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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ㅣ VivaVivo (비바비보) 14
쿠로노 신이치 지음, 장은선 옮김 / 뜨인돌 / 2012년 1월
평점 :
방황의 정점. 충격적인 사건의 주인공. 중학생.
요즘 주변에서는 중학생들이 제일 무섭다고 농반 진반으로 이야기들 합니다.
빵셔틀, 담배셔틀, 와이파이셔틀까지 학교 폭력이 지능적으로 진보하고 있고 학교에 만연해 있는 왕따와 우울. 학교 폭력을 넘어서는 사회적 폭력까지. 어느덧 아이들은 우리 어른에게 조차 무서운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단어 중에 중2병이라는 게 있답니다. 그 증상을 살펴보면,
-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고 크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허세 글로 도배합니다.
- 혼자서 중얼거릴 때가 많습니다.
- 뭐든지 부정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 나 빼고는 다 유치해 보입니다.
'중2병'이라는 게 2011년 핫 키워드에도 선정될 정도였다니 우리는 아이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았던 건 아닌지...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쿠로노 신이치. 뜨인돌. 2012.
이 책의 주인공인 스미레도 중2병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갑자기 놓여진 중학교라는 곳이 두렵고 낯설기만 하지요.
...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이 될 때는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이 된 순간 마치 다른 차원에 내던져진 것
같았다. 양쪽 다 딱 한 살 더 먹은 것뿐인데. <p.6>
...오히려 초등학생 시절이 훨씬 더 어른스러웠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려고 서로 배려했다. 가벼운 다툼이 있어도 금방 화해했다. 반의
리더 같은 아이가 중재하기도 했다. 나쁜 짓을 하면 함께 반성했다.
몸가짐도 발랐고 언제나 힘을 모았다. 공부도 다 같이 열심히 했다.
이편이 훨씬 더 어른스럽지 않은가?
어째서 어른스럽던 아이들이 천둥벌거숭이로 퇴화해 버린 걸까? <p.56>
스스로 성실하고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스미레. 중학교 1년은 도시락을 같이 먹는 정도의 친구 한 명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2학년이 되면서 학급의 권력구도에서 방관자요 외톨이인 고립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됩니다.
하지만 수학선생의 타깃이 된 스미레는 그룹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고, 반에서 제일 스타일리쉬한 아이들로 구성된 아이오 그룹에 속하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끝 모르게 추락한 성적, 세 번씩이나 접어 입은 짧은 치마, 도를 넘어선 색조 화장과 염색...스미레의 변화만큼이나 부모님과의 갈등은 깊어지지만 결국 스미레가 원했던 아오이 그룹 진입은 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 본 아오이 그룹은 스미레가 진정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지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선물받기 위해 헌팅 남을 이용하고, 술과 담배를 거리낌 없이 권하고, 양심의 가책 없이 도둑질까지 하는 모습에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남몰래 짝사랑했던 타쿠에게 아오이의 실체에 대해 전하면서 아오이와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게 되고, 아오이 그룹이 시킨 도둑질을 거부한 스미레에게는 또 다시 고독이 찾아옵니다. 반 아이들이 보내는 무시 행위와 괴롭힘에 아무에게도 말을 섞지 않은 채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조용히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이른바 뇌사상태에 돌입하지요.
그러나 그런 스미레에게 말을 거는 단 한 사람. 노구치 준이치. 학년 초부터 꿋꿋하게 고립노선을 선택했던 광물을 좋아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들은 준이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보일수록 괴롭힘의 강도를 더합니다.
결국 자신의 책상을 없애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학교를 쉬게 되는 스미레. 폐인처럼 살던 스미레는 전학 간다는 준의 편지를 받는 순간 리스트 컷을 생각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서 말을 걸어주고 반 아이들에게 자신의 분노를 대신 표현해준 준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나는 얼마나 지독한 이기주의자였나.
책상이 없어진 날, 준이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폭발했을 것이다.
커터칼을 들고 아오이한테 덤벼들던가, 비틀거리며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가 내 분노를 대변했고, 쿠션 역할을 해주었다. 그 덕분에 소년원
이나 시체 안치소에 수용되지 않았다. 준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앉
아 느긋하게 감자칩 부스러기를 볼에 묻히면서 음악씩이나 듣고 있
을 수 있는 것이다. <p. 177>
잠옷 차림으로 준의 집을 찾아간 스미레는 이삿짐 트럭 속의 준에게 진심으로 손을 흔듭니다.
과연 스미레는 중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까요?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 때 육성으로 녹음해 놓은 파란만장한 일들을 열아홉 살이 되어 다시 들어보고 회고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쓰기 조차 힘들어 녹음기에 말로 했을 정도로 그 때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하지만 절대로 그 무렵의 자신을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 덕에 지금의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나요.
아마 우리 주위의 중학생들도 스미레처럼 갑자기 변화된 환경과 주위의 갑작스런 기대 때문에 자신을 바로 세우기가 무척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무조건 꼿꼿하게 바로 세우기보다 아이가 숨을 고르고 기댈 수 있도록 주위를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빠의 넓은 가슴을, 엄마의 폭신한 가슴을 아이들이 언제나 느끼도록.
이 책을 읽는 청소년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부모님은 사랑하는 아이들의 힘든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기에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늘 깨어서 빛나는 삶이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기획된 뜨인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 브랜드인 '깨어 있는 삶'이란 뜻의 에스페란토 어인 'VivaVivo' 시리즈의 한 편인 이 책으로 인해 앞으로 나올 책들이 더 기대됩니다. 오늘은 책날개에 소개된 또 다른 아이를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