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녕 샘터어린이문고 71
박주혜 지음, 김승혜 그림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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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작 회사, (눈물을 잘 흘리지 않고 눈을 자주 깜빡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토끼가 눈썹에 쓰는 화장품 개발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동물 실험실에서 일하던 ‘모두’씨가 99마리의 토끼의 죽음 끝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 토끼와 함께 회사를 도망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토끼에게 ‘안녕’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모두씨는, 도심을 벗어났던 그 순간의 경험과 인연들을 발판 삼아 위로와 희망, 응원이 가득한 빵을 만들어 파는 빵집을 연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듬뿍 담긴 그 빵들에는, ‘모두’씨와 토끼 ’안녕‘의 경험들이 녹아있다. 책의 마지막, 비로소 평온함 속에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하는 모두씨의 얼굴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가 번진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즈막히, 모두씨의 안녕을 빌었다.



🔖 p. 72-73. 이제는 생각해 보게 돼요. 내가 좋고 평안한 이 순간에 누군가의 불행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군가가 또 다른 내 이웃은 아닐까. 고기 반찬을 좋아하는 나는, 힘든 날이면 엄마에게 짜증을 내는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개를 떨궈요.
세상에는 다양한 존재가 있어요. 강한 존재도, 약한 존재도 있어요. 저는 누군가에게는 강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약한 존재이기도 해요. 약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딘 가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며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가지런히 모았다. 나의 평안에 끼어있을 지도 모를 누군가의 불행을 털어내 보았다. 우리 어른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안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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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 - 이길여 회고록
이길여 지음, 김충식 인터뷰어 / 샘터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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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언젠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네 쌍둥이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쌍둥이에 내용이 집중되어 있었던 터라, 병원비를 받지 않았던 은혜를 잊지 않고 성장하여 그 병원으로 다시 취직했다는 이야기가 주요 골자였다. 그런데 병원비를 받지 않고 퇴원시킨데다 아이들을 키워 자신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그리고 정말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은 물론 졸업 후 자신의 병원에 취직시켜준 그 의사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이길여 총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연달아 읽은 뒤라 이길여 총장님의 유년시절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두 분이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 시대, ‘순수하게’ 공부를 했다던 그 열정들이 뜨거웠다. ‘환자에 미쳐’있었던 의사로서의 그녀는 누구보다 반짝였다. 품에 넣어다녔던 따뜻한 청진기, 보증금 없는 병원, 무료 경부암 진료 … 그 모든 새롭고 참신한 그녀만의 진료철학은 모두 환자를 향한 진정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뿐이랴. 산부인과 개업의에서 그치지 않고 의료법인 및 문화재단 설립, 새생명찾아주기 운동 본부 발족, 개발도상국 어린이 심장병 무료 치료, 4개 대학을 통합한 가천대 출범, 인공지능암센터 개소 등 간단히 정리하기도 힘든 많은 업적들을 이루어냈다. 이 모든 발자취마다 ‘일단 하자’ ‘당장 내일’이라는 그녀의 불도저같은 추진력도 늘 함께였다. 여전히 활기찬 에너지와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인 그녀는 진정 따라잡을 수 있는 저 세상의 사람인 것만 같다.



{그 때의 제 상태를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아무도 없는 8차선 고속 도로를 저 혼자 벤츠를 타고 최고 속도로 막 달리는 거예요. 그러다가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바윗덩이가 터억 가로막고 있는 거예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나 자신이 보이는 겁니다. ‘어? 지금까지 내가 뭐 했지?’ ‘나는 지금 뭐지?’ ‘앞으로 나는 뭐가 되지?’ 이런 생각을요(234p).}
그런 그녀에게도 막연한 허무와 우울이 밀려오던 시기가 있었다. 나 역시 33살 가을, 덜컥 그런 우울의 늪에 빠진 적이 있었던지라 더욱 눈이 갔다. 그녀는 그 시절, 사흘 밤낮을 안 자고 안 먹고 골똘히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몰두하며 화두를 좇다 보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라고. 1973년, 그녀는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이미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왔고, 개원한 산부인과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내달렸다.



단지 성공한 한 여성의 단편적인 모습이나 성공 비결 같은 것들보다 ‘이길여’ 한 사람의, 여성의, 친구의, 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두께가 제법 나가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소설, 에세이, 긴 일기를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2년 간 이어진 대담을 구성하고 이끌어간 김충식님의 능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리라. 윤은기 박사가 실력, 담력, 매력을 골고루 갖추었다고 한 이길여 총장의 실력과 담력은 답을 보여준 것 같은데 매력에 관해서는 충분한 답을 내지 못했다는 김충식님의 말이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다. 글쎄,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이 책 한 권 전반에 이미 그녀의 매력이 짙게 깔려있지 않은가. 길고도 먼 여정, 한 사람의 생을 오롯이 담아낸 큰 호수같은 회고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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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프로토피아 - 북클럽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생각의 탄생> 교사 모임 지음 / 도트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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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슬기로운 육아생활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슬육생 회원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은 육아 관련 책을 읽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였고 때문에 서로 안고 있는 고민들이 닮아 있었다. 처음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얻는 깨달음과 통찰이 컸는데, 어느 순간 책을 읽은 우리라는 사람이 매개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육아서에서 눈을 돌려 더 다양한 책들을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발제 속에 육아는 자연스레 녹았다. 회원들 간의 유대가 깊어갔고, 오가는 마음이 짙어졌다. 그리고 작년에는 아이들을 대동해서 가까운 휴양림으로 1박 2일 나들이도 다녀왔다. 4살부터 8살까지, 한 살씩 나이 차이가 나거나 동갑인 아이들이 오도도도 몰려다니며 형제처럼 어울려 놀았다. 우리 독서모임이야말로 책 한 권 써야하지 않을까(리더님, 힘 내 주세요).


슬육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기가 주는 크나 큰 매력을 알기 때문. 그래서일까. 올해는 내가 나서서 독서모임을 하나 꾸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심리 서적을 읽는 모임이면 좋겠다, 내가 가진 전문성을 좀 녹여보자, 기대와 바램이 생겼다. 이 책은 그런 내게 응원과 희망을 건네는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러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운영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여서 덜컥 굳이 나던 차였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너도 할 수 있다고. 누구든, 어디서든, 어떤 식으로든 할 수 있다는 응원. 책을 읽고 나누고 싶은 그 마음이면 이런저런 방법들이 있으니 내게 맞게 한 번 적용시켜보라는 다양한 제안들. 책은 멀리 있지 않고, 독서모임 역시 그렇다.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 북클럽 프로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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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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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채 다 읽기도 전에 성급히 책의 표지에서 작가 소개를 찾았다. 그래, 분명 남자 작가였는데.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와 감성, 색채가 묘하게 여성 작가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 글쎄, 글에 남녀가 어디 있겠냐만 그 시절 그 경험들 이면에 숨어있었을 여성의 시각과 마음을 너무도 잘 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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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무대 중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묘사. 섬세하면서도 강단있는 작가만의 힘이 가득 느껴지는 소설집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9편의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모두 아쉬워 긴 서사로 이야기가 뻗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이야기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빙글빙글 맴돌아 끝간데 없이 나 혼자만의 세상으로 뻗어나갔다. 오랜만에 잔상이 오래 남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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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학교생활 준비 - 30일 완성 초등 입학 준비와 필수 어휘 1학년 준비 시리즈 3
이유미 외 지음, 이미나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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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무얼 배울까]라는 책을 읽었다. 학교 교과과정에 대한 탄탄한 로드맵이 생겨서 마음이 든든했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기 전, 그 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그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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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와 함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어 준다. 지금까지 이야기 나눈 바로는, 서우에게 초등학교란 막연히 유치원보다 큰 곳, 형아 누나들이 다니는 곳, 공부를 하는 곳, 놀잇감이 없는 곳이다. 허허허. 한 단계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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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체계화된 자료들을 시각화해서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도 나름의 효과가 있음을, 아이를 키우는 동안 늘 경험으로 배워왔다. 특히 서우는 이런 방법이 잘 통하는 아이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아이가 유치원 방학식을 한다. 방학부터 30일 간, 초등학교에 가기에 앞서 마음 다지기 차원에서 학교 이야기를 이 책으로 나누어볼 예정이다. 학습적으로 많은 것을 넘치게 해 주는 엄마는 아니지만, 책의 서두에 말하듯 ‘스스로 서기’ 즉, 적응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만큼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로드맵을 그리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듯, 예측 가능한 미래를 편안하게 느끼는 내 아이 서우도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며 불안을 낮출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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