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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별에 사는 여우
채은 지음 / 가하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연예인 소재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잘 읽혔던 글이다.
채원과 이건이 나누는 말들이 튀지 않고 자연스런 대사와 달달함이 [푸른 별에 사는 여우]로 몰입하는데 한 몫 했던 것 같다.
채원이 이건을 보며 하는 말처럼...
"나..... 뭐, 해줄까?"
"안아 주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서...,."
"그래서 말인데....."
"네가 와서 안길래?" - 본문 p313 중에서
"입술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이렇게 맛있어."
"윤진 맛있는 립스틱 발라줬어. 너 먹으라고." - 본문 p320 중에서
그들이 나누는 이런 마음 한자락을 보여주는 대사가 좋았고, 이별을 고하고 몇년이 흐른뒤 다시 부딪히게 되는 심리 변화가 내게도 그대로 전달되기에 고개 끄덕이며 읽힌건지 모르겠다. 뭐 어찌되었든 간만에 재미있는 현대물을 읽었다.
그리고,
로맨스가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게 했던 요인 살짝 첨가 되어 있다. 심심하면 툭 튀어나와 행패나 부리는 엑스트라처럼 등장했던 세령....적은 분량의 언급만 있었을 뿐인데 많은 이야기를 담아놓은 그 사연이 감춰져 있었다.
내 생각을 말하라면, 차라리 삽입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그녀의 아픈 이야기에 잠시 타 작가 [괴X] 이란 글속에서 세령과 비슷한 상황이 떠올라 주춤거렸었다. 과거를 잠식했던 '괴물들'에 의해 현재까지 두려움이 남아있는 여인의 조심스런 첫걸음이 애달펐던 어떤 이야기를....
로맨스보다는 추악함에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어루만져주고 싶었던 눈물나던 이 글이 자꾸 겹쳐 눈앞에 맴돈다.
지우개로 지울수 없다면 먹물을 끼얹어서라도 가려 보고 싶은 과거의 상처를 고스란히 맞대면 해야 하는 세령의 마음이 너무도 무겁고 아픈건 뭘까?
'자궁속 더러운 오물 '이였을 '액체'를 세상 밖으로 내놓은 세령의 마음은 지금도 모르겠다. 내 몸 속 암세포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어느 드라마속 남자 대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치욕을 넘어선 세령의 모성애 였을까?
과연 나였다면? 단순하고 이기적인 나는 아마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읽고난뒤 내게 남는 로맨스의 달달함은 채원과 이건의 몫이고, 강렬하게 새겨지는 감성은 세령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푸른 별에 사는 여우]가 무거운 글은 아니다. 몰입도 잘되고, 재미있는 감각적인 로맨스 이다. 그런데도 내 가슴에 오래 남는 사연이 아프기만 한 것은 세상이 핑크빛만은 아니라고 보아온 내가 나이 먹어가는 '여자'이기 때문일까?