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심장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인체의 신비는 참으로 놀라운 것 같아요. 인간이야 신이 창조했겠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죠. 사람의 장기를 옮길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옮긴 장기로 다른 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은 굉장한 걸 만들어 냈어요. 이것이 악용되면 안되겠지만.

제목은 꼭 생로병사의 비밀, 처럼 군더더기가 없어요. 말 그대로 두번째 심장에게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부위도 아닌 심장을 기증하려는 보호자가 과연 많을까요? 저 혼자 생각으로는 만약 불가피한 상태로 내가 죽게된다면 기꺼이 기증할 마음이 있습니다만, 이것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는 굉장히 좋지 않은 반응으로 돌아오더라구요. 은연중에 기증센터에 등록하고 싶다는 말을 던진 적이 있어요. 이런 장르의 소설을 많이 접한 것도 영향이 컸겠지만, 저는 생명을 참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갖 태어난 아이가 이 넓은 세상을 아픔으로만 기억하는게 참 안타깝더라구요. TV나 신문기사를 통해서 -어르신들보다 아이들이 - 희귀병 등에 걸려 아픈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떼어줄 수 있는게 있다면 떼어주고 싶다고 느껴요. 만약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꼭 이 세상을 더 살아볼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더 이상은 저에게는 필요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제 남자친구의 반응은 끔찍합니다. "사고가 났다고 쳐. 그런데 신원을 확인하고 장기기증등록자로 되어 있다면 보호자들이 어쩔 세도 없이 너의 장기는 떨어져 나가. 온전히 그것은 네 것이 아니야. 네가 가지고는 있지만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데 그렇게 함부로 들어낸다는 게 남은 사람들에게 어떨거 같아?" 라구요.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도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죽은 자와 살아야할 자는 확연하게 드러나 있지요.
이 책에는 그런 입장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반응들이죠.



 저희는 살아있으니까, 이런 기분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겁니다. 다음날 확실하게 깨어날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19살인 비다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피한 소녀입니다. 19살을 버틴 것도 신기할 정도. 그런 아이기에 죽음과 너무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는 심장이식을 통해서만 없앨 수 있습니다. 몇 차례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생과 사의 경계를 알고 있는 아이입니다. 작고 여린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현실이죠. 하지만 저렇듯 담담합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것은 맞지만, 이런 비다의 모습은 참 안스러웠습니다.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픈 세상말고,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리처드의 장모가 리처드에게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 글귀를 한참 곱씹어보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꺽꺽- 소리내서 운 것은 아닙니다. 또르르. 하지만 목이 아프더라구요. 울분이 섞여있었나 봅니다. 이 글을 눈으로만 훑는데도 눈물이 고이는 군요. 참 고맙게 뛰어주는 나의 심장. 온갖 감정을 함께 하는 내 마음의 중심부. 하지만 나는 심장이 건강하기 때문에 한번도 내 심장에게 고마워해본 적이 없네요. 부끄럽게도 말입니다. 장모가 이야기하는 한낱 장기로 생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리처드에게는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 로리의 마음이었습니다. 단순한 장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갔다면, 자신을 향한 로리의 마음도 그렇게 옮겨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은 많이 사랑했고, 쉽게 놓아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요. 리처드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라도 로리의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런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로리는 참으로 행복한 여인이었을 거예요.



 리처드에게 로리는 이런 존재였대요.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 로리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던 겁니다. 저도 제 사람에게 이런 차분함과 침착함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으면 행복한 일만 가득할까요? 한에 깊게 둘러싸여 돌아가신 분들을 보면 대부분 눈을 뜨고 계신대요. 그만큼 이 세상이 한스럽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워서라고들하잖아요. 그 분들을 이제 다른 세상으로 보내드릴 때 거기가서는 행복하게 살아, 하면서 눈을 감겨드리는데 이 대목에서 자꾸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 생에서 아팠던 사람은 그 아픔을 남기고 갈 수가 있을까. 거기서는 꼭 행복할 수 있을까하구요. 좋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도 존재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아프기만 한 인생은 너무 불공평하니까요.



그녀와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곳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리처드예요. 심장을 이식받고 나서 얼마동안은 그 심장이 기억하는대로 행동에 묻어난다는 말.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전적으로 믿고 싶기도 하구요. 기사에도 난 적이 있잖아요. 피해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그 범행을 기억해내서 범인을 밝혔다는 내용, 들어본 적 있으시죠? 지금의 의학,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지만 저는 심장이 그저 장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뇌와는 별개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을거예요. 이 세상에 증명되지 않는 진실은 참으로 많으니까요. 로리의 심장을 이식받은 비다에게서 로리를 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겁니다. 로리로부터 왔지만, 주인이 바뀌었잖아요. 식성이나 그런 것도 예전 주인을 닮아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비다는 비다일 뿐이니까요. 현재의 주인의 의지대로 바뀔테죠. 비다는 리처드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로리가 그를 원한 것이었겠죠? 다른 주인에게가서도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못하는 로리의 심장때문에 슬펐습니다. 로리와 리처드가 만났던 그 곳에서 비다가 장미꽃을 던지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가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추억의 장소, 그랜드캐년의 노스림.

로리, 그녀는 떠났지만 비다에게 건강한 생명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비다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요. 주인의 심장과 하나되는 과정을 겪으며 조금은 더 성숙해졌을 그녀입니다. 두번째 심장의 건투를 빕니다. 이제는 행복하기만을 바라겠습니다. 리처드도 새로운 책꽂이를 통해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로리는 잊지 않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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