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집만큼 좋은 곳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집'이라는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자신을 세상 어느 누구보다 생각해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생각해 주는 가족이라는 구성원은 사회에서 심적으로 지친 기운을 보충해주는 에너지가 됩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힘 입어 사회적 가면과 위선 없이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가정은 그 만큼 누구에게나 편안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가끔 그 지나친 편안함은 서로에 대한 배려, 존재의 소중함을 간과하게 합니다. 영화 <애자>속 두 모녀처럼 말입니다.
작가를 지망하는 '애자'의 자유 분방한 성격은 엄마와 허울없이 지내게 하는 한편 아들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엄마의 고지식함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부모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되는 끈끈한 혈연 이상의 관계, 바로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아닐까요?
여자로서 바라보면 안탄깝고 측은하지만, 기대하는 엄마로서의 역할은 실망스러운, 애정과 증오의 묘한 감정이 뒤섞인 딸의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는 <애자>는 어머니와 갈등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언제나 내 곁에 존재할 것 만 같은 어머니,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익숙하고 당연하다 생각하면서 존재의 의미에 무색해져가는 이가 있다면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그 존재의 '소중함'에 대하여 마음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