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필사 -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다시 만나는 시간
김종원 지음 / 퍼스트펭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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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한 문장을 따라 쓰는 단순한 행위가 삶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까? 나에게 '필사'는 그저 글씨를 따라 쓰는 것이 아닌,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회복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번아웃과 우울함으로 무너졌던 시절,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경건하게 글을 베껴 쓰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이 내게는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예배 같았다.

김종원 작가의 <청춘의 필사>는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 쓰며, 지나온 시간 속의 나와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음을 회복하고 자신과 대화하는 여정을 이끌어주는 따뜻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청춘의 필사>는 좋은 문장을 모아둔 책이 아니다. 김종원 작가가 오랜 시간 글을 쓰고 살아오며 깨달은 철학과 메시지가 문장 곳곳에 녹아 있다.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장마다 필사를 통해 자신을 마주할 수 잇는 글귀와 작가의 진심 어린 생각이 함께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이 마음에 남는 챕터는 두 번째, '나는 나와 즐겁게 놀기 위해 태어났다.' 라는 제목의 장이었다. 특히 이 문장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젊은 시절의 지나친 겸손은 최악의 사치다."


예전의 나는 실수를 부끄러워했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장을 통해 청춘이란 실수조차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요란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야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그래야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 닿았다.




또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와 즐겁게 놀기 위해 태어났다. 평생 타인을 만족시키며 살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 "


나를 가장 오래, 그리고 끝까지 함께할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즐겁고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깊이 마음에 와 닿았다. 

<청춘의 필사>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 쓰는 동안 복잡한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잊고 지냈던 진짜 나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필사는 손으로 쓰는 치유이자 나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필사를 처음 시작해 보려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아름다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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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비춰줄 하나의 문장들
김옥림 엮음 / 미래북(MiraeBoo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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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김옥림 작가의 책은 이번이 네 번째다. <법정, 시로 태어나다>, <법정 마음의 온도>, <법정 잠언집 365일>, 그리고 이번에 읽은 <내 삶을 비춰줄 하나의 문장들>.

이전에는 법정 스님의 글을 다룬 책들을 주로 읽었기에, 이번 책을 펼칠 때도 자연스레 그 이름이 떠올랐다. 비록 법정 스님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김옥림 작가 특유의 따뜻한 문체와 사유는 여전히 마음의 쉼표가 되어준다. <내 삶을 비춰줄 하나의 문장들>은 동서양의 위대한 사상가와 작가들의 문장을 함께 엮어낸 책이다. 


톨스토이, 에머슨, 소로, 공자, 장자, 박경리, 이어령 등 인류의 지혜를 이끌어낸 이들의 말이 한 권 안에서 빛을 발한다. 김옥림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좋은 문장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 역시 법정 스님의 글을 통해 삶이 변해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욕심이 잦아들고, 마음이 고요해지고, 불필요한 비교가 사라지는 순간들. 그건 단지 종교나 철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한 문장의 힘이었다. 




<내 삶을 비춰줄 하나의 문장들>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희망이라는 약", "꽃은 자신을 아름답다 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편지" 등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일렁인다.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깊은 감동을 주며,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행복한 삶"에 대한 정의였다. 그는 "행복은 나 이외의 것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것"이라 말한다. 별을 별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돌멩이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행복을 시작할 수 있다. 하루 한 시간의 행복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또한 존 드라이든의 "습관의 힘"은 일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문장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루키우스 A.세네카의 "완전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적인 소명을 말한다. 완벽함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지라도,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악에서 선으로 변화한다. 그 여정 자체가 인간의 가치라는 메시지는 마음속에 스며든다. 


김옥림 작가는 많은 책을 썼는데, <법정 잠언집 365일>에서 하루 8시간 글을 쓰며 단정한 자세로 글을 대하는 자신의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정갈히 손질한 뒤 단정한 옷차림으로 글을 쓰는 그의 태도는 독자에 대한 예의이자 작가로서의 도리라고 했다. 그런 성실함이 지금까지 수많은 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내 삶을 비춰줄 하나의 문장들>은 마음이 흔들릴 때, 스스로를 다잡고 싶을 때, 조용히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책이다. 짧지만 깊은 문장들이 삶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지친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져준다. 일상에 지쳤을 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내삶을비춰줄하나의문장들 #김옥림 #미래북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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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트리거 - 나를 이끄는 뇌, 생각을 이끄는 나
김진우 지음 / 리드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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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요즘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다짐이 있다.

"오늘은 꼭 일찍 자야지."

하지만 현실은 매번 같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새벽을 맞이한다. 자책하면서도 다음날엔 또 같은 일을 반복한다.


<도파민 트리거>를 읽기 전까진 그걸 의지 부족이라 여겼다. 하지만 저자 김진우는 말한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뇌의 도파민 회로'라고. 

우리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사소한 자극에 쉽게 끌리는 이유는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도파민 때문이다. 


이 책은 '도파민을 끊으라'가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도파민을 다시 설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의 감정과 행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면, 생각을 바꾸는 일이 곧 삶을 바꾸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이 도파민을 '행복 호르몬'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 김진우는 말한다. 도파민은 쾌락 물질이 아니라 '기대와 동기'의 신호라고.


무언가를 기다릴 때의 설렘,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충동은 모두 도파민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술, SNS, 폭식, 쇼핑 같은 즉각적인 자극에도 반응하고, 학습이나 성장, 성취처럼 장기적인 목표에도 반응한다. 결국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흐름이 달라진다.


김진우 작가는 도파민의 잘못된 흐름 속에서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가정을 잃고 , 아내를 떠나 보낸 뒤에야 자신이 도파민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술 대신 '연구'와 '기록'에 도파민을 연결했다. 매일 아침 실험 계획을 세우고 따뜻한 차 한잔으로 스스로를 보상했다. 뇌는 새로운 보상 시스템에 적응했고 삶은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는 깨달았다. '도피민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다시 설계해야 할 에너지'라는 사실을.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었다. "도파민은 명령이 아니라 유혹이다." 도파민은 억지로 시키는 힘이 아니라, '그걸 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라는 신호로 우리를 움직인다. 그래서 ''생각의 방향'이 중요하다.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도파민은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할 수도 있고, 파괴적인 루프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한 끼를 먹더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또 이거야'라고 불평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성화된다. 결국 '감정은 상황이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신호'다. 


"생각이 바뀌면 감정이 바뀌고, 감정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진다.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진다. "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환경이 아니라 '생각의 방향'이다. 그 방향에 따라 도파민은 새로운 회로를 만들고 그 회로가 습관과 인생을 다시 설계한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 어떤 신호에 반응하며 살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SNS를 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시간에 '더 가치 있는 보상을 설계한다면', 도파민은 분명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도파민 트리거>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실천 중심의 자기계발서'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뇌의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도파민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묻게 된다. 그 질문이야말로 변화를 향한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 



#도파민트리거 #김진우 #리드썸 #생각의힘 #자기개발 #도파민 #뇌과학책 #인생변화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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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들의 몸을 설계한 남자 - 최상위 0.001%의 은밀한 세계, 그 곁을 지킨 남자의 기록
해준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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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쓴 글입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재벌 회장들의 삶은 화려함과 부, 그리고 권력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겉모습 이면에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치열한 '자기 관리의 전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일정 속에서 그들이 반드시 지켜내려는 단 하나의 자산은 바로 '건강'이다. 


<재벌 회장들의 몸을 설계한 남자>는 재벌 회장 곁에서 건강을 관리해 온 트레이너 해준의 기록이다. 몸을 단련하고, 식습관을 설계하며,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게 돕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진짜 부자의 기준은 얼마나 자신을 지킬 수 잇느냐"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책은 그런 절박함 속에서 탄생한 '웰니스 시스템'의 기록이며, 우리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건강관리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해준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운동뿐 아니라 의학지식, 식단, 정신적 회복까지 종합적으로 연구하며 결국 재벌 회장들의 개인 트레이너가 된다. 그 과정은 우연이라기보다 철저히 준비된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였으며, 저자는 그 기회를 잡아 상위 1%를 위한 웰니스 기획자로 자리매김했다. 


재벌 회장들의 삶은 상상이상으로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회의와 미팅, 끊임없는 출장과 술자리, 그리고 중압감 속에서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법이 아니라 최적화된 건강 시스템이었다. 


저자는 바로 그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조율자가 된다. 때로는 트레이너이자, 마사지 사이자, 요리사이자, 경호원처럼 움직이며 재벌 회장의 하루를 지탱하는 그림자처럼 회장의 일상을 지탱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책은 VIP의 건강 노하우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건강은 하루아침에 리우러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운동, 식습관, 정신적 안정, 스트레스 관리, 이 네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만 진짜 건강이 완성된다. 


재벌 회장들이 매일 지켜낸 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작은 습관들이었다. 피곤해도 운동을 거르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음식을 무작정 탐하지 않으며, 정신적 회복을 위한 자신만의 루틴을 세워 꾸준히 실행 하는 것. 이 기본적인 선택이 결국 수십억 수백억의 가치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 


이 책은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진리를 재벌 회장들의 사례를 통해 더 강하게 각인시킨다. 우리는 흔히 피곤하면 운동을 미루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에 기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나면, 나조차도 스스로의 몸을 소홀히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해준 작가는 독자들에게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매일의 작은 선택, 작은 루틴, 작은 인내가 결국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조언한다. 재벌가 전담 트레이너에 관심이 있거나, 저처럼 건강과 자기 관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재벌회장들의몸을설계한남자 #해준 #힘찬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재벌회장건강관리 #웰니스 #건강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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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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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어릴 적 거실 책장 한쪽에는 늘 '어머니의 책장'이라 불리던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는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카뮈 같은 세계 문호들의 전집이 푸른 양장본으로 가지런히 꽃혀있었다.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장을 열고 묵직한 책을 펼치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헤밍웨이의 단단한 문장에서는 강인한 기운이 전해졌고, 헤세의 글에서는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이 배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추억과 함께 따뜻한 울림이 되살아난다. 이번에 만난 <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편>는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나온 필사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헤세의 대표작인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발췌해, 120일 동안 옮겨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루 한 문장이 준비되어 있어, 그날그날 차분히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헤세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양장본으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좋았고, 종이가 두껍고 매끄러워 필기감이 훌륭했다. 잉크가 번지거나 비치지 않아 쓰는 과정이 즐거웠다. 필사라는 행위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문장 하나하나를 새기는 명상 같은 시간이다. 




예전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의 문장을 다시 만났을 때 묘한 반가움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구절들이 이제는 다른 깊이로 다가와, 헤세가 전하려 했던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필사를 통해 처음 접하면서 오히려 책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옮기다 보면 활자 속 이야기에 멈추지 않고 내 삶 속으로 스며들어 질문을 던지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헤세는 청소년기에 신학교를 도망쳐 나오고, 방황과 고뇌, 정신적 시련을 겪으며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빛과 어둠, 이상과 현실,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인 욕망이 충돌하는 긴장이 담겨 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절망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이 권위와 기대 속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 <싯다르타>가 진리와 해탈을 향해 끊임없이 방황하는 과정은 결국 각자의 삶과도 겹쳐졌다. 필사집을 통해 그 문장들을 천천히 옮기다 보니, 헤세가 평생 붙잡았던 내적 성찰의 흔적이 내 마음에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편>는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주었다. 눈으로 읽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쓰며 나만의 언어로 새기는 과정이었다.  하루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필사를 하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문장의 울림이 오래도록 남았다. 고전 문학을 조금 더 가까이하고 싶거나 글쓰기를 연습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책장에서 만났던 작가와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은 더없이 좋은 다리가 되어주었다. 



#하루필사 #헤르만헤세 #코너스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데미안 #수레바퀴아래서 #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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