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 편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단단해지는 문장들
헤르만 헤세 지음 / 코너스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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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어릴 적 거실 책장 한쪽에는 늘 '어머니의 책장'이라 불리던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는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카뮈 같은 세계 문호들의 전집이 푸른 양장본으로 가지런히 꽃혀있었다.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책장을 열고 묵직한 책을 펼치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헤밍웨이의 단단한 문장에서는 강인한 기운이 전해졌고, 헤세의 글에서는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이 배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추억과 함께 따뜻한 울림이 되살아난다. 이번에 만난 <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편>는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나온 필사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헤세의 대표작인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발췌해, 120일 동안 옮겨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루 한 문장이 준비되어 있어, 그날그날 차분히 필사하다 보면 어느새 헤세의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양장본으로 제작되어 내구성이 좋았고, 종이가 두껍고 매끄러워 필기감이 훌륭했다. 잉크가 번지거나 비치지 않아 쓰는 과정이 즐거웠다. 필사라는 행위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문장 하나하나를 새기는 명상 같은 시간이다. 




예전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의 문장을 다시 만났을 때 묘한 반가움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구절들이 이제는 다른 깊이로 다가와, 헤세가 전하려 했던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싯다르타>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필사를 통해 처음 접하면서 오히려 책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옮기다 보면 활자 속 이야기에 멈추지 않고 내 삶 속으로 스며들어 질문을 던지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헤세는 청소년기에 신학교를 도망쳐 나오고, 방황과 고뇌, 정신적 시련을 겪으며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빛과 어둠, 이상과 현실,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인 욕망이 충돌하는 긴장이 담겨 있다. 

<데미안>의 싱클레어가 절망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이 권위와 기대 속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 <싯다르타>가 진리와 해탈을 향해 끊임없이 방황하는 과정은 결국 각자의 삶과도 겹쳐졌다. 필사집을 통해 그 문장들을 천천히 옮기다 보니, 헤세가 평생 붙잡았던 내적 성찰의 흔적이 내 마음에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하루 필사 - 헤르만 헤세편>는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주었다. 눈으로 읽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쓰며 나만의 언어로 새기는 과정이었다.  하루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필사를 하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문장의 울림이 오래도록 남았다. 고전 문학을 조금 더 가까이하고 싶거나 글쓰기를 연습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책장에서 만났던 작가와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을 때, 이 책은 더없이 좋은 다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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