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창 - 제주4.3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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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쓰인,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걸로 역사를 '알았다'라고 할 수 없다. 그 시절 역사를 '풀었을'뿐이었다.

내가 온 몸과 마음으로 역사를 배운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를 가르치면서였다. 교과서의 한 두줄 나와있는 심지어 아예 서술하지도 않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였다. 한 줄안에 많은 사람의 희생과 눈물과 고통을 알고 나니 더이상 아이들에게 건조하게 문제를 푸는 수업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5.18을 20대에 마주했다면, 30대는 4.3과 마주했다. 정확하게는 20대 올레길에서 4.3을 스쳐지나가긴 했었다. 알뜨랑 비행장 (올레 10코스)에서 생애 처음으로 4.3을 보았다. 깊게 파인 구덩이에 들어가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본격적으로 4.3은 그림책 작가 '권윤덕'선생님을 좋아하면서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쓰신 <나무도장>을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그림책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하지만 4.3의 실제 역사를 공부할 때는 강연장에서도 몇 번이나 밖으로 나갔고, 영상을 보다가 몇 번이고 눈감았었다.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역사였다.

2018년에는 아이와 제주에 내려가 북촌리 너븐숭이에서 사탕을 놓고 기도를 하기도 했다. 제주 곳곳에 4.3의 흔적을 돌아보았다. 나에게는 그저 슬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이상 못 본 척 외면하는게 아니라 꺼내어 놓고 학생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 나누었다는 점이다.

창비에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책이 나왔다. 4.3은 김홍모 작가님이 그리셨다. 좀 더 역사를 쉽게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기획의 말에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좀 더 다가가기 쉬운 방법은 없을까?" 고민으로 시작되었다라고 나타나있다. 그러한 역할을 해 주는 출판사나 작가분들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것들을 붙잡아 알리고 바로 설 수 있게 해 주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 독자로서.. 또 교사로서 짐을 나누어 갖는 기분이 든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빗창을 읽는 동안 3-4번은 멈추었다. 관덕정에서의 횡포에서, 또 일제가 패망하고 미군정이 들어온 부분에서도 마음이 울렁거려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소용없는 질문이지만 "왜!? 도대체 왜?"

우리가 바랐던 해방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빗창 165페이지

일제로부터 겨우 벗어났는데, 친일파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핏박받는 국민을 괴롭혔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바로 잡고 싶은 부분이다. 아무리 권력과 돈이 탐나지만 인간이 가지는 잔인성은 어디까지인지도... 끔찍하다. 가장 마음 아픈 건 일상의 평화를 지키고 소소하게 살아가던 제주 시민이 희생되었다는거다. 가족을 잃고 자식을 잃은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나간 역사 꺼내어 무엇하겠냐고? 그 역사는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도.

4.3에 대해 이야기했던 우리반 아이들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 더 이상 제주가 아름다운 곳으로만 보이지 않아요 선생님. 그 속에 슬픔이 가득하네요. 왜 우리는 몰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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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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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신 분의 직장 이력에 비해 나의 이력은 고작 한 줄이라 이 책을 읽고' 공감했다'고 해도 될까 망설여진다. 같은 직장 14년차. 소위 말하는 철밥통이 10개 직장을 거쳐온 작가님의 삶을 100퍼센트 이해하기는 힘들것이다. 많은 것들의 환경이 다를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지, '직장인'이라고는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장인'라는 단어조차도 내게는 낯설었다. 읽는 내내 '직장인'으로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내가 직장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나는 어떤 동료였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과거 회상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에세이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제목'이었다. 제목부터 소제목까지 글을쓰고 잡지를 만드는 분이라 당연히 글을 잘쓰시기도 하지만 소제목이 특별했다. '계란으로 회사라는 바위를 칠 때 필요한 것', '가면은 언제쓰고, 언제 벗어야 하는가' '누군가가 됐어 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등등 제목부터 공감 100프로 아닌가!

작가가 겪은 회사의 이야기가 우리나라 회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비슷한 구조로 흘러간다면 나의 경우는 '안정적이다'라는 면에서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세이 속에 나오는 일들이 학교라고는 없지는 않다. 왕따, 차별, 꼰대, 라인, 억지, 배신 등등 .. 좀 더 피하기 쉬운 구조이고 이직이 아닌 전근이라는 카드가 있어서 좀 더 잘 흘러가게 보일지도 모른다.

나의 고집은 항상 나를, 그리고 거대한 바위들과의 관계를 힘들게 했다. 조용하게 튀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내 개성이 강하고 내 신념(아집)이 분명하여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참 많이 부딪혔다. 나의 성격적인 많은 부분이 '직장'생활에 참 불필요한 것을 많이 가지고 힘들게 산다는 걸 ..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나마 10년이 지나면서 많이 둥글어진거다.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건, 힘 없는 내가 '불평'을 쏟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겠다 싶었다.

'안정적이다'라는 장점을 무기삼아 불합리한 구조(과연 지금 생각하면 그런 구조였나?) 에 과감히 그만 두기도 하고 '건방진게 아닐까' 고민하면서 덜덜떨며 할말도 했었는데. 또 남들과 다르게 어떤 부분에는 정말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도 해서 "튀어나온 손가락"이라던지 "이 곳 정서에 맞지 않다." 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가 그닥 편하고 만만한 이미지는 아닌데도 지난 13년동안 겪었던 직장으로서의 학교는 남들이 잘 겪지 않은 일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금세 잘 잊어버려서 지난 일들은 이제 추억담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다.

"직장을 직장으로 생각해! 그 곳에서 친구를 얻으려고 하니 문제다" 했던 동료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 말을 알면서도 나는 일터에서 친구를 사귀려고 하고, 정을 느끼고 싶어하기에 직장인으로서 잘 안하는 실수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반면에 평생 함께 할 친구를 직장에서 얻기도 했다. 미움과 갈등을 얻은 만큼 사랑과 우정을 얻는다.

작가님은 멋진 직장인이셨다. 내가 실제로 겪었으면 울고 불고 대성통곡하며 구덩이를 파고 들어갔을텐데 . 작가님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도 하고, 부당한 일을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해 협상하는 모습들이 에세이에 많이 담겨 있었다. '나도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

"젊어서 그런 탓도 있다. 내가 판단하기에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들어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화가 많았던 이유는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였고, 나 자신의 열등감 때문이었다.

그러다 사회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화를 거의 내지 않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거나 일단 지켜보자는 편으로 변해갔다. 바로 규정하지 않고, 바로 감정을 표시하거나 쌓아두지 않고 관찰하면서 정보를 많이 모으고 그것을 통해서 차차 판단하는 것."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p122

이 구절이 제일 와 닿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좀 더 '여유있는' 직장인의 모습으로 살게 되겠지. 인간은 잘 바뀌지 못하니까 'my way'인 부분을 완전히 버릴 순 없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갈등에서 좀 더 친절하고 단호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얻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조율하고 타협할 수 있는..자꾸만 '분노'하지 않는. (이러면서 오늘도 참 많이 감정을 드러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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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을! 복잡한 세상을 푸는 수학적 사고법 보통사람들을 위한 수학 시리즈
릴리언 R. 리버 지음, 휴 그레이 리버 그림, 김소정 옮김 / 궁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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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수학 문제집 이외에 수학관련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수학을 무척 좋아하는 문과생이었는데, 졸업하고 나니 수학을 접할일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수학은 명쾌한 답이 나오고 어려운 걸 해결했을 때 짜릿함이 있어서 다른 과목과 다른 매력이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고등학교 수학을 하면서도 그 개념이 어떤 원리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랄까 따져본 적은 없다. 오히려 지금 학생들에게 기초 수학을 가르치며 원리를 차근하게 짚어주면서 새로 그 개념을 적립해 나간다랄까.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는 수학 서적에 대한 편견을 깨는 책이다. 수학적 설명이 시의 형식을 빌어 표현되어있고, 수학책이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나 같은 보통씨들을 '길 위의 수학자'라고 명명해 주는 표현을 보라!

수학에서 '무한'이라하면 의심조차 하지 않고 무한히 많은, 셀 수 없이 많은, 혹은 너무나 작은 0에 가까운 ..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별도 모래도 무한히 많고 숫자도 무한적이다 라는 생각. 이런 문제의 해답을 '실제' 무한이 아니라 '잠재적 '무한이라고 하는거라고 한다.

오래 전 기억을 꺼내어 방정식, 피타고라스 정의 등등 수학적 용어에 닿아가는 순간들이 즐거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다시 되돌아 가며 읽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며 읽어나갔다. 이 책의 수학적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수학이 이렇게 감동적인 말로 표현될 수도 있구나 하며 밑줄 그은 부분은 많았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이야기가 있어!! 수학자가 논리학자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제거하거나 최소로 하려고 사용하는 강력한 방법은 우리 모두에게 사람의 마음이 어려움에 닥쳤을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영감으로 작용해, 우리의 약함만큼이나 강함을 알게 해주고 우리의 한계를 알게 해서 우리가 샘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 현대적인 최신 방법을 익힐 수만 있다면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을 뛰어 넘어 얼마나 먼 곳까지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거야."(p107)

"우리 사람이 정말로 어떤 존재인지 우리 마음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 일이 훨씬 중요하니까. 기계 장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본성이 가진 가장 멋진 부분, 우리 안의 샘을 꽃피우면 우리 삶은 활력이 넘치고 행복해질 거야. (135)"

"무한은 우리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아주 아름다운 예인 데다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야."(p178)

"나는 수학 자체의 발전 속에 내재해 있는 윤리가 사람의 가치라고 생각해. 수학은 발전시키고 생활 철학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분명히 바로 이 가치를 적용해야 하는거야."(p300)

작가의 수학에 대한 윤리적 가치에 대해 분명히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이 1950년대에 나와 오늘날까지 읽히는 고전이라 여기는데에 이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책 중간 중간 펜그림으로 이해를 돕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어떤 눈과 마음을 가지고 이 학문을 대해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책과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새로 눈을 떴다는 표현이 적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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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끝내는 놀이체육수업 40분
김양수 지음 / 지식프레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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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만나뵌적은 없지만 '양수쌤'은 친근하다. 아이스크림연수원 원격연수도 들었고 교실에 사둔 양수쌤이 추천한 교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업 노하우를 아낌없이 기꺼이 다 내어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올해는 체육이 전담없이 해야하기에 부담이 있다. 국,수,사,과 같은 주지교과는 부담이 없는데 체육은 왜 부담이 될까 생각해 보면 잘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체육'은 가장 인기 있는 과목인데, 선생님들에게는 인기가 왜 없을까. 그런 부담들을 덜어줄 수 있는 한가지 통로로 이 책을 추천한다. 워낙 많은 컨텐츠와 자료들이 있는 교육현실에 무엇을 택해야 할까 하는 고민도 해결했다. 거기다 글로만 쓰여있는 놀이, 체육관련 책은 읽어도 직접해보지 않으면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책에는 큐알코드가 있어 선생님의 유튜브로 바로 연결이 되어 아이들이 직접 활동하는 영상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 

 선생님이 체육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도 곳곳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함께 성장시키고 소외되는 아이 없이 체육 수업을 즐길 수 있도록 작은 배려들이 수업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얼른 개학을 해서 학기초 활동도 하고 미세먼지 없는 교실놀이 체육도 해보고 싶다. 제일 중요한 건 모든 것을 하기전에 아이들과 규칙과 마음가짐을 제일 먼저 세워놓고 하는 일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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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인 서울 사계절 1318 문고 122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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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반희는 자신이 손바닥만 한 토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뜨자마자 흰 털로 뒤덮인 앞다리가 보였고, 가슴과 배까지 모두 뽀얀 털로 뒤덮인 앞다리가 보였고, 가슴과 배까지 모두 뽀얀 털로 북슬북슬했다'



아무런 전조 없이 훅 들어와서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꼈다. 자연스레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랐고 작가는 잠자를 염두해 두고 썼을거라는 생각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 딱 한사람 누나 빼고.



주인공 반희는 자고 일어났더니 토끼로 변해있었다. 벌레도 다른 무엇도 아닌 토끼로 변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지만 독자는 자연스레 반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기르던 토끼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반희는 1등에 집착하고 주변의 친구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의 성적을 위해서라면 해서는 안될 짓까지 하는 아이다. 하지만 독자는 반희에게 측은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1등을 하지 못하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아빠, 1등을 하지 못하면 자신을 부끄러워 하는 엄마 사이에서 성장을 하는 반희가 제대로 된 인성과 도덕성을 갖기가 힘들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게 커야지.' 라는 잣대를 대기에는 양육자가 너무나 비뚤어진 상태다.



"너 이 새끼! 공부 안 했지? 안 하고서 시험 못 볼 거 같으니까, 아픈 척 하는 거 아니야? 그래, 대가리를 그 따위로 굴린다, 이거지? 이 새끼가 아주 매를 벌어요. 매를!" (p39)

"수지가 입원을요? 교통사고.. 그건 첨 듣는 이야기에요. 그 얘한테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요. 그나저나 혹시 차미라는 아이 알아요? 걔 몇 등급이나 나오나요? 예전에는 그다지.. 아, 어릴 때 우리 반희와 좀 가까이... 아니에요. 그런 애가 우리 반희의 친구일리 없죠."(p79)

"1등을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마.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실력이야.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잘 기억해. 네가 1등 하는게 너만의 문제인 ㅈㄹ 알아? 아빠의 명예고, 엄마의 체면이고 우리 가족의 자존심 같은 거야!"(p122)



아빠는 험한 말과 폭력을 일삼고, 엄마는 그저 아들의 성적에만 관심이 있다. 아들의 다른 무엇도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건 딱 하나 '1등'. 카프카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잠자에게 원하는 것도 딱 하나 '돈' 이듯이 두 작품 모두 그 존재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어떤 도구로서 존재할 뿐.



반휘는 그런 부모님의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 받고 자신의 성적을 위해서 수지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에 일진 '민규'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옛날 친구 차미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반휘의 엄마 아빠도 알게 된다. 아빠는 자신의 명예에 흠집이라도 잡힐까 일을 덮으려고 노력하는데.. 엄마는 감각적으로 갑자기 반희방에서 나타난 토끼가 반희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 보통의 엄마와는 아주 다른 반응을 보인다. 토끼의 목을 졸라 죽이려고 하고,



"반지야, 그 물건은 이제 쓸모가 없어. 제발 이리 내. " 하며 방에 가둬 버린다. 엄마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존재기에.



카프카의 변신에서 잠자가 죽고나서 가족들이 홀가분하게 나들이를 간 것 처럼 , 반희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고 가족은 잘 가던 호텔로 간다

" 안 와요. 반희는 돌아오지 않아요" 엄마의 단호한 말. "쓸모없는 물건이야!"

반희가 한 잘못은 분명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릴적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부모의 인생의 악세사리처럼 취급받으며 쓸모없으면 버려질 수 있는 한 아이가 너무 안타까워서 읽고 난 후 가슴이 너무나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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