시를 보여준다. '별거 아니네'라는 독자의 자신감이 들자마자 역시 자신에 대해서도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비워준다. 이런 형식은 책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며, 결국 독자는 저자가 이끄는 길을 따라가면서 한 편의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글을 쓰는 형식 뿐만 아니라 나를 탐색하는 방법까지도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된다.
물론, 들어갈 내용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 못지 않게 형식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에 자기 속에서 끌어 낸 '나의 모습'을 최대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저자가 소개한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
첫째,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의미를 쓴다.
둘째,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려주자.
셋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자.
넷째, 자신의 의지와 열정을 보여준다.
다섯째, 이루어 낸 것, 성취한 것, 성공한 것, 칭찬할 것을 쓴다.
1부가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이었다면 제 2부는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담을 내용을 고민하는 장이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서 자기소개서에 담을 내용을 탐색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름의 뜻, 내가 겪은 주요 사건, 나를 단련시킨 어려움과 문제들, 내가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의 책, 나의 선천적 능력, 내가 배운 지식들,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나의 믿음, 확신 그리고 신념, 나의 희망, 나의 꿈 등 자기소개서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삼 놀랐다. 자기소개서가 빈약해지는 것은 쓸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렇게 전방위적인 나에 대한 관찰이 끝나면 제3부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위해 꼭 써 보아야 할 주제들'을 제시한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실전 연습에 들어간다. 여기까지 자신에 대한 고찰을 게을리 하지 않고, 착하게 잘 따라왔다면 이 정도 글을 쓰는 것은 이제 두렵지 않을 듯 싶다.
뒤에 실린 '주요 학교 자기소개서 및 자기 개발 계획서 주제들'에 실려 있는 대원국제중학교를 비롯 청심국제중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자기소개서 양식을 보면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이 왜 두렵지 않아야 하는 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어디 제출하지 않아도 꼭 한 번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법이 옳은 것인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열정은 갖고 있는지, 꿈의 방향대로 가고 있는 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스펙 한 줄을 더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다음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까지 자신이 좀더 채우려고 노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과 같은, 자기 스스로를 객관화 시킬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아주 쉽게,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