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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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허리에 문제가 생겨 운동을 그만두었는데 이렇게 평생 무거운 것을 들며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앞으로 들어야 할 짐도 많이 남아 있었다. 도대체 그 무게는 얼마나 되는 걸까?

 

- 얘야, 잊지 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 그러니 딱히 억울해할 일도 없고 유난 떨 일도 없단다.

 

- 그게 다 살아보려고 애쓰다 그런 거니 달리 원망할 것도 없다.

 

사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에 실린 천명관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다 서글프다. 소설들이 서글프다기보다는 주인공들이 서글프다는 말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모두 가진 것도 없고 쉽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 더 나아진다는 보장조차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갈 것이다. 천명관은 그 이야기를 참으로 담담하지만 위트있게 그려낸거 같다. 그 위트라는 것이 흔히 요새 말하는 '웃프다'란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소설은 역시 '핑크'이다.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이 주는 묘한 묘미랄까,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또한 진한 여운이 남는 건 단연 '우이동의 봄'이다. 곰살맞지 않은 할아버지지만, 그가 주는 느낌은 역시 미워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확실히 즐겁지는 않다. 뭔가 우리 현실과 상당히 가까운 이야기들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들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웃프지만 따뜻하다. 그래서 사람다운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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