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부탁하여 하느님을 귀찮게 하는 뻔뻔스러운 짓은 하지 말자고 둘은 이미 학년 초에 약속했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란 책 제목에 끌린 것이 아니다. 은희경이라는 '브랜드'로 인하여 망설임없이 읽게 되었다.
사실 책 제목이 처음에는 그닥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책 앞에 있는 사이토 마리코의 '눈보라'의 일부분을 읽고 '아!'란 느낌을 받았다. 눈오는 날 하나의 눈송이를 정해서 더 오래 버틴 눈송이를 쫓아간 사람이 이기는 그들만의 게임. 정말 다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그 눈송이 하나를 쫓아가는 행동이 뭔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책 제목과 똑같은 제목을 가진 소설의 내용도 뭔가 마음에 들었다. 어찌보면 상황이나 설정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은희경만의 느낌이 좋다. 그래서 은희경이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라는 말이 붙었는지도.
이번 소설집에 들어있는 소설들은 그 모든 소설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뭔가 음미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들이랄까. 주로 신도시에 살게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유기적인 느낌도 받았다.
은희경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하지만 뭔가 계속해서 마음에 간다. 아마 우리내 모습과 많이 닮아서, 내 자신과 비슷한 면을 발견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집보다는 소설을 선호하지만, 이번 소설집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읽었다. 뭔가 이런게 바로 소설을 읽는 재미랄까, 이유랄까. 내가 소설을 읽는 재미 혹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