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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윤경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제작비지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미와 나이프』에는 "탐정 클럽"이 등장하는 범죄 추리 단편소설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탐정 클럽"은 부유층 전용의 회원제로 운영되는 탐정 조직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해낸다. 탐정클럽엔 '남성 탐정'과, 그의 조수인 '여성 탐정'이 있으며, 이들은 이름도, 배경도 밝히지 않은 채 "탐정 클럽"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 이입 없이 냉철하게 오직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는 존재들이다. 데이터와 논리로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AI 같기도 하고, 검은 옷을 입고 소수의 집단에만 알려진 존재라는 점에서는 비밀 조직의 요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무엇이든 꿰뚫어보는 사신 같은 이미지도 떠오른다. 차갑지만 압도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처음 읽은 단편에서 "탐정 클럽"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들이 낯설었지만,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탐정 클럽"이 등장하는 순간마다 반가움이 컸다. 범인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보다는 탐정클럽이 어떻게 트릭을 간파하고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고, 사건을 완벽하게 풀이해내는 모습에 사이다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번째 소설, <의뢰인의 딸>에서는 차가운 존재로만 보였던 이들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듯한 장면에서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위장의 밤>, <덫의 내부>, <의뢰인의 딸>, <탐정 활용법>, <장미와 나이프> 다섯 편의 소설 중에서 나의 최애는 <장미와 나이프>이다. 정밀하고 섬세함이 살아있는 구성에 감탄이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기술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장미와 나이프> 소설집은 "탐정 클럽"이라는 차가운 이성과 무표정한 해결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미학은 느껴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는, 이 다섯 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번 독서로 보석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