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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 / 홍익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높아졌지만 건강수명은 그리 높아지지 않은 21세기. 그래서 ‘웰빙’이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된 지는 오래다. 건강을 위해 잘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좋은 습관을 들이고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필요충분조건이 된 셈이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건강한 삶을 영유하기 위한 이러저러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좋겠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보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오히려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로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건강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바로 현실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굳이 밝힐 필요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먹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낼 필요도 없고 어쨌든 하루 일정량의 식사를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이왕이면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은 삶의 새로운 즐거움이 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미각의 다양한 자극을 받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교통사고도 더 낼 위험이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몇 년 전에 본 해외토픽에서 참조)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는 그런 점에서 아주 유용한 지침서가 된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재료와 환경을 말해주고 그 안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독자가 나름 선정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조리의 비밀
2장 음식 재료의 비밀
3장 간맞추기의 비밀
4장 물의 비밀
모든 장은 각각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최적의 환경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1장 조리의 비밀의 경우 튀김, 볶음, 구이, 조림, 찜, 전자레인지 가열 등 총 여섯 가지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설명방법이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다. 튀김 기름의 산화나 투명한 튀김옷을 위해서는 얼음물 반죽 정도만 알고 있는 지식을 갖고 있던 내게 이 장은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기름의 상태에서 적정 온도 뿐 아니라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과학적 근거를 댐으로써 요리와 지식적 충만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볶음요리에서 수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위해 햄이나 고기 먼저 볶는 것이 아니라 달걀 먼저 익히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요리의 지혜였고 그 뒤를 이어 나오는 과학적 근거는 지적유희였다. 뒤이어 나오는 구이, 조림, 찜, 전자레인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하는데 아주 재밌게 읽힌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들이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예를 든 음식들이 생소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같은 동양문화이기 때문에 기본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2장 음식 재료의 비밀에서는 육류, 어패류, 계란, 우유, 유제품, 콩 제품, 쌀, 밀가루, 녹말, 감자류, 채소류, 과일류, 냉동식품을 각각 나눠 설명한다. 기초적으로 살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는 사후경직 후 더 맛있다. 계란은 좀 며칠 두고 먹어야 더 맛있다. 생선회는 차갑게 먹어야, 생선조림 국물은 냉장고에서 젤리형태가 된다.” 등 그러나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내게 이 책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요리와 과학의 절묘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목이다.
3장 간 맞추기와 4장 물의 비밀의 경우 가장 일본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장이다. 기초적으로 소금, 설탕, 식초는 거부감 없이 읽히지만 국물 내기에서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란 용어 등장부터 된장의 경우 일본식 된장인 미소의 등장이 그렇다. 그리고 4장은 요즘 미네랄 워터에서 알칼리수(이온수기)까지 물의 유행을 선도하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구성이 아닌가싶다.
오늘 남편을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채소의 수분과 양념, 고기의 상태를 나도 모르게 체크하며 자연스레 요리를 준비하는 스타일도 조금 변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연스레 지적 유희를 맛보며 읽은 <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는 우리 부엌의 요리스타일도 조금씩 바꿔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