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토지의 작가 박 경리.

그녀가 떠나고 그녀가 남긴 시를 <우리들의 시간>을 통해 뒤늦게 접했다.

 

예전에 시만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사랑 놀음 같은 시집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던 시. 그런데 다시 시의 세상으로 날 포근히 안아준 것이 바로 <우리들의 시간>을 읽는 시간이었다.

그녀의 작품 토지를 알 뿐 그녀의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내가 그녀를 시를 통해 그녀의 삶을, 인생을 엿보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시(詩)에 삶에 대한 회의, 죽음에 대한 고찰(죽음 P44), 역사적 사건을 겪은 세대의 고뇌를 담는가 하면, 개발·환경 보존 문제의 문제(국토개발 P69, 기다림 P71)를 담아내기도 했다. 또한 글을 쓰면서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고백(꿈 P41)도 수줍게 내놓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렇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보다. 그녀도 미처 일찍 깨닫지 못했다는 것들을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내게는 한 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노년의 시간 죽음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도,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도 이제는 모두 시(詩)로 남았다. 시(詩)에 그녀의 삶을 오롯이 담아 놓고 훌쩍 떠나버린 그녀가 야속하다. 그녀가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그 곳을 미리 찾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린 시절 드라마로 제일 처음 접한 <토지>.

성인이 되어 책으로 읽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서사시가 존재한다는 자랑스러움을 보여준 작품 <토지>.

오랜 시간동안 숙성되어 완성된 <토지>는 우리 곁에 남았지만 이제 그 작품을 쓴 작가 박 경리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토지>를 읽고도 작가 박 경리에 대해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우리들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끔 한다. 마치 나이 드신 할머니의 이야기를 접하듯, 할머니의 지혜를 가깝게 접하는 시간.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모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셔서 내게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 두 분의 할머니는 가까운 곳에 사셨다. 그러나 중학생 되었을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친할머니마저 돌아가셨다. 그런 내가 못 다한 할머니와 정을 나누며 지혜를 배우는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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