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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특별한 내일을 꿈꾸는 당신에게
최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3월
평점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최철의 <노력의 배신>은 제목만큼이나 표지도 인상적이다. 세 개의 문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양옆은 흰색이고 가운데 문만 빨간색이다.
비슷해 보이는 선택지 사이에서 유독 하나만 다르게 강조된 구성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걸어가더라도 어떤 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튜브 채널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 - 미주은' 운영자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한 호텔리어였다.
여러 나라에서 호텔 총 지배인으로 일하며 쌓은 경험, 그리고 이후 전혀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꾼 과정은 흔히 떠올리는 자기 계발서의 성공 공식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지금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노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노력만으로는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점이다.
저자는 1973년생으로,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꿈보다 정해진 순서를 먼저 배웠다고 설명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전된 직장을 얻어 오래 버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목표였던 시절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참고 견디는 시간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왔고, 성실함 자체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저자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살아왔지만 해외연수를 계기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외국에서 토론 중 우연히 들은 질문 하나가 그의 시야를 바꿨다는 대목은 오래 남는다. "왜 힘들면 다른 나라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말은 당시에는 단순하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당연했던 세대들에게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선택지였을 것이다.

익숙한 방식 안에서 더 버티는 것보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순간이었고, 이후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면으로 버티기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지 먼저 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2007 -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영국에서 갑자기 실직했을 때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자리를 잃었지만, 과거 콘퍼런스에서 맺은 인연이 한국의 새로운 자리를 연결해 주었다.
결국 눈앞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던 태도가 시간이 지나 다른 형태로 돌아온 셈이다.
저자가 늘 마음에 두고 산다는 문장, "가장 중요할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이 장면에서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인도네시아의 경험도 흥미롭다. 문화도 종교도 다른 환경이었지만 결국 통하는 것은 친절, 예의, 정직, 성실 같은 기본적인 태도였다고 한다.
직원 수백 명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고 먼저 다가가 악수하고 안보를 묻는 일들이 그를 신뢰받는 총 지배인으로 만들었다. 영어보다 더 강한 언어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의 동생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다. 무역 학과를 중퇴하고 음악을 선택한 뒤, 오랜 시간 한 길을 버틴 끝에 결국 교수의 길에 올랐다고 한다. 쉽게 조건부터 따지기보다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태도가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책의 메시지가 다시 선명해진다.

후반부에서는 자신에게 불필요한 관계를 과감히 정리하는 태도도 눈에 들어왔다. 악성 댓글은 바로 삭제하고 차단한다는 부분은 처음엔 다소 단호하게 느껴졌지만, 곱씹어 보면 왜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참고 견디는 것이 언제나 미덕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결정 이후의 태도였다. 저자는 선택한 뒤에는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 이후에는 자신의 결정을 믿는 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방향 없는 성실함으로는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오래 버티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노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스스로 자주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