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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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잔잔한 수채화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사실 주인공들의 설정 자체는 상당히 특이하다. 또한 소설 전반적으로 '죽음'이란 주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자칫 무거워보일 수도 있으나, 힐링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죽은 남편의 아버지인 시아버지와 사는 며느리를 중점으로 그들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각 장마다 중점인물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소설 속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는 웃지 못하는 승무원 이야기였다. 뭔가 그 이야기에서 이 책의 묘미랄까 매력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의 이야기도 상당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장이다. 그리고 각 장마다 주변인이지만 사실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던 데쓰코(며느리)의 남편이자 시부(시아버지)의 아들은 가즈키가 중심인물로 나온다. 물론 분량 자체는 상당히 짧았지만,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란 말을 되뇌이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만한, 수채화 같은 느낌의 소설을 찾고 있는 분이라면 또는 일본소설 특유의 그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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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좋은 사람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이현 지음, 백두리 그림 / 마음산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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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무엇이기를 바라느냐 묻는다면, 말하자면 음, 좋은 사람과 보내는 오후 2시 30분의 티타임 같은 것? 이라고 대답하겠다. 단 한 명에게 작은 선물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도.

 

이 책은 정말 짧은 소설이다. 하지만 그 각기 소설들이 담고 있는 순간들이 너무 이쁘다. 단순히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닌데도 뭔가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우리 삶의 한편을 제대로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아기자기하면서 이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의 한편을 제대로 담아냈다고나 할까.


무언가 거창한 것을 바랬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고 가벼우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좋은 읽을 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만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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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4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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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야 원래 가독성이 좋지만, '제3인류'는 가독성이 더 좋은 것 같다. 추리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특히나 이 소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제3인류' 4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들만의 진영을 만들고 권리를 찾은 에마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그들은 새인류의 표상일까? 아니면 역사속으로 사라질 인류일까? 실제로 현존하고 있는 우리 인류는 마지막 진화단계를 걸친 마지막 인류일까? 아니면 우리 또한 새로운 인류에 의해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등의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나, 이 책에서 나오는 정치적인 부분들이 어디선가 봤던 장면처럼 너무나 생생하다. 그동안 내가 읽은 베르나르의 소설들은 너무 판타지적인 면이 강하다고 느꼈는데, '제3인류'는 판타적인 요소 속에서도 현실적인 측면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3인류'는 총 8권이 될거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면 조금 길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를 베르나르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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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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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부탁하여 하느님을 귀찮게 하는 뻔뻔스러운 짓은 하지 말자고 둘은 이미 학년 초에 약속했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란 책 제목에 끌린 것이 아니다. 은희경이라는 '브랜드'로 인하여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다.


사실 책 제목이 처음에는 그닥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책 앞에 있는 사이토 마리코의 '눈보라'의 일부분을 읽고 '아!'란 느낌을 받았다. 눈오는 날 하나의 눈송이를 정해서 더 오래 버틴 눈송이를 쫓아간 사람이 이기는 그들만의 게임. 정말 다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그 눈송이 하나를 쫓아가는 행동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책 제목과 똑같은 제목을 가진 소설의 내용도 뭔가 마음에 들었다. 어찌보면 상황이나 설정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은희경만의 느낌이 좋다. 그래서 은희경이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라는 말이 붙었는지도.


이번 소설집에 들어있는 소설들은 그 모든 소설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뭔가 음미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들이랄까. 주로 신도시에 살게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유기적인 느낌도 받았다.
은희경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뭔가 계속해서 마음에 간다. 아마 우리내 모습과 많이 닮아서, 내 자신과 비슷한 면을 발견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집보다는 소설을 선호하지만, 이번 소설집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읽었다. 뭔가 이런게 바로 소설을 읽는 재미랄까, 이유랄까. 내가 소설을 읽는 재미 혹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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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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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후로 한국의 온갖 인터넷 서점에서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들이 하나둘씩 베스트셀러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말에 솔깃했고 단편소설 작가가 그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 중에서도 이 소설집만큼은 읽어봐야지란 생각이 든 책이 '디어 라이프'였다.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을 딱 한 권 읽었을 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내게 확실하게 다가온 이 작가의 느낌은 '친절하지 않다'이다. 좀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녀의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소설에는 스토리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주인공들의 심리에 초점이 맞쳐줘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심리가 상당히 복잡한 편이지만, 이에 대해 작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책의 마지막 해설에서 얘기한 것처럼,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독자가 다가가야 한다는 느낌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왜?'라는 물음이 떠오르지만, 작가는 '왜냐면'이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 점의 매력이면서 동시에 쉽게 이 책과 친해질 수 만은 없는 오묘한 거리를 남겨둔다.

 

사실 가독성으로만 치자면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나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진 못했다. 내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작중 인물들의 속까지 파고들어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나의 책의 깊이에 대해서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는 사색과 음미가 필요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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