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 - 3 Idio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발리우드와 버디무비라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가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세 얼간이> 입니다. 유명 배우도,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소재도 없지만 이 영화에 유독 눈길이 갔던 것은 획일화된 장르, 비슷한 스토리로 넘쳐나는 영화들 사이에서 ‘독특한’ 인도영화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뒤 제가 <세 얼간이>를 택했던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저 그리고 이 시대의 청춘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만히 추측해 봅니다.

 <세 얼간이>는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한 세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당돌함과 엉뚱함으로 똘똘 뭉친 란초 그리고 그런 란초와 어울려 다니는 파르한과 라주. 시도 때도 없이 돌발행동을 일삼는 란초 때문에 교수와 친구들로부터 덩달아 ‘얼간이’ 취급을 받지만 이들은 이 같은 주변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대신 이 세 친구들은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남다른 대학 생활을 이어 갑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현실 앞에서 이들의 자유분방함은 그저 젊은 날의 호기였을까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없이 자유로웠던 이들은 막상 그 울타리를 벗어나야 될 순간이 오자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꿈과 직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한국의 우울한 청춘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함 또한 커져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한정된 기회, 생계의 압박, 재정적 부담 등등 …
이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청춘들은 이상보다 현실을 택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시도 조차 안하고 이상을 저버린 나약한 청춘들입니다.

 그리고 <세 얼간이>의 친구들 역시 ‘어쩔 수 없다’는 이런저런 핑계로 자신의 내면에 솔직하지 못한 삶을 택하려 합니다. 이 때 란초는 흔들리는 친구들을 단단히 붙잡아 줍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이상에 가까운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됩니다.

 이상을 추구하고 원하는 것을 하며 살라고 선뜻 말 할 수 없는 요즘 같은 현실에서 과감히 꿈을 좇는 <세 얼간이>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거리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아낌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결국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는… 이러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세 얼간이>는 충분한 미덕을 발휘합니다. 선뜻 ‘꿈을 좇으라’고 말할 수 없는 시대이기에 <세 얼간이>가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얼간이>는 청춘들에게 가던 길로 나아 갈 것을 권하고 그 배경에 ‘알 이즈 웰’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세 얼간이>는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우직하게 때로는 미련스럽게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이들이 결국 얼간이가 아닌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는 청춘들이 <세 얼간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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