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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토는 역사의 무게와 일상의 가벼움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오래된 신사와 절이 고즈넉하게 남아 있으면서도, 그 옆에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현대적인 풍경이 자연스럽게 자리한다. 그래서 교토를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듯한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바로 이런 교토를 배경으로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독특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부록에 실린 교토 주요 거리와 장소의 지도는 독자가 책 속 세계를 따라가며 마치 직접 여행 하는 듯한 생생함을 더해준다.
이 책은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과 <8월의 고쇼 그라운드>다. 서로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두 작품은 교토라는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성장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어진다.

교토는 흔히 벚꽃이 만발한 고즈넉한 도시로 기억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여름에는 용광로처럼 뜨겁고, 겨울에는 차갑게 얼어붙는 양극단의 기후가 존재한다. 작가는 바로 이 교토의 기후와 풍경을 통해 젊음의 뜨거움과 불안, 그리고 인생의 차가운 현실을 대비시킨다.
작품에는 다양한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타고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제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물이고, 또 다른 이는 열정도 목표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주인공이다. 그는 연인에게 "너에게는, 불이 없어"라는 말로 차이면서도,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다만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즐거운 여름방학을 잃었다는 점만이 슬플 뿐이다. 그러나 이후 마주하게 된 특별한 사건은 그에게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다.

야구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였지만, 전쟁에 끌려가 수류탄을 던지다 팔을 다쳐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인물.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자신이 원했던 야구를 하는 것뿐이었다. 그의 간절함이 절절히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야구와 더불어 마라톤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에서는 자신감 없는 주인공이 뜨거운 도전을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깨닫고, 비로소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다. 달리기는 곧 자신과의 싸움이고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여름의 '고쇼 그라운드'와 겨울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은 교토라는 도시 안에서 젊음의 양극단을 그려낸다.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현실이 교차하면서도 결국 주인공들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를 묻는다. 겉으로는 낭비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치열하게 부딪히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바로 젊음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교토의 신비로운 풍경과 뜨겁고 차가운 기후, 야구와 마라톤이라는 두 상징을 통해 이 작품은 젊음의 폭발력과 불안감, 그리고 성장의 순간을 담아낸다. 읽다보면 어느새 교토의 땀 냄새 가득한 여름 운동장과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마라톤 코스를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잔잔하지만 묘한 매력으로 가득찬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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