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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술 안내서 - 초보 드링커를 위한
김성욱 지음 / 성안당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술은 늘 내 곁에 있었지만, 그 기원을 생각하며 마신 적은 없었다. 음식도 조리법을 알고 먹으면 풍미가 더 깊어지듯, 술도 역사와 제조 과정을 이해하면 더 깊은 맛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무렵, 내가 접한 책이 바로 <세상 모든 술 안내서>였다.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술을 단순히 취하기 위한 음료가 아니라, 발효와 증류라는 두 방식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 숙에서 발전해온 존재로 바라본다.
발효주는 곡물이나 과일의 당분을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 술로,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마셔온 술의 형태다. 포도주, 맥주, 막걸리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자연스러운 발효 과정에서 얻어진 풍미와 낮은 도수가 특징이다. 반면 증류주는 발효주를 끓여 알코올 성분만을 추출한 술로, 더 높은 도수와 강한 풍미가 특징이다. 특히 증류 기술은 아랍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동양으로 전파되며, 각 지역의 재료와 기호에 따라 브랜디, 위스키, 소주 등으로 발전하며 독자적인 술 문화를 꽃피웠다.
발효주 챕터에서는 청주와 탁주가 기억에 남았다. 늘 소주만 마셔온 내게 청주와 탁주를 통해 우리 술에 깃든 시간과 정성을 처음으로 체감하게 해주었다.
청주는 원래 맑은 술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현행 주세법에서는 일본식 입국(흩임누룩)으로 만든 술만 청주로 인정하고, 한국식 누룩으로 만든 술은 약주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정종이라고 부르는 술이 일본 청주의 상품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다.
탁주는 여과하지 않아 혼탁한 상태로 마시는 술이며, 대표적인 예로 막걸리가 있다. 나는 동동주를 단순히 막걸리에서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위의 맑은 부분만 떠낸 술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발효 도중 밥알이 위로 떠오른 상태에서 그 윗부분을 떠낸 술이라는 점에서 막걸리와는 제조 방식과 마시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증류주 챕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술은 테킬라였다. 유튜브에서 추성훈님이 소개한 영상을 계기로 흥미를 갖게 되었고, <세상 모든 술 안내서>를 통해 그 제조 방식과 전통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테킬라는 멕시코의 테킬라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술로, 아가베라는 식물을 원료로 만든다. 겉모습은 선인장을 닮았지만, 실제로는 아스파라거스목에 속하는 식물이라는 의외의 사실이 특히 흥미로웠다.
아가베를 발효해 만든 술은 풀케이며, 이를 증류하면 메즈칼이 된다. 그리고 이 중 테킬라 지역에서 블루아가베로 만든 메즈칼만이 테킬라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제목 그대로 술을 매개로 한 문화와 역사, 철학의 지도를 펼쳐 보여주는 안내서였다. 책을 덮고 나니, 단순히 마시기 좋은 음료로만 여겼던 막걸리가 발효와 시간의 깊이를 담은 술로 새롭게 다가왔다. 언젠가 일본의 사케 양조장을 방문하거나, 전통주 양조 체험을 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볍게 마시던 술이 사실은 수천 년의 이야기를 품은 결과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술에 담긴 문화와 이야기를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세상 모든 술 안내서>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세계의 술 문화를 탐구하고 싶거나, 양조에 관심 있는 사람, 여행지에서 한 잔의 술로 그곳의 정서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각 챕터 말미에는 작가가 소개하는 술 리스트가 실려 있다. 그중 한두 가지를 골라 직접 마셔보는 것도, 책을 더 풍성하게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단지 머릿속에 담아두는 게 아니라, 몸으로 마시고 느끼며 나만의 이야기를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술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혹은 한 모금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