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가 된다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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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𝑹𝒆𝒗𝒊𝒆𝒘

일정 이상 성장한 도시들은 생명을 얻어 화신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적 '하얀 여자'의 공격으로 뉴욕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은 동료를 모아 뉴욕을 지키기로 결심하는데..

뭔가 모험(?) 아닌 모험을 떠나며 악과 싸우고 동료를 모으는 게 원피스 같았는데 ( ¤̴̶̷̤́ ‧̫̮ ¤̴̶̷̤̀ ) 뉴욕의 특징과 각 자치구들의 특징을 묘사한 게 재밌었다. 원래도 잘 모르는 도시지만 캐릭터에 각 특성을 녹여내니 안 가봤어도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크스,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까지. 그중 나는 브롱크스가 맘에 들었다. 반항적이고 공격적이지만 혐오에 맞서 싸울 줄 알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구박하지 않고 알려주는데다가 유사 모녀 관계까지! 그야말로 츤데레의 정석 아닌가🫶🏻

생각보다 '하얀 여자'의 위협보다 비백인, 여성, 퀴어 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더 무섭다고 느껴졌고 작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았다. 심지어 뉴욕의 화신들은 백인이 하나도 없잖아!?

문제는 작가가 주제의식 때문에 스토리를 잃었는지 600페이지 분량임에도 다소 뻔한 구조를 가져갔단 건데 결말쯤 가니까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나란 생각도 들더라. 그래도 내가 여성, 비백인 둘 다 포함돼서인지는 몰라도 거부감이 크게 들진 않았다. 그나저나 스태튼 아일랜드는 뭐랄까 편견의 집합체에다가 나약해서 영 맘에 안 든단 말이지. 후속작에서도 나오려나.

러브크래프트 소설은 영화로만 봤지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한 번 더 들었고 어쨌든 시리즈물이라 후속작 살 것 같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건 표지 디자인이 아닐까. 실물 보고 영롱해서 너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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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이거라니까. 너희는 하나같이 똑같이 하찮은데, 각각의 하찮음이 다 제각각이란 말이야. 전부 다 다른 접근법을 사용해야 해! 너무 답답하고 귀찮아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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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림 - 영상화 기획 소설
손봉수 / 잇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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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𝑹𝒆𝒗𝒊𝒆𝒘

🌲 미림 : 아름다운 숲
적막하기 이를 데 없는 암흑뿐인 어두운 숲속을 걸어 본 적 있는가.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포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늪이 될 것이다. 최소한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은 햇살이 숲의 녹음을 통과하면서 부서지는 한줄기 빛과 조화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숲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독재 정권 시절, 안기부 소속 이명준은 김태원을 미행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한다. 그리고 어느 날 윤미란이 나타나는데..

개인적으로 안기부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도 많고 나름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 관련 전자책이 있다길래 바로 신청해 봤다. 영상화를 목적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가 확실히 상상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나는 종이책 보는 걸 선호해서 전자책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보고 나니 가벼운 게 너무 좋더라. 아주 가끔은 전자책으로 봐도 좋을 듯.

이야기는 독재 정권 시절, 이명준을 선두로 사람과 사람 간의 욕망과 갈등을 다뤄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주인공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로 잘못을 했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어서였지만) 그래서인지 나름 호감형인데 사실 그가 안기부에서 운동권 학생들을 미행 및 염탐 등을 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역시나 찝찝하긴 하다. 고문에 가담했는지까진 안 나왔다만 행동대장격 일도 하는 거 보면 그 역시도 가담하지 않았나..

어쨌든 이런 이야기는 장편으로 써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여운 있게 중편도 역시 좋지 싶다.

과연 영상에선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가 크다.

-

🔖

"자네는 왼쪽인가? 아니면 오른쪽인가?"
"서기관님이 오른쪽이시라면 저도 오른쪽입니다."
부정도 긍정도, 공격도 방어도 하지 않는 이명준의 태도는 전혀 흔들림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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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착각, 올바른 미래 - AI, 챗GPT… 기술에 관한 온갖 오해와 진실
박대성 지음 / 인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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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𝑹𝒆𝒗𝒊𝒆𝒘

나에게 미래 기술이란
키오스크와 빅스비 정도였다.
사실 키오스크도
몇 년 전까지 제대로 쓸 줄 몰라서
햄버거 가게는 가지도 않았다.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를
못 써서 아예 가게를 가지 않는단 게
나는 먼 얘기가 아니었다.

또한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혹은 자아를 가져 인간을 죽이는
그런 영화들을 즐겨봐서인지
먼 훗날 언젠가 AI가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생각나는 건
기사에서 읽었던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긴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당시 내가 하던 업종은
일정 부분 AI가 사용되긴 했으나
AI가 전부 처리하기엔 무리인 부분이 많아
우리는 적어도 일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10대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소통하고 푹 빠져있다고
못 따라가면 나중에 대화가 안될 거라는
유튜브도 본 적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정말 AI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지,
로봇이 우리의 미래를 대신할지
메타버스를 모르면 소통 단절이 올지.

일단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기술은 무서운 게 아니라는 거다.
인간은 인간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든 적이 없고
인간을 지배할 기술을 만들 능력도 아직은 없다.
결정적으로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문제이지
기술 자체는 나쁘고 좋은 게 없다는 거다.

쏟아지는 기술을 몰라서
막연히 두려워하는 나 같은
테크노 포비아에게
아주 도움 되는 책이었다.

인공지능이 우릴 넘어설 거란 건 위대한 착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금 일깨워줬다.

키오스크 같은 기계를 노인, 장애인을 위해
바꿀 순 없다.
그것은 기업에서 추구하는 이익에 맞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게끔
변화시켜야 한다.
노인도 잘 쓸 수 있게 교육이 필요하고
장애인도 잘 쓸 수 있게 변화가 필요하다.

나처럼 뒤에 사람이 서있어서
식은땀이 줄줄 나 순서를 양보해 본
사람이 있을 거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앞으로는 더 기술적인 부분이
늘어날 테니 알아가면 된다.
알아갈 수 있도록 국가나 주변에서
도와주면 된다.

몇 년 전에 강남에 한 편의점이
무인 계산을 해서
출근길에 결제를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회사 언니들이 얘기를 듣고
퇴근길에 무인 결제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물론 엄청 비웃음을 당했지만.

젊어도 못 쓸 수 있고,
나이 들면 힘들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하는 착각을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족으로
요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생각나는 책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니까
우리나라의 흐름을 파악하고 싶을 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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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민바람 지음, 신혜림 사진 / 서사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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𝑹𝒆𝒗𝒊𝒆𝒘

작가님은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마다 외국어 단어를 외우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말 사전을 받게 되고 순우리말로 글을 쓰기로 했다는데 발상이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글이 아름다웠다. 좋다는 말만으론 부족할 만큼 좋았다. 우리나라 말인데도 어색해서 몇 번이나 소리 내 읽어보았다. 혀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조금은 우울하고 아프지만 내 마음을 들킨거 같아서, 나만 힘들어 주저앉나 싶다가도 이런 글을 읽으면 사람은 다 비슷하구나 싶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평소라면 나만 힘든 건 아니라는 게 당연하지만 힘든 시기엔 괜히 그런 것만 같다.

여러 챕터가 있고 한 챕터가 길지 않아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한번 훑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았다. 책도 가볍고 얇았다. 표지의 이불이 우리의 아픔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요즘처럼 잠 못 자는 날들이 길어질 때 침대 맡에 두고 싶은 책이었다.
여러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나약하게 느껴지는 순간, 하룻밤이 영원 같은 순간, 생활에 가벼움이 필요한 순간, 나를 용서하기 어려운 순간, 가까운 사람을 견디기 어려운 순간은 유독 더 공감되고 좋았다.

오늘도 하룻밤이 영원 같다.

어떤 밤은 질기도록 길다.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눈이 떠진 새벽에는 더 그렇다. 잠 속은 밀려드는 생각을 따돌릴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거기서 영문 모르고 튕겨 나오면 ‘네가 나를 배신해? 얼른 도로 들여보내’라며 문 앞에서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이미 마음 밑바닥에 고인 감정들까지 찾아와 나를 에워싸고 있다. 일어나서 글이라도 쓰면 될 텐데, 누운 몸을 은근하게 내리누르는 어둠이 생각보다 무겁다. 어슴새벽의 어둠은 낮에 잊고 있던 공허와 스산함으로 가득 차있다.
- 하룻밤이 영원 같은 순간,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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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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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리뷰 <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23.11.09 / 🩷 도서 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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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𝑹𝒆𝒗𝒊𝒆𝒘

<안녕, 끌로이>는 지유, 끌로이, 미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치맛바람 거센 대치동 엄마 밑에서 자란 지유는 어릴 때부터 공부, 공부, 공부만 한다. 딸의 공부를 위해서 집에 TV도 없애고 노래도 듣지 않고 어릴 땐 핸드폰도 안 사주더니 핸드폰이 생기니 인터넷 기록까지 뒤지는 엄마 밑에서 자란, 뉴욕에 가니 하루 종일 페이스 타임을 켜서 시시콜콜 보고를 바라는 엄마 밑에서.

그와 반대로 끌로이는 자유분방한 여자다. 서구권 여성답게 남자관계에 쿨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 걸 수 있는 자유분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지유는 자신과 반대인 끌로이에게 강하게 끌리고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친구 그 이상의 질투와 집착으로 점점 둘 사이는 멀어지고 어머니의 병세로 한국에 들어온 그녀는 끌로이와 닮은 미지에게 또 끌린다.

전체적으로 내가 본 지유는 결핍의 대상이었다. 그 결핍을 끌로이와 끌로이를 닮은 미지로부터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 없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을 그들을 통해 채우려고 한.

그래서 채워졌는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결핍으로 인한, 한쪽만 과한 관계는 정상적으로 흘러갈 리가 없다.

최종적으로 그녀들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제야 지유는 알게 된다. 그녀들을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살다 보면 잘 맞는 친구에게 유독 집착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지유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있었다. 엄마에게 받았던 것들을 생판 남에게 받는다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건 공부만 외쳤던 엄마의 탓도 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공부를 한 줄이라도 더 하라고 한, 학교에서 작은 사회를 배우지 못하게 한 엄마의 잘못.

읽을수록 지유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깨달은 바가 있으니 앞으로 지유는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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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네가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때, 그렇게 말한 거 기억나? -p.9

🔖솔직히 나는 엄마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지만. 중학교 2학년 때였어. 그때 내가 느꼈던 증오에 가까운 감정은 살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강렬했고 그래서 지금도 생각하면 아프고 부끄러워. -p.55

🔖마지막 와플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는 끌로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유는 상상해 보았다. 저 손목에 새겨진 이니셜이 M이 아니라 J라면, 그리고 멘도가 아니라 내 손목에 새겨진 이니셜이 C라면 어떨까. 부러웠다. 그들이 기꺼이 몸에 새긴 하나 됨의 증표가. 연대의 과시가. 어떻게 저렇게 거리낌 없을 수 있을까. 저런 게 엄마가 말했던 뜨거운 피일까. -p.100

🔖“앞으로 살면서 언니가 이길 때마다 그게 언니 힘으로 이긴 거라고 착각하지 마. 알량한 상처를 받았다고 진 거라고 착각도 말고.” -p.215~6

* 해당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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