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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ㅣ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평점 :
어쩌면 내 아이의 현재 모습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아이 주인공 태섭. 절망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열심히 공부하리라 마음먹지만 늘 언제나 작심삼일. 딱히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 아이. 게임만큼 공부를 하면 하버드라도 갈 것 같은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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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괜찮아> 이남석. 사계절. 2012
이런 태섭이 '공부는 내 길이 아닌가? 그럼 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서 생각의 고리를 이어나가고 현실적인 길과 보탬이 더해지는 지식소설입니다.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처럼 읽다보면 꿈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게 되는 태섭을 만나게 됩니다.
주위의 친한 친구들에게 뭘 해서 먹고 살 건지 물으면 잘생긴 얼굴 팔아먹고 살겠다, 사업이나 하지 뭐, 연봉 6천 정도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직업을 가질 거라는 현실적인 대답들이 돌아옵니다.
그럴수록 불안감은 더해지기만 하지요.
태섭은 덜컥 겁이 났다. 딱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자
하는 다른 것도 없었다. 그래도 공부가 아닌 길을 가는 상상을 하
면 벼랑길을 굽어보는 듯 아찔한 현기증이 났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공부와 연결시킨다. 고민도 공부에 집중하면
해결되고, 성공도 행복도 공부로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어른들은 공부가 만능열쇠나 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럴수록 공부를
못하는 태섭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예약된 승리자라면, 자기는 벌써 패배자가 된 것 같아 힘이
쏙 빠졌다. <p.34>
그러던 중 사서 교사인 김영아 선생님이 진로 문제를 올해의 특별 테마로 잡으면서 잠재되어 있던 고민이 수면 위로 떠올라 태섭의 일상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링컨의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건네는 김영아 선생님, 배구선수에서 체육 교사가 되었지만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하다 사회 과목에 재미를 들여 이제는 사회 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담임선생님. 입학사정관 컨설팅을 받고 확실한 인재로 포장하기 위해 장애인을 위한 영상물을 찍다가 진심으로 일과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같은 학년 규리.. 이들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태섭은 조금씩 자신을 알아갑니다.
저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로 지도 강사로 참여한 전문 직업인보다 변두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훈이라는 강연자의 입을 통해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합니다. 꿈이 없는 청소년에게 무식하라고. 무식하게 이것저것 도전해 보며 찾아가기를 계속하는 방황(방랑)의 시간을 경험하다 보면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신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행동으로 얻는)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
(자기가 선택한 행동으로 얻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계속 방황해라! <p.147>
이 책에서 태섭이 정확한 자신의 미래를 찾고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끊임없는 간섭과 조언으로 준비한 평탄한 미래에 자신을 맡기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끊임없는 자기 찾기와 방황이 계속되겠지만 그렇게 찾은 자신의 미래는 훨씬 더 탄탄하게 뿌리가 내려져 있을 테니 땅의 기운을 마음껏 빨아 올려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부모님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은 친구들이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이 책을 쓴 저자 이남석 선생님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입니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심리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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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꼭 써야 할까?>이남석. 사계절. 2011
폭력의 피해자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방관자와 가해자로 고등학교 시기를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상담하던 중, 날로 심해지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가해자만을 선도해서 될 일이 아님을 깨닫고 여러 청소년들이 고루 폭력에 대한 성찰을 얻을 수 있는 지식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렇게 출간된 책이 <주먹을 꼭 써야할까?>라는 책이지요.
이 책도 부모님들에게 꼭 한 번 읽기를 권장합니다. 학교 폭력을 심리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은 멋진 책입니다.
선생님의 작품 <자아 놀이 공원>과 <주먹을 꼭 써야할까?> <뭘 해도 괜찮아>를 따라 읽다보면 진심으로 청소년 만나고, 아이들의 일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고민하고 사랑하고 있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아이들이 손 내밀면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거리에 이런 멋진 어른들이 쑥쑥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