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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눈물 - 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http://cfile233.uf.daum.net/image/196B071D4A18D15D5738F4)
그림 앞에서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나한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마음이 메말랐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읽고나면 말라비틀어진 가슴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진 않을까 싶었다.
[그림과 눈물]은 그림 앞에서 울어보거나 그림 에게 모든 혼을 빼앗겨 넋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경험담을 묶어놓은 책이다.
나는 사실 그림을 보고 울어본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많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림을 몇번 보지는 못해봤지만, (대개 책을 통해서였다.) 단 한번도 어떤 감흥이나 설레임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그림으로 인한 충격 같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그림이 주는 어떠한 감정에 의해
눈물을 흘리고 멍을 때리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그림의 색채감에
우리의 눈은 눈물이라는 것을 흘려보내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왜 이 그림이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일까?
어떻게 같은 그림을 두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이리도 다른 것일까? 를 생각해 봤지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내 자신 스스로 설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자 어쩌면 [그림과 눈물]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도 나같은 기분을 느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다 우연히 보게 된 고흐의 자화상.
그동안은 별 느낌없이 지나쳐가던 이 그림엽서 한장이
나를 한동안 멍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무릎을 끓고 내가 이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그냥 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것 같은
허무감과 무기력함만을 느낄수 있었다.
저 노랗게 칠해진 색깔들이 마치 나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쩌면 나 자신을 혼란의 숲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닐까. 고흐는 나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등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나 자신이
조금은 겁도 나고 감당이 되지 않았다.
저자나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게 이런것이었을까.
그림을 통해 알수 없는 감정들을 느껴보고,
문화적 폭을 넓히라는 ...........?
그림을 보면서 생동감이나 화가의 의중을 읽고 느끼기에는
난 참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도 아는 나의 이런 맹맹함이
어느날 문득 깨져 이런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또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겨 이런일이
생긴 것일까 라는 의아함도 들었다.
요즘은 미술과 관련된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클림트, 고흐등의 화가들에 쏟아지는 화려한 관심들이
책과 전시회, 길가의 여러 포스트들에서 느껴지듯이
그림과 우리의 일상 속에 이미 묻혀져버린 우리의 일상이되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들을 얼마나 느끼고 살고 있는 것일까.
무심코 지나쳐버리고, 그냥 하나의 눈요깃거리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림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관람객이나, 그림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는 대신
나도 함께 그 그림 앞에 서서 그 느낌을 공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메말라서 아직은 촉촉해지지 못했지만, 그림을 통해 언젠가는 촉촉한 감성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로
고흐의 자화상을 다시 한번 감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