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우드 바이블
바버라 킹솔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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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서를 할 때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음악을 듣는 것도 독서에 방해가 될 뿐이다. 어디선가 클래식은 좋다고 해서 몇 번 시도는 해봤지만 여전히 책을 읽을 때는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한다. 그래도 가끔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 타이밍에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커피다. 오로지 커피 향만이 유일하게 내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 친구인 셈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매번 같은 커피를 마시지만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 탓이려니 했는데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음미했던 커피 맛이 어땠는가를 생각해보면 지난 독서의 시간이 함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바버라 킹솔버의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작품을 읽는 내내 유독 많은 커피 잔을 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해야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콩고에 대한 선진국들의 횡포는 그 옛날 인디언 문명을 망친 아메리카인들을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나 자신 역시 그들의 역사에 무지한 채 서부영화의 미개인으로만 인식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쓰디쓴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작가도 제목도 익숙하지 않은 마당에 30년에 걸친 한 가족의 대서사시를 보여준다는 말에 선뜻 만난 작품이었던 <포이즌우드 바이블>. 침례교 목사로 콩고로 선교활동을 떠난 네이선 가족. 침례교 목사인 네이선을 따라 아내, 올리애너 프라이스와 그리고 아름다운 첫 딸 레이철과 영리한 쌍둥이 딸 리아와 에이다, 그리고 귀여운 막내 루스 메이는 자신의 뜻과는 별개로 콩고에 발을 내딛는다. 그 누구보다 융통성이 없는 네이선이 아프리카 콩고에서 선교활동을 순탄치 않다. 그들의 전통적인 삶은 단지 미개하고 무지한 것이라고 치부하며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 지옥으로 떨어지리라는 말만 반복하는 그의 설교는 소중하고 귀한 ‘뱅갈라’라는 말이 독나무 ‘방갈로’로 원주민에게 인식되는 것처럼 괴리감을 준다. 콩고의 정치적 격변(벨기에령에서 독립, 그러나 초대 총리는 암살당하고 쿠테다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이 일어나는 사이에 백인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음에도 네이선은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 스스로가 전쟁 속에서 동지들을 버리고 혼자 살아남아 불명예스러운 퇴역을 겪었기에 더 이상 하느님이 보는 앞에서 등을 보이려하지 않는 네이선의 행동은 결국 가족의 파괴로 이어지고 마는데…

 

1959년에서 시작하여 네이선 가족의 선교활동으로 시작되는 <포이즌우드 바이블>은 콩고의 정치적인 격변기를 보여주며 후진국(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선진국들의 횡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선진국들이 판 무기를 가지고 내전을 겪는 나라들이 많다. 그들의 전쟁비 역시 그들 나라의 자원을 담보로 한 것이다. 결국 상처만 갖게되는 것은 그들 뿐. 선진국들은 정부군과 비정부군 모두를 대상으로 정치적 결연을 맺으며 손해 없는 장사를 할 뿐이다. 아쉽게도 <포이즌우드 바이블>에서 콩고 역시 선진국(벨기에, 미국)의 먹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뜻과 반하는 총리는 과감히 처단하고 그들의 뜻을 잘 따라줄 인물이 뽑힐 때까지 이런 무장 혁명은 반복된다. 물론 그를 내세워 콩고의 다이아몬드는 미국의 손에 싼 가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네이선 가족에게는 콩고의 초대 총리가 살해 당한 날은 의미가 없다. 그 날은 바로 그들의 막내 딸 루스 메이가 죽은 날이기 때문이다. 올리애너는 딸의 장례를 마친 뒤 집 안의 모든 것을 이웃에게 나눠 준 후 붉은 진흙길을 걸어 콩고를 떠난다. 지난 17개월의 악몽을 뒤로 한 채…. 그러나 남아프리카에 남은 레이철, 콩고에 남은 리아, 콩고에 묻힌 루스를 남긴 채 에이다만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1950년대 침례교 목사 가족의 일반적인 삶은 1970년대 대한민국의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고, 콩고의 대 격변기 역시 우리네 정치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치밀하게 구성한 일련의 에피소드는 대서사시라는 장르에 걸맞다.

1955년생인 작가가 해외 선교활동과 콩고를 잇고, 1950년대 미국을 보여주며 30여년 간의 다섯 여자의 삶을 담대하게 펼쳐놓은 <포이즌우드 바이블>. 마지막 장을 넘기며 음미한 커피 맛과 향이 쓰디쓰게 다가오는 것은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은 가해자(비록 직접적인 가해를 하지는 않았지만)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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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 / 홍익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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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높아졌지만 건강수명은 그리 높아지지 않은 21세기. 그래서 ‘웰빙’이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된 지는 오래다. 건강을 위해 잘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셈이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건강한 삶을 영유하기 위한 이러저러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좋겠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보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오히려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건강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바로 현실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굳이 밝힐 필요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먹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어쨌든 하루 일정량의 식사를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이왕이면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은 삶의 새로운 즐거움이 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미각의 다양한 자극을 받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교통사고도 더 낼 위험이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몇 년 전에 본 해외토픽에서 참조)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는 그런 점에서 아주 유용한 지침서가 된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재료와 환경을 말해주고 그 안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독자가 나름 선정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조리의 비밀

2장 음식 재료의 비밀

3장 간맞추기의 비밀

4장 물의 비밀

 

모든 장은 각각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최적의 환경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1장 조리의 비밀의 경우 튀김, 볶음, 구이, 조림, 찜, 전자레인지 가열 등 총 여섯 가지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설명방법이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다. 튀김 기름의 산화나 투명한 튀김옷을 위해서는 얼음물 반죽 정도만 알고 있는 지식을 갖고 있던 내게 이 장은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기름의 상태에서 적정 온도 뿐 아니라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과학적 근거를 댐으로써 요리와 지식적 충만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볶음요리에서 수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위해 햄이나 고기 먼저 볶는 것이 아니라 달걀 먼저 익히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요리의 지혜였고 그 뒤를 이어 나오는 과학적 근거는 지적유희였다. 뒤이어 나오는 구이, 조림, 찜, 전자레인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하는데 아주 재밌게 읽힌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들이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예를 든 음식들이 생소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동양문화이기 때문에 기본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2장 음식 재료의 비밀에서는 육류, 어패류, 계란, 우유, 유제품, 콩 제품, 쌀, 밀가루, 녹말, 감자류, 채소류, 과일류, 냉동식품을 각각 나눠 설명한다. 기초적으로 살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는 사후경직 후 더 맛있다. 계란은 좀 며칠 두고 먹어야 더 맛있다. 생선회는 차갑게 먹어야, 생선조림 국물은 냉장고에서 젤리형태가 된다.” 등 그러나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내게 이 책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요리와 과학의 절묘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목이다.

3장 간 맞추기와 4장 물의 비밀의 경우 가장 일본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장이다. 기초적으로 소금, 설탕, 식초는 거부감 없이 읽히지만 국물 내기에서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란 용어 등장부터 된장의 경우 일본식 된장인 미소의 등장이 그렇다. 그리고 4장은 요즘 미네랄 워터에서 알칼리수(이온수기)까지 물의 유행을 선도하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구성이 아닌가싶다.

 

오늘 남편을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채소의 수분과 양념, 고기의 상태를 나도 모르게 체크하며 자연스레 요리를 준비하는 스타일도 조금 변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연스레 지적 유희를 맛보며 읽은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는 우리 부엌의 요리스타일도 조금씩 바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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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스피치 - 글로벌 멘토가 들려주는 인생교훈
정석교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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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그 첫 달의 반이 벌써 지났다.

올해 목표로 삼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영어공부 - 회화 위주로 공부하기 위해 선택한 책과 영어 에피소드 책, 잠시 멈췄던 로제타스톤 마스터하기.

둘째 작품집 불리기 - 공연할 희곡 마무리, 구상 중이었던 소설 마무리하며 작품집을 하나둘 늘리기.

셋째 다이어트 - 중반까지 5킬로, 연말까지 3킬로.

 

새해의 부푼 희망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이런저런 일로 아직 제대로 시작 못한 것도 있다. 그런 내게 작은 동기 부여와 힘을 불어 넣기 위해 선택한 책이 있다.

 

글로벌 멘토가 들려주는 인생교훈 <힐링스피치>.

큐레이터 작가 정 석교가 엮은 책으로 총 17장 구성으로 세계적인 인사들의 연설(또는 짧은 명언)이 담겨 있다. 영어와 한글로 구성되어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올해 목표로 삼은 많은 계획 중에 영어공부가 있는 내게는 일석이조의 책인 셈이다.

 

 

 

1. Find Your Passion (당신의 열정을 찾아라)

2. Have Confidence in Yourself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녀라)

3. Dream Big! Think Big! (대몽대각-大夢大覺, 큰 꿈을 가져야만 크게 깨닫는다)

4. Take Action Quickly. And Create Opportunities.

(먼저 실천에 옮겨라. 기회는 만드는 것이지 주어지는 게 아니다)

5. Do Not Give Up (포기하지 마라)

6. It's Ok To Fail (실패해도 좋다)

7. You Do Not Need To Be Perfect (언제나 완벽할 필요는 없다)

8. Use Your Imagination And Creativity (당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해라)

9. Follow Your Heart And Your Intuition (당신의 마음과 직감을 따라라)

10. Do What You Love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라)

11. Yes! You Can Do Anything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12. Take Risks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라)

13. Embrace Change And Learn To Deal With Uncertainty

(변화에 주저하지 말고 불확실한 것들을 대처하는 법을 배워라)

14. Be Persistent (끈기를 가져라)

15. Live Now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라)

16. Share What You Have (세상과 나눠라)

17. Keep Learning (끊임없이 배워라)

 

대다수가 졸업식 축사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그렇다보니 사회에 나가려는 졸업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기는 내용이 많다. 열정을 찾아라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배우라며 끝나는 구성도 마음에 들지만, 그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더욱 마음에 든다.

예를 든다면 열정을 찾는 첫 이야기로 윌리스 그룹의 CEO 조 플루메리의 연설만 봐도 그렇다.

구글로 검색하면 답도, 친구도, 직장도 찾을 수 있지만 결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열정을 찾을 수 없다는 말! 무엇이든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정을 갖고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며 행복한 삶의 필요충분요건일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열정을 갖고 해야 할 일을 찾는 것! 다행히 나는 열정을 갖고 꿈꾸는 일이 있기에 이들이 전하는 말에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물론 뒤이어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 것도!

3장에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연설을 인용하는 사이몬 시넥(P31)의 연설이 가장 좋았고 6장에서는 해리포터의 조엔 K. 롤링의 연설(P57)이 좋았다. 또한 가장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었던 연설은 구글 회장 에릭슈미트가 한 말이었다.

 

 

 

“인생은 반짝이는 모니터 속에 있지 않습니다.” 며 진짜 세상을 이야기하는 그의 연설에서 갈수록 컴퓨터 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연설을 구글 회장이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세계 최고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가 하버드 합격 날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에 형광펜을 그어가며, 메모지에 적어가며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갔다.

결국 <힐링스피치>는 자신을 믿으며 열정적으로 자신을 갈고 닦아 성공하고, 삶 속에 이웃에게 나누며 그리고 또 끝없이 배우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꿈을 위해 힘차게 달려가는 2013년.

2013년 12월까지 이 책을 들고 다니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발췌한 문구들을 집안 곳곳에, 내가 활동하는 곳에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려고 한다. 모든 주어를 ‘나’로 바꿔서!

그렇다면 힐링스피치는 내 마음을 단단히 잡아주며 내 미래마저 멋지게 변화시켜줄 멘토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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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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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가 이번에 내 놓은 <원숭이와 게의 전쟁>.

책표지를 보고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텐더와 5선 의원의 선거전. 대선의 흐름을 타고 정치소설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책은 중간부가 넘어가도록 어떤 정치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는다. 종반부에 가서야 선거전이 발휘되지만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내가 기대했던 정치소설이 아니었다.

제목만 들으면 동물이 뛰쳐나오는 판타지 소설 느낌이 물씬 나지만 사실 이 제목은 일본 전래 동화(어미 게를 속이고 죽인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복수한다는…)에서 따왔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정치소설도 아니요, 판타지는 더더욱 아닌 복수극을 다룬 소설이다.

그러나 촌스럽게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처럼 복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자연스레 캐릭터들이 모이고 사건이 발생하게끔 유도함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마지마 미스키는 호스트인 남편 도모키를 찾아 도쿄로 향한다. 거기서 도모키의 옛동료 준페이를 만나고, 란 마담 미키와 연결되어 호스티스의 생활로 들어선다. 한편 유명한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치가 뺑소니 사고를 낸다. 그를 대신해 형이 자수한다. 그 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준페이는 이 사실을 이용해 도모키와 더불어 미나토 게이치를 협박한다. 그 일로 그의 매니저 소노 유코와 알고 지내게 된다. 평소에 소노 유코가 알고 지내던 점술가가 유코에게 큰 정치가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인물을 만나게 됨으로써 모든 인물들이 한 곳에 점차 모이게 된다.

 

좀 억지스럽다고 유일하게 생각된 것이 바로 소노 유코와 준페이의 연결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소노 유코의 고백으로 그녀가 준페이의 선거전에 집착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작가의 모든 장치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작가 요이다 슈이치가 보여주는 아주 멋드러진 구성이 돋보인다.

그녀가 보여주는 섬세한 인물, 캐릭터들의 자연스런 연결, 사건과 구성,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꼭 맞아떨어지면서 이야기의 힘을 증폭시킨다. 아주 잘 짜여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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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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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박 경리.

그녀가 떠나고 그녀가 남긴 시를 <우리들의 시간>을 통해 뒤늦게 접했다.

 

예전에 시만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사랑 놀음 같은 시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던 시. 그런데 다시 시의 세상으로 날 포근히 안아준 것이 바로 <우리들의 시간>을 읽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작품 토지를 알 뿐 그녀의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내가 그녀를 시를 통해 그녀의 삶을, 인생을 엿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시(詩)에 삶에 대한 회의, 죽음에 대한 고찰(죽음 P44), 역사적 사건을 겪은 세대의 고뇌를 담는가 하면, 개발·환경 보존 문제의 문제(국토개발 P69, 기다림 P71)를 담아내기도 했다. 또한 글을 쓰면서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고백(꿈 P41)도 수줍게 내놓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렇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그녀도 미처 일찍 깨닫지 못했다는 것들을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내게는 한 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노년의 시간 죽음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도,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도 이제는 모두 시(詩)로 남았다. 시(詩)에 그녀의 삶을 오롯이 담아 놓고 훌쩍 떠나버린 그녀가 야속하다. 그녀가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그 곳을 미리 찾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 시절 드라마로 제일 처음 접한 <토지>.

성인이 되어 책으로 읽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서사시가 존재한다는 자랑스러움을 보여준 작품 <토지>.

오랜 시간동안 숙성되어 완성된 <토지>는 우리 곁에 남았지만 이제 그 작품을 쓴 작가 박 경리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토지>를 읽고도 작가 박 경리에 대해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우리들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끔 한다. 마치 나이 드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하듯, 할머니의 지혜를 가깝게 접하는 시간.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모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셔서 내게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 두 분의 할머니는 가까운 곳에 사셨다. 그러나 중학생 되었을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친할머니마저 돌아가셨다. 그런 내가 못 다한 할머니와 정을 나누며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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