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가 이번에 내 놓은 <원숭이와 게의 전쟁>.

책표지를 보고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텐더와 5선 의원의 선거전. 대선의 흐름을 타고 정치소설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책은 중간부가 넘어가도록 어떤 정치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는다. 종반부에 가서야 선거전이 발휘되지만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내가 기대했던 정치소설이 아니었다.

제목만 들으면 동물이 뛰쳐나오는 판타지 소설 느낌이 물씬 나지만 사실 이 제목은 일본 전래 동화(어미 게를 속이고 죽인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복수한다는…)에서 따왔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정치소설도 아니요, 판타지는 더더욱 아닌 복수극을 다룬 소설이다.

그러나 촌스럽게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처럼 복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자연스레 캐릭터들이 모이고 사건이 발생하게끔 유도함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마지마 미스키는 호스트인 남편 도모키를 찾아 도쿄로 향한다. 거기서 도모키의 옛동료 준페이를 만나고, 란 마담 미키와 연결되어 호스티스의 생활로 들어선다. 한편 유명한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치가 뺑소니 사고를 낸다. 그를 대신해 형이 자수한다. 그 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준페이는 이 사실을 이용해 도모키와 더불어 미나토 게이치를 협박한다. 그 일로 그의 매니저 소노 유코와 알고 지내게 된다. 평소에 소노 유코가 알고 지내던 점술가가 유코에게 큰 정치가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그 인물을 만나게 됨으로써 모든 인물들이 한 곳에 점차 모이게 된다.

 

좀 억지스럽다고 유일하게 생각된 것이 바로 소노 유코와 준페이의 연결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소노 유코의 고백으로 그녀가 준페이의 선거전에 집착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작가의 모든 장치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작가 요이다 슈이치가 보여주는 아주 멋드러진 구성이 돋보인다.

그녀가 보여주는 섬세한 인물, 캐릭터들의 자연스런 연결, 사건과 구성, 이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꼭 맞아떨어지면서 이야기의 힘을 증폭시킨다. 아주 잘 짜여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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